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한화 김성근 감독, 점수를 더 뽑아야 하는데...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9일 한화 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1-0으로 맞선 3회 무표정한 얼굴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대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화 김성근(74) 감독이 ‘털보’를 꿈꾸고 있다. 무려 6년 만이다.

한화는 지난 8일 대전 kt전에서 9회말 3점차 열세를 극복하고 끝내기 승리를 거둔 뒤 11일 대전 SK전까지 4연승을 질주 했다. 두 번의 끝내기와 대타 역전 만루홈런 등 이기는 과정이 매우 좋았다. 지난 6일 마산 NC전에서 9회초 극적인 동점을 만들고도 승리를 빼앗기고 7일에도 0-1로 석패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는 듯 했지만 당시 경기들도 과정만 놓고보면 나쁘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김 감독은 면도를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지난 9일 경기 후 유명을 달리한 하일성 전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을 조문한 뒤 시간이 없어 면도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연한 계기로 면도할 타이밍을 놓쳤고 연승이 이어지면서 계속 면도하지 않는 ‘수염 징크스’가 6년 만에 재연됐다. 그는 “한화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시즌 끝까지 기적을 바라며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SK 사령탑이던 2010년 4월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패한 뒤 면도를 하지 않고 다음 경기에 임했는데 16연승을 질주했다. 5월 5일 문학 넥센전에서 패한 뒤 면도를 했는데 김 감독은 “답답하고, 간지럽고, 불편해 혼났다”며 껄껄 웃었다. 당시 SK는 선발 투수들의 역투와 조직적인 수비로 초반 판도를 흔들었다. 불과 4연승 중이지만 최근 한화의 팀 색깔에 당시 SK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 감독도 “2009년 시즌 막판에 19연승 할 때 선수들 분위기가 느껴진다. 선수들 스스로 뭔가 하려고 들어온다”고 말했다.

[SS포토] 한화 송은범, kt전 8이닝 1실점 호투 빛났지만...?
한화 이글스 선발 송은범이 9일 한화 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1-1로 맞선 8회 투구를 마친 뒤 차일목 포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대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우선 선발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파비오 카스티요를 제외한 토종 선발(이태양 송은범 윤규진 장민재)들이 평균 6.2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 밸런스가 몰라보게 좋아져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기 시작하니 상대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심수창과 박정진, 불펜으로 돌아선 에릭 서캠프 등도 이 전과 달리 안정된 제구로 소위 ‘계산이 가능한 투구’를 하고 있다. 타선 집중력이야 어떤 팀과 비교해도 손색없으니 투수력만 뒷받침되면 ‘우승후보’로 꼽힌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을 증명하고 있다.

김 감독이 아쉬워하는 점이 이 부분이다. 지나가는 듯 “(투수들이) 4월에 이렇게 던졌으면…”이라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때 투수들에게 독감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뒤 제대로 훈련을 못한 여파가 컸다. 수준급 제구를 가진 투수들이 절대 부족한 한화 현실에서는 스프링캠프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이 무조건 선행됐어야 했다. 당시 투수들은 러닝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감기에 시달렸고 에스밀 로저스까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계획한 훈련의 30~40%도 못하고 귀국했다.

[SS포토] 한화 장민재, 조인성에 공손한 두손 하이파이브?
한화 이글스 장민재가 19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14-7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으로 투구를 마친 뒤 조인성 포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대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캠프에서 해야 하는 투구를 시즌을 치르면서 하다보니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었고 외부 요인까지 더해 팀 분위기가 최악으로 떨어졌다. 후반기 들어 투수들의 구위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하더니 9월에는 밸런스 중심의 투구에 익숙해졌다. 송은범을 비롯해 이태양과 윤규진, 심수창 등은 “계속 던지면서 밸런스가 잡혔다. 시즌 초반에는 훈련을 못해 몸이 덜 만들어 진 상태에서 강하게 던지려다 실패했다. 후반기까지 들쭉날쭉한 밸런스가 이어져 답답했는데 최근에는 ‘밸런스가 잡혔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투수들이 정상궤도에 진입하면 경기를 풀어가기 매우 수월하다.

흐름을 읽는 눈이 탁월한 김 감독도 이제는 계산 하에 경기를 운용하고 있다. 김 감독의 덥수룩한 수염이 과연 기적을 잉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