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승리에도 불구하고 허공에 시선을 두는 김성근 감독, \'이제 시작이야~\'
2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KIA를 4-2로 물리친 후 감개가 무량한 듯 시선을 허공에 두고 있다. 대전 |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대전=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화 김성근(74) 감독이 변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휘청이던 한화가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 2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6 KBO리그 KIA와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과정이 그랬다. 선취점을 뽑아도 역전 당하기 일쑤였던 한화는 이날 초반 3점을 끝까지 지켜냈다. 이전에 견줘 선수단 전체에 힘이 붙은 모습. 27일 경기는 비로 취소됐지만 선수단 표정에서 올시즌 첫 위닝시리즈(3연전 중 2승 이상)를 일구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주장 정근우는 “내가 제일 못하고 있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고 누구보다 승리를 염원하고 있다. 비록 시즌 초반에 팀 밸런스가 안좋아 최하위로 처져있지만 기적을 일으켜 보겠다”고 자신했다.

우선 선수단 분위기가 달라졌다. 침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털어내고 밝고 경쾌한 표정을 짓기 위해 노력 중이다. 타격훈련 때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화는 팀 분위기가 좋을 때에는 선수들이 김태균의 타격폼을 흉내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일반 선수들은 따라하기 힘든 독특한 매커니즘을 갖고 있는데, 김태균이 전광판을 맞히는 대형 타구를 날리자 차일목 김경언 등 베테랑들이 그의 타격폼을 흉내내며 좌중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더그아웃에 웃음꽃이 피어난 이유는 다른 팀과 비슷한 훈련 일정을 소화하기 때문이다. 비가 내린 27일에도 얼리워크조가 오후 12시 30분에 실내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오전 10시께 훈련을 시작했던 것을 고려하면 파격에 가깝다. 김 감독이 직접 지휘하는 특별 타격훈련도 사라졌다.

[SS포토]기선제압하는 김태균의 홈런, \'찗은 머리카락에 내의지가 담겼어~\'
2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2회말 무사 김태균이 좌월 1점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짧은 머리가 인상적이다. 대전 |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투수들도 매일 통과의례처럼 하던 불펜투구를 중단했다. 경기에 나가는 이른바 ‘경기조’들은 지난주부터 불펜 피칭을 중단했다. 김 감독은 “경기 중에도 투수를 투입할까 말까 망설일 때가 있는데 정민태 투수코치가 ‘아껴두시죠’라고 얘기해 놔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께 대전구장 불펜에서는 당초 예정돼 있던 투수들만 정 코치와 함께 불펜피칭을 했다. 선발등판을 이틀 앞두고 불펜피칭을 하는 일반적인 루틴을 소화한 것이다.

훈련량이 줄다보니 재미있는 일화도 있었다. 잠실에서 3연패를 하고 홈으로 돌아온 지난 25일 김태균, 김경언, 최진행, 이용규 등 베테랑들이 타격훈련을 자처했다. 코칭스태프 없이 선수들끼리 타격훈련을 하면서 분위기를 다잡아보자고 의기투합 한 것. 김 감독은 “선수들이 자처해서 훈련을 한다고 해 서울에 머물다가 급히 내려갔다”고 말했다. 시켜서 하는 훈련이 아닌 자율 훈련으로 방식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혹독한 훈련으로 대표되는 이미지 탓에 김 감독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올해 스프링캠프 때는 하고 싶었던 훈련량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했다. 불펜피칭도 200개씩 대여섯 번 던져야 하는데 올해는 200개씩 세 번 던진 투수도 없을 것이다. 정근우도 하루에 200개 이상 펑고를 받지 않았다. 아픈 선수들도 많아 훈련이 제대로 안됐다. 내 이미지가 ‘훈련을 많이 시키는 감독’으로 돼 있기 때문에 훈련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막 초반보다 최근 훈련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일부 베테랑들은 경기 전 훈련을 최소화하고 경기에 임하기도 한다. 체력소모가 많은 포수들은 러닝 등도 짧게 소화하는 등 최대한 경기에 컨디션을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타격, 투수, 배터리 코치가 자율권을 갖고 선수들을 이끄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전에 쉽게 볼 수 없던 풍경으로 김 감독이 변화를 선택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선수는 “훈련량이 줄어든 게 아니라 다른 팀과 비슷한, 일반적인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정상적인 훈련”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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