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최고의 콤비'
임용수 캐스터와 kt 김진욱 감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두 사람은 지난 2년간 캐스터와 해설자로 남다른 '브로맨스'를 뽐내며 야구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임용수 캐스터의 파워 넘치는 진행과 김진욱 감독의 부드럽고 애정가득한 해설은 말 그대로 찰떡궁합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김진욱 감독을 언급한 임용수 캐스터의 말에서는 김진욱 감독에 대한 존경심과 애틋함, 그리고 kt를 잘 이끌어 갈 것이란 굳은 믿음이 묻어나왔다.
Q. 임용수 캐스터하면 kt 김진욱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임용수 캐스터가 본 김진욱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임용수 캐스터 : 정말 따듯한 분이다. 그리고 닮고 싶은 분이다. 매사에 감사하고,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는, 그런 분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친구를 얻었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삶의 좋은 친구. 그분의 따뜻하고 온화한 품성이 방송에서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느냐. 김진욱 감독의 해설에서는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김진욱 감독이 취임식에서 ‘2년간 해설을 하며 자기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고 말씀하시더라. ‘이런 야구를 해야되겠다’가 아니라 ‘내가 지난 2년간(두산 감독시절) 어떻게 지도자로서 생활을 했는지 해설을 하면서 되돌아봤다’고 하셨다. 그 모습 그대로가 너무 좋다. ‘사람이 좋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김진욱 감독에게 우리나라 야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30여년 간 승패에 연연하며 프로야구가 달려왔다면 이제는 거기에서 조금 벗어나서 우리 야구도 발전을 위한 철학이 있어야하고 그에 대한 고민을 해야되지 않겠나. 그런 것들의 토대가 되는 패러다임을 제시해달라고 부탁드렸다.
Q. 김진욱 감독에게 부탁한 '패러다임'이란 무엇인가?
임용수 캐스터 : 김진욱 감독이 굉장히 위트가 있다. 내가 방송 중에 장난을 걸면 나보다 더 심하게 받아친다(웃음). 진짜 의외다. 저질개그가 아니라 굉장히 재밌다. 사람의 긴장감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나는 이런 능력이 지도자에게는 굉장히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쥐어짜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놓을 땐 놓아줘야지 구성원이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김진욱 감독은 이런 능력을 지니고 있다. 두산 선수들은 지금도 ‘감독님한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김진욱 감독과 친구처럼 지낸다. 평상시 얼마나 선수들에게 잘 해줬으면 그러겠나. 어제는 메이저리그처럼 5회말 끝나고 인터뷰도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 해설을 하면서 그런 여유가 생긴 거다. 이런 것들조차도 나는 김진욱 감독이 패러다임을 바꾼 거라고 생각한다. 패러다임이란 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거지만 그 작은 것이 우리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김진욱 감독이 반드시 해낼 거라고 믿는다.

Q. 이야기를 듣다보니 취임식 때 김진욱 감독이 임용수 캐스터를 수석코치로 임명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임용수 캐스터 : 나도 깜짝 놀랐다(웃음). 그런 위트가 있으신 분이다. 원래 그런 분이다. 해설했다고 성격이 바뀌겠나. 우리가 김진욱 감독의 이런 면을 못 봤던 거다. 여담이지만, 김진욱 감독의 수석코치 발언이 나온 후 지인들과 친분있는 야구 선수, 코치들에게 축하 전화를 많이 받았다(웃음).
Q.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감독이란 자리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자리다. 그러다보니 김진욱 감독이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한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실현시킨다 해도 그 가치들이 또다시 예전처럼 팀 성적에 함몰될까 걱정이 된다
임용수 캐스터 : 당연히 걱정이 된다. 김진욱 감독이 해설을 하면서 한 얘기가 있다. “(감독) 한 번은 더 해보고 싶다. 하지만 감독을 하라고 해서 덥석 물지는 않겠다. 못했던 내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온다면 감독을 하겠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성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왜 모르겠나. 하지만 김진욱 감독은 그 여타의 것들을 얼마나 지원해줄 수 있는지를 많이 보셨던 것 같다.
Q. 포괄적인 질문을 하겠다. 임용수 캐스터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임용수 캐스터 : 인생의 지침서다. 나에게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부모님께 남부럽지 않은 좋은 교육을 받아왔지만 야구는 나에게 ‘네가 앞으로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것을 일깨워줬다. 야구엔 인생이 담겨있다. 얼마 전에 SNS에도 올렸지만 정말 감사하다. 그냥 직업일 뿐인데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일을 함으로써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주고 좋아해주고 격려해준다. 관심을 받으면서 이런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항상 나 자신을 ‘빚쟁이’라고 얘기한다. 어떻게든 이 빚을 조금이라도 갚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강의를 다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인생의 후배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미력한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설 수 있다. 그게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이다. 야구는 내 인생의 모토다. 스포츠를 뛰어넘는 성서 같은 지침서다.

Q. 정말 야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스포츠캐스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임용수 캐스터 : 얼마 전에 LA다저스의 빈 스컬리가 은퇴를 했다. 내 건강이 허락하고 사회가 기회를 준다면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래 하고 싶다.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야구도 다양함이 있으니까 재밌는 거다. 똑같은 선수만 있으면 재미가 없다.
Q. 대중에게 어떤 스포츠캐스터로 기억되고 싶나?
임용수 캐스터 : 된장뚝배기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한국 사람에게 매일 스테이크 먹으라고 하면 못 먹는다. 하지만 맨날 된장찌개 먹으라고 하면 죽을 때까지 먹을 수 있다(웃음). 난 그냥 그런 사람이고 싶다.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된장뚝배기 같은 사람. ‘저 사람 중계하면 믿고 볼 만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캐스터가 되고 싶다. 큰 욕심 없다.
Q. 끝으로 야구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임용수 캐스터 :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혈질이 많다. 나는 이런 현상이 사회 현상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참고 있다가 야구장에 와서 모든 것을 분출하는 것이다. 사회에서 해소되지 않은 것을 야구장에서 풀다보니 너무 과격해지는 현상들이 벌어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얘기를 듣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알 거다. 해소할 곳이 없고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거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야구 문화도 예전과 비교해 많이 바뀌었다. 팬들도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상대팀을 비하하는 용어들을 바꾸고 존중하자는 거다. 그런 용어들을 쓰는 것은 우리 야구 문화를 스스로 저급이라고 표현하는 것 밖에 안 된다. 야구인들도 패러다임을 바꾸려 노력해야 하지만 팬들 역시 동참해야 한다. 승패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서로 배려하고 함께하고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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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seoul.com, 임용수 인스타그램, 스카이스포츠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