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수
두산의 새 사령탑에 선임된 송일수 감독이 1일 잠실 구장에서 취재진과 기자회견을 갖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잠실 | 김도훈기자dica@sportsseoul.com

두산 9대 감독으로 선임된 송일수(63)감독이 1일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첫 발을 내딛였다. 인터뷰실로 들어온 송 감독은 “안녕하십니까? 송일수 입니다”라며 다소 어눌한 한국말로 첫 인삿말을 전했다. 송 감독은 일본 교토 출신으로 헤이안 고등학교를 졸업한 재일동포다. 이날 기자회견은 통역을 대동해 일본어로 진행됐는데, 두산 관계자는 “우리나라 말을 듣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다만 의미 전달에 어긋남이 있을 수도 있어 통역을 통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송일수 감독
두산의 새 사령탑에 선임된 송일수 감독이 1일 잠실 구장에서 취재진과 기자회견을 갖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잠실 | 김도훈기자dica@sportsseoul.com

◇급작스런 감독 선임. 송일수 감독의 심정은?
송일수 감독은 “힘든 결정을 내렸다”며 감독 제의를 받아들인 소감에 대해 말했다. 그는 “많이 놀라셨을 것이다. 나도 놀랐다. 김진욱 전임 감독님께서 많이 고생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며 심경을 밝혔다.
감독 선임이 발표된 지 3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송일수 감독은 본인의 감독관을 뚜렷하게 갖고 있었다. 그는 내년 시즌 준비에 대한 개괄적인 계획안을 밝혔다. 송 감독은 “코칭스태프는 전원 남는다. 내부에서 보직 이동이 있을 수 있지만 교체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단 전력 보강을 위한 트레이드도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이탈해 선수단 분위기가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면서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SS포토] 두산 새 사령탑, 송일수입니다...
두산의 새 사령탑에 선임된 송일수 감독이 1일 잠실 구장에서 취재진과 기자회견을 갖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잠실 | 김도훈기자dica@sportsseoul.com

◇선수들의 이탈 행렬. 송일수 감독 “문제 없다”
송일수 감독은 이탈 소용돌이 속에 지휘봉을 잡았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김선우, 임재철, 윤석민, 이혜천 등 다수의 베테랑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초보 감독인 송 감독이 감내하기에 벅찬 짐으로 보인다. 하지만 송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베테랑 선수는 언젠가 팀을 떠나기 마련이다. 구멍난 부분은 젊은 선수들이 경쟁을 하면서 좋아질 것이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묘수도 있었다. 송일수 감독은 팀의 약점을 묻는 질문에 ‘홈런 타자와 마무리 투수의 부재’를 꼽았는데, 어느 정도 해결책을 찾고 있었다. 그는 “이용찬을 마무리 투수로 기대하고 있고 2군에선 박건우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좋은 모습을 보이면 바로 1군에 콜업해 기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라쿠텐 스카우트 시절 경험한 야구관도 선수 기용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송 감독은 “야구선수는 던지고 치고 달리는 3가지 요소가 중요한데 이 중 2가지를 충족하면 1군에서 쓸 수 있는 선수다”고 말했다.

송일수 감독과 통역
두산의 새 사령탑에 선임된 송일수 감독이 1일 잠실 구장에서 취재진과 기자회견을 갖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통역. / 잠실 | 김도훈기자dica@sportsseoul.com

◇일본인 감독? 주변의 우려 일축한 송일수 감독.
송일수 감독은 일본 야구를 오랫동안 경험한 일본통이다. 1969년 일본프로야구 긴테쓰 버펄로즈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해 1983년까지 포수로 뛰었다. 이듬해인 1984년 국내 프로야구 삼성에 입단해 3년간 한국무대를 경험했지만 현역 은퇴 후 긴테쓰 배터리 코치와 라쿠텐 스카우트로 활동했다. 한국무대에서는 올시즌 두산 2군 감독직을 맡았던 것이 전부다. 송 감독은 한국 무대에 대한 사령탑 경험이 전무하다는 우려의 시각에 대해서는 “누구나 처음은 존재한다. 준비를 잘해서 내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사소통 문제에 대해서는 “부모님이 모두 한국인이다. 정서를 잘 이해한다.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출신 답게 자신의 롤모델로 일본 출신 감독을 꼽기도 했다. 송일수 감독은 “한국에선 고양원더스 김성근 감독을 존경한다. 추구하는 야구가 비슷하다. 스스로 움직이면서 보여주는 야구를 한다. 일본에선 고 이시모토 유키오 감독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SS포토] 두산 새 사령탑, 내년에도 잘 해 봅시다~
두산의 새 사령탑에 선임된 송일수 감독이 1일 잠실 구장에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고 있다. / 잠실 | 김도훈기자dica@sportsseoul.com

◇송일수 감독 “마운드, 수비 위주의 야구 펼치겠다”
국내 1군 무대는 처음이다보니, 송일수 감독에 대한 정보도 제한적이다. 올시즌 두산 2군 감독을 맡았는데, 40승 50패 2무로 북부리그 5개팀 중 4위를 기록했다. 승률로 따지면 퓨처스리그 11개팀 중 9위를 기록했다. 송 감독은 “올해 2군에선 이기는 야구보다 육성을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승률이 좋지 않았다. 1군에서는 완전히 다른 야구를 할 생각이다.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투수를 포함해 수비가 받쳐주는 야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선은 좋을 때도 있지만 좋지 않을 때도 있다. 수비를 강화해 실점을 줄이는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해 강한 타선에 비해 투수력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마땅한 전력 강화도 없어 송일수 감독의 ‘마운드 위주의 야구’와는 거리감이 있다. 송 감독은 “주변에서 두산의 투수력이 약하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타선이 좋아지면 투수력이 약해보이는 법이다”고 말했다.

[SS포토] 두산 새 사령탑, 제가 여러분의 감독입니다~
두산의 새 사령탑에 선임된 송일수 감독이 1일 잠실 구장에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고 있다. / 잠실 | 김도훈기자dica@sportsseoul.com

◇두산, 작전야구 펼치나?
송일수 감독은 2군 무대에서 두산의 팀 색깔과는 다른 작전 야구를 많이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송일수 감독은 ‘번트와 도루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는 “번트와 도루는 상대팀에 압박을 준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 부터 적극적인 번트 작전을 펼칠 것인가’는 질문엔 “야구는 흐름이다. 큰 점수차로 이겨도 번트를 할 수도 있고 1점차 승부여도 흐름이 넘어오면 강공을 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포수 출신 답게 두산 안방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두산 포수력은 불안한 요소가 있다. 백업 최재훈이 수술을 하면서 복귀까지 시간이 걸린다. 양의지도 허리가 안 좋다. 남은 기간 준비를 잘해서 양의지가 100경기 이상 나갈 수 있도록 잘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송일수 감독은 “우연한 승리는 있어도 우연한 패배는 없다. 지는 이유를 보완해 팀을 만들겠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송 감독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선수들과 정식 상견례 자리를 마련했다. 송 감독은 모자를 벗은 뒤 “내 머리가 (다 빠져있을 정도로)이렇다. 하지만 젊고 활기차게 하겠다. 김진욱 전임 감독이 그만 두시고 많은 선수들이 세월에 밀려나 분위기가 어수선하지만 세상의 모든 만남에는 이별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다시 생각하면 젊은 선수들에겐 기회가 된다. 분발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송 감독과 선수들은 잠실구장에서 팬 미팅 행사를 갖고 흔들린 팬심을 잡는데 주력했다.
잠실 |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