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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저희 의상이 야한지 정말 몰랐어요.”
요즘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의도하지 않게 ‘코믹 섹시’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개척(?)한 팀이 있어 화제를 모은다. 일명 ‘분홍소시지’로도 불리는 4인조 걸그룹 식스밤(다인, 유청, 한빛, 소아)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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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밤은 지난 2012년 여섯 명의 멤버로 데뷔했지만 별다른 반향을 끌지 못했고, 멤버를 4인조로 재정비해 지난해 5월 ‘스텝투미’에 이어 지난달 19일 디지털 싱글 ‘10년만 기다려 베이베’를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이다. ‘노래하는 경찰’로 알려진 작곡가 바비문의 원곡을 이들의 개성에 맞게 리메이크한 곡이다.
식스밤을 갑자기 ‘논란의 주인공’으로 만든 건 흥겹고 중독성있는 노래가 아니라 온몸에 착 달라붙는 분홍색 라텍스 의상이었다. “미국에서 주문한 옷인데요. 한벌에 몇십 만원한대요. 원래 이 옷 말고 다른 것도 사려고 했는데 들여올 때 세관에서 성인 용품으로 걸려서 통과되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식스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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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이 처음 의상을 봤을 때 첫 느낌은 “야하지 않다”였다. “지난해 ‘스텝투미’ 활동 때 래시가드를 입어서 어떤 의상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어요. 처음 의상을 받았을 때 ‘생각보다 몸에 붙는구나’ 싶었을 뿐이에요. 멤버들끼리는 ‘생각보다 안 섹시한대?’라고 했어요. 우린 핑크팬더나 잠수복이나 해녀복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다인)
그러나 이들의 의상이 공개된 뒤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다. “저희 사진과 직캠(팬이 직접 찍은 공연 영상)이 뜨자 ‘분홍 소시지’, ‘명란젓’, ‘개불’, ‘털 뽑힌 생닭’, ‘풍선’ 등 저희가 상상도 못했던 표현이 붙기 시작했어요. 저희도 재미있고 웃겼어요. 무대 위에서 저희 팀 제5의 멤버로 분홍 소시지를 소개하기도 했어요.”(유청) “이렇게 큰 반향이 올 줄 정말 몰랐어요. 검색어 순위에 올라가고 봐주시니까 신기해요.”(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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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서 일부 네티즌의 도를 넘는 ‘악플’은 자칫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의연했다. 팬들에게 어떤 식으로라도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 자체가 기쁘고 고마울 따름이었다. 특히 유일한 원년멤버인 맏언니 소아의 감격은 컸다. “2012년 식스밤 첫 활동을 마친 뒤 재래시장에서 옷장사를 했어요. 그 다음해 ‘듀오플로’란 팀 활동을 한 뒤엔 떡볶이 장사를 했고요. 떡볶이 장사도 쉽지 않아요. 기회가 다시 찾아와 장사를 접고 팀에 합류하게 됐는데요. 기대보다 반응이 오니 요즘 눈물이 많아지더라고요. 기쁜 걸 많이 느껴요. 악플이 많아도 그중 좋은 말이나 응원 메시지가 이상하게 눈에 잘 들어와요.”(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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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보컬 다인 역시 소아와 같은 기분이다. “연습생 생활을 5~6년 했고, 이번이 세번째 도전이에요. 에스더원, 지지베스트란 팀에서 활동했었는데 그 두팀은 가족과 친구만 아는 팀이었어요. 요즘 안좋은 악플을 많이 받지만 무플(아무 댓글이 없는 상태)을 많이 경험해 봐서 감사할 뿐이에요. 식스밤을 알아봐주는 것만으로 고맙고, 신기해요.”
“저희끼리 댓글을 보며 엄청나게 웃어요. 웃긴 표현도 많고요. 상처가 되진 않아요. 쇼케이스 때 직캠 찍으시는 분들이 저희 선물로 분홍 소시지를 가져오셨는데, 그때 분홍 소시지와 하나된 느낌을 받았어요.”(유청) “친구에게 연락이 온 적이 있어요. 식스밤 사진을 우연히 봤는데 그 멤버 중 한명이 너냐고요. 인터넷에 ‘명란젓’이라고 치니 저희 식스밤이 나왔대요.”(한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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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밤은 의상 논란이 의도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의혹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사람들이 우리의 노이즈 마케팅을 만들어 준거에요.”(소아) “얼마전 저희 의상이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는데, 저희는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검은 레깅스처럼 노출은 전혀 없으니까요. 방송 불가를 예상했다면 예비 의상을 준비했겠죠. 저희 이번주 아예 방송을 쉬어요. 옷이 없어서 방송을 못해요. 이번주에 다른 의상을 사야 다음주에 TV에 나갈 수 있어요. 정 안되면 지난 활동 때 입은 래시가드라도 입어야 할 상황이에요.”(유청)
요즘 식스밤은 중국에서도 난리가 났다. 유쿠나 큐큐 같은 현지 동영상 사이트 메인 화면에 이들이 올라있고, 1억6000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중이다. “‘10년만 기다려 베이베’로 시작해서 악플을 함께 돌아왔어요. 저희에 대한 관심 감사해요. 무대 의상 뿐 아니라 다른 많은 것도 알릴 수 있도록 게릴라 공연 등 다양한 계획을 갖고 있어요. 지금은 악플이 더 많지만 돌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저희 멤버 개개인의 매력도 좀 더 알려드리고 싶어요. 저희 멤버 모두 양파 같은 여자들이랍니다.”
monami153@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