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첫안타 만들어내는 순간[SS포토]
2016타이어뱅크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선발투수 신재영을 상대로 1회초 2사후 팀 첫안타를 터트리는 이승엽. 2016.06.22.고척스카이돔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고척 =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넥센의 중고신인 신재영(27)이 최고 신인 투수로 공인받으며 신인왕을 가등기했다.

신재영은 22일 고척돔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단 3개의 안타와 볼넷 1개만을 내주며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꽁꽁 틀어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신재영은 하루 전날 10승에 선착한 두산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10승 고지를 밟은 투수가 되면서 다승왕 경쟁에도 불을 지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날 승리가 특별한 의미를 얻은 이유는 그가 1군 데뷔 시즌에 10승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LA 다저스의 류현진(당시 한화, 18승)과 삼성 장원삼(당시 넥센, 12승)이 2006년 나란히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이후 신인투수가 10승 이상을 거둬들인 적은 없었다. LG 류제국이 2013년 12승을 거둔 적이 있지만 그는 해외에서 U턴한 케이스였다. 2013년 10승을 달성한 이재학의 1군 데뷔 시즌은 2010년이었다. 시즌의 절반도 지나기 전에 최근 10년 동안 신인투수 가운데 가장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신재영이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승수를 쌓는다면 산술적으로 21승까지 넘볼 수 있다. 장원삼의 승수를 훌쩍 뛰어넘어 류현진급 성적까지 넘볼 수 있다는 얘기다.

10승 세리머니에 즐거운 신재영[SS포토]
2016타이어뱅크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삼성에 이틀연속 승리하며 4연승을 달린 넥센, 경기를 마치고 김하성 박주현 등 젊은 넥센 선수들은 10승 선발투수 신재영에게 물세례와 세이빙폼으로 10승축하 세리머니를 펼쳤다. 2016.06.22.고척스카이돔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신재영은 또한 2009년 이현승(두산) 이후 7년 만에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넥센의 유일한 토종 선발투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국내파 투수들 가운데서는 한현희가 지난 해 11승을 거둔 적이 있지만 구원승으로 3승을 보탰고 선발승은 8승 뿐이었다. 2014년의 문성현(상무)도 9승으로 10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경쟁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독주하고 있다. 당장 내일부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를 능가하는 신인이 나오기 어려울 정도다.

삼성은 유격수 김상수와 외야수 배영섭이 전날 공에 맞은 관계로 선발 출장하기 어렵게 되자 아예 1번부터 6번타자까지 줄줄이 좌타자들을 배치하는 파격적인 라인업으로 사이드암인 신재영을 압박했다. 그러나 신재영은 씩씩했다. 102개의 공 가운데 71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었다. 때로는 몸쪽으로 바짝 붙였다가 때로는 바깥쪽 가장 먼 곳으로만 공을 집어넣어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에서 이기고 들어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마운드에서 내려오기까지 이렇다할 위기상황조차 만들지 않았다. 6회 1사후 박해민을 좌익선상 2루타로 내보낸 뒤에도 백상원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고 이승엽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최형우를 1루 땅볼로 잡아낸 것이 그나마 긴박했던 장면이었다.

신재영은 “9승을 할 때까지는 무덤덤했는데 오늘 10승을 하고 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포수인 박동원이 리드를 잘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 고맙다. 야수들도 좋은 수비 보여줬다. 오늘은 평소보다 마운드에 서기 전에 유독 긴장이 됐는데 동료들이 편하게 던지라고 격려도 해줬다. 6회까지만 2~3점으로 버티자고 생각하고 던졌다. 10승을 거두기까지 도와준 모든 선수들이 고맙고 특히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동원이에게 감사한다. 오늘 이 경기가 올 시즌 내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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