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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비선실세 최순실 관련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차병원그룹이 이번에는 각종 불법 행위 적발로 망신을 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차병원그룹 차광렬 회장 일가가 불법 제대혈(분만 후 아기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 시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가 지정 기증제대혈은행’ 지위를 박탈했다. 계열사인 차움의원과 차움한의원 역시 불법 광고를 한 혐의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난임 등으로 차병원을 찾던 환자들은 병원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분노하고 있다. 차병원과 함께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연구중심병원들의 경우 지원이 끊길까 애가 타는 실정이다.
◇불법 제대혈 시술·불법 광고로 행정처분 ‘망신’복지부는 지난 27일 차병원그룹 차광렬 회장 일가가 불법 제대혈 시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국가 지정 기증제대혈은행’ 지위를 박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또 이 지위 덕분에 차병원이 지난해 이후 정부로부터 받은 5억1800만원을 환수하기로 했다.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분당차병원에서 차 회장이 3회, 부인이 2회, 차 회장 아버지가 4회 제대혈 시술을 받았다. 제대혈은 정부 승인을 받은 병원이 질병관리본부 승인하에 치료·연구 목적으로만 투여할 수 있다. 차 회장 일가는 공식 연구 참여자가 아님에도 불법으로 제대혈 시술을 받은 것이다. 일각에선 미용이나 노화 방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지부는 차 회장과 함께 불법 시술을 한 차병원 제대혈은행장 강모 교수, 차병원 등을 운영하는 성광의료재단 김춘복 이사장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술 당사자인 차 회장의 부인과 아버지는 수사 의뢰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대혈 시술을 불법으로 받은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병원의 계열사인 차움의원과 차움한의원 역시 지난 27일 복지부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차움의원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의료법상 금지된 환자 후기형 광고 등을 했고, 차움한의원은 의원·한의원 치료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과장 광고한 혐의다. 이들은 각각 3개월, 1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정부 의료영리화 최대 수혜자?차병원그룹은 최근 비선실세 최순실에 대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함께 도마에 올랐다. 차병원그룹이 지난 2010년 프리미엄 건강검진센터를 표방해 설립한 차움의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VIP시설을 이용했고 최순실 씨 자매가 박 대통령을 위해 대리처방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인 2012년부터 2013년 2월까지 최 씨 자매의 이름으로 주사제를 처방받았다. 2013년 9월 2일에는 혈액검사를 받기도 했다. 대통령의 건강정보는 국가 기밀에 해당되지만 외부로 유출돼 논란을 키운 대목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KKC’라는 가명을 이용해 차움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8일 오전 김상만 전 차움의원 의사의 비선진료 및 대리처방 의혹과 관련, 차움의원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 최순실과의 긴밀한 협조관계가 알려지며 차병원그룹을 박근혜 정부 의료영리화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보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차병원그룹은 박근혜 정부 의료영리화 정책의 수혜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바이오헬스케어 규제혁신안이나 유전자검사제도 완화, 차병원 기증제대혈은행 지정도 차병원그룹 특혜와 연결됐다고 보고 있다.
또 정부가 지난 8월 저출산 보완대책으로 난임시술비 지원을 발표하기 앞서 차병원이 난임시술비를 인상한 것과 관련해 사전 정보유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복지부에서 어떻게 빼돌렸는지 모르겠지만 차병원이 난임시술비를 인상했다. 이는 전부 병원 호주머니로 들어갔는데 실태조사를 해봤나”라고 질타했다.
◇환자·연구중심병원 불만·우려↑차병원과 계열 병원의 단골 환자들은 연달아 터지는 불법행위 적발과 관련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2014년 차병원에 제대혈을 기증했다는 한 여성은 “아이들 치료·연구목적으로 쓰인다는 말만 듣고 기증했는데 뉴스를 보니 역겹고 불쾌하다”며 “이거 사기 아닌가? 모여서 소송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차병원에서 출산했다는 한 여성 역시 “수술을 기다리며 제대혈 기증서에 사인하라길래, 폐기해달라고 요청하려다 연구에 쓰인다길래 기증했는데 욕 나오고 토 나온다”며 “역겹다. 이러려고 비싼 돈 주고 거기서 출산한 것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차병원과 함께 정부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 병원들은 사업이 좌초될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분당차병원을 비롯해 길병원, 경북대병원, 고대구로병원, 고대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아주대병원 등 10곳을 1차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했다. 이들 병원은 8년에 걸쳐 병원당 연간 최대 5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예정이었지만 정상적으로 예산이 집행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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