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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부산은 구도(球都)로 유명하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는 한국 프로야구 인기 구단 중 하나이고 롯데의 성적이 좋으면 도시 전체가 들썩인다. 하지만 정작 롯데 야구단에 대한 부산시의 지원은 인색하다. 세계 최대 전광판인 ‘빅보드’를 만들기로 한 인천 연고팀 SK에 그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기로 한 인천시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롯데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그 동안 문제로 제기됐던 사직구장 내야 그라운드 흙을 전면 교체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3월 초순까지 약 20일 동안 공사를 해 미국 동부지역에서 공수한 ‘빔 클레이(Beam Clay)’라는 흙을 사직구장 내야에 깔았다. 뉴욕 양키스 등 150개 이상의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구장에서도 쓰이고 미국 내 700개 이상의 대학팀들도 사용하는 흙으로 불규칙 바운드를 줄여 선수들의 부상 방지 효과가 크다. 투수들의 디딤발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잡아준다. 롯데는 흙 교체 공사에만 3억원을 들였다.
롯데는 사직구장 조명도 바꿨다. 2년 전 경기 도중 조명탑의 등이 나가면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던 롯데는 올시즌에 앞서 LED조명등으로 바꿨다. 지난 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시즌 홈 개막전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LED 조명등이 모두 켜지자 야구장은 대낮처럼 밝았다. KBO 기준인 수평조도(내야 3000럭스 외야 2000럭스)를 초과한 3800럭스까지 측정됐다. 눈부심과 빛 떨림 현상이 없어 선수들의 경기력은 향상시키고, 관중의 눈 피로도는 줄게 됐다. 특히 기존 조명등과 달리 한꺼번에 켜거나 끌 수가 있어 다채로운 퍼포먼스도 가능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날 5회를 마친 뒤 클리닝타임 때는 구장 곳곳의 조명을 일사분란하게 켜고 끄며 ‘라이팅 쇼(Lighting Show)’까지 펼쳤고 관중들의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롯데는 야심작인 조명등 교체에만 22억원을 쏟아 부었다.
사직구장을 안방으로 사용하는 롯데는 올시즌을 앞두고 구장 개·보수에만 25억원 이상을 썼다. 전부 구단이 부담했다. 부산시는 흙과 조명등 교체 공사에 시 예산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롯데는 매년 사직구장 임대료로 11억원을 내고 있지만 정작 구장 환경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시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번 공사뿐 아니라 최근 화장실 교체 공사 역시 구단의 투자로 진행됐다. 불편하면 경기장을 사용하는 구단이 알아서 고쳐쓰라는 식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롯데는 팬들을 위한 최상의 관람 환경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돈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의 인색한 투자는 인천과 상반된다. SK는 올시즌을 앞두고 세계 최대 규모(가로 63.398m·세로 17.962m), 총 면적 1138.75㎡의 대형 전광판 ‘빅보드’를 팬들 앞에 선보였다. 정식 규격 농구장보다 약 2.7배나 넓은 크기의 전광판은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SK는 전광판 교체 사업의 절반을 인천시로부터 지원받는다. 전광판 교체 공사 입찰 금액이 70억원인데 SK는 그 이상의 금액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결국 인천시도 야구장 전광판 교체 사업에 35억원 이상을 쓴다는 것이다. 35억원만 해도 사직구장의 흙과 조명탑을 교체하고도 10억원이나 남는 거액이다. 야구의 도시라는 부산시가 보고 느껴야할 대목이다.
iaspire@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