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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유민상이 여자친구 좀 내려달라며 절규하는 포즈를 짓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코너하다 여친 생기면 어쩌냐구요? 안 생겨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우리도 짝을 찾겠다’며 전국의 싱글들이 거리로 뛰쳐나갔던 ‘솔로대첩’이 화제를 모았다. 그때 자발적으로 MC를 맡은 연예인이 있었다. 바로 개그맨 유민상(34)이다. ‘무적의 솔로부대’ 유민상에게 어쩌면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안 생겨요’는 운명같은 코너다. 그가 솔로의 설움이 서린 에피소드를 내뱉으며 “안 생겨요~”라는 주문을 외치면 객석에서는 ‘웃픈(웃긴데 슬픈)’ 상황에 박장대소가 터진다. “혹시 이러다 코너에서 결혼발표하는 거 아니냐”고 하자 “결혼발표하면 사람들이 폭발하는 거 정말 보고싶어요. 그렇지만 그런 일은 안 생겨요~”라며 울상을 지었다. 솔로에겐 더욱 옆구리가 시린 연말, ‘솔로의 거두’ 유민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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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유민상이 솔로의 쓸쓸함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여자 친구 생길때까지 하면, 최장수 코너 되겠는데요?

키 187㎝에 몸무게 120㎏, 만화 캐릭터 ‘곰돌이 푸’를 연상시키는 푸근한 인상의 유민상은 왜 여자 친구가 ‘안 생기는’ 걸까. “방송처럼 15년간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구요. 마지막 연애는 3년 정도 됐어요. 그런데 그 연애도 긴 건 아니었고, 그 전에는 8년 정도 없었으니까 주변에서는 으레 없다고 생각하죠.”

제일 억울한 건 극중에서 중년 아저씨(풀하우스, 아빠와 아들, 나쁜 사람)나 할아버지(……, 누려) 역할을 하다보니 당연히 애아빠려니 생각한다는 거다. “처음 ‘안 생겨요’ 코너 시작할 때 사람들이 ‘유민상 정말 결혼 안했어?’하는 거에요. 계속 이러다가는 정말 장가 못가겠구나 싶더라니까요. ‘안 생겨요’ 하면 여자분들이 좀 예쁘게 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좀 있어요.”

‘안 생겨요’는 순전히 그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코너다. 전체 틀을 구상하고 음악까지 완성한 다음 함께 할 팀원을 물색했다. “이 코너에 부합하는 친구가 누굴까 생각해보니 0.5초만에 답이 나오대요. 송영길이라고. 느낌이 딱 오잖아요. ‘안 생겨요’는 소위 선수용 개그에요. 두마디 하고 웃겨야 하는 코너라. 제작진도 ‘이 아이템으로 2주나 가겠냐’고 걱정했었어요. 그런데 시청자들도 점점 익숙해지니까 재밌어 하시더라구요. 솔직히 이 코너는 회의도 길게 안해요. 영길이랑 얘기하다보면 워낙 샘솟는 소재가 많아서. 하하.”

코너를 하는 도중 여자 친구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고민은 없을까. 공감이 중요한 개그라 시청자들이 배신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죠. 만약에 여자 친구가 생기면 현실감이 떨어지니까 곤란할 수 있죠. 그런데 그런 일은 안 생겨요. 여자 친구 생길 때까지 하면 최장수 코너가 될 걸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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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유민상이 “여러분은 꼭 연인 생기세요!”라며, 손으로 귀여운 하트를 그렸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25㎏ 감량도 성공하고, ‘1대100’ 우승도 했는데, 안 생겨요

유민상은 2004년 KBS2 ‘폭소클럽-마른 인간 연구 X파일’ 코너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뚱보의 눈으로 ‘마른 인간 세상’의 횡포를 폭로하며 인기를 모은 뒤 KBS 공채 20기 개그맨으로 입사했다. ‘개콘’에서도 ‘풀하우스’의 이놈 아저씨, ‘아빠와 아들’의 먹보아빠, ‘전설의 레전드’의 식탐학생 등 덩치를 이용한 개그로 웃음을 줬다.

그러던 그가 지난 여름에는 무려 25㎏을 감량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빠와 아들’ 종영하고 나서보니 안되겠더라구요. 코너 하면서 정말 아무 생각없이 잘 먹었는데 살이 너무 찐거죠. 이제 여자 친구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모습은 아니지 않나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혹독한 감량 이후 그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선은 좀 달라졌을까. “음…기대했던 여자들 반응은 없던데요. 내가 여자 친구가 없는 건 뚱뚱해서가 아니라 못생겨서였나봐요. 워낙 덩치가 크다보니 어디서든 눈에 띄어서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어도 작업걸기가 아주 불편해요.”

지난 9월에는 KBS2 ‘1대100’에서 당당히 우승하며, 개그맨 박지선, 황현희에 이어 ‘개콘’ 3대 브레인으로 등극했다. 당시 “마음에 드는 여자 후배가 있다. 이름에 S가 들어간다”고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S양이 누구냐고요? 신보라에요. 김기리한테서 뺏으려고요. 하하. 농담이구요. 제가 보기보다 도도해서 대시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마음으로 괜찮다 하는 거지. 제가 좋아하는걸 상대방은 모르니까 아쉽긴 하지만요.”

20기 동기 중에는 신봉선, 박휘순을 빼고 대부분 결혼했다. 올해는 절친 김재욱, 노우진, 이동윤 등이 차례로 결혼해 하객으로 세월이 갔다. “올해 친구들 결혼식은 다 제가 사회를 봤어요. 덕을 쌓았으니 내년엔 좋은 소식 있지 않을까요? 이상형은 내조 잘 해주는 현모양처면 좋겠어요. 나머지는 내가 다 바꾸고 맞춰야죠.”

‘개콘’의 지킴이로 가장 많은 코너에서 우직한 활약을 보인 만큼 올해 연예대상에서는 첫 개인상 수상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가 잘한거라고는 ‘개콘’을 개근했다는 거 뿐인데요, 뭐. 그래도 받으면 엄청 뿌듯하겠죠. 욕심도 좀 나요.”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사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