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대표
국내 숙박 O2O(Online to Offline) 기업 야놀자는 새로운 진화를 서두르고 있다. 야놀자 이수진 대표는 조만간 인공지능을 결합한 새로운 숙박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 대표가 야놀자 본사 쇼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강헌주기자] 국내 숙박 O2O(Online to Offline) 기업 야놀자가 새로운 진화를 서두르고 있다. 야놀자는 그간 음지에 머물러 있던 모텔 등 중소 숙박업체를 양지로 끌어내는 데 주력했었다. 야놀자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IT기술을 과감히 도입해 호텔, 펜션 등을 망라한 종합숙박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야놀자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3일 발표한 새 브랜드 미션 ‘누구나 마음 편히 놀 수 있게’에서도 읽힐 수 있다. 영문자로 새롭게 바꾼 기업 아이덴티티(이하 CI)에서는 해외시장 진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야놀자 이수진 대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고객들이 어떻게 하면 야놀자에 더 오래 머물며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텔과 호텔 등이 가족들이 이용하기에는 여전히 불편하다는 지적에 이 대표는 “동감한다. 나 자신도 가족들과 이용할 때는 펜션을 주로 이용한다”며 “새로운 옵션과 서비스를 개발해 가족들도 모텔, 호텔에서 눈치 안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숙박업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여전히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 또 O2O 기업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올해 창립 12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내놓고 또 한번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야놀자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수진 대표를 테헤란로 본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수진 대표
야놀자 이수진 대표는 가족들도 눈치 안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텔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대표가 야놀자 본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O2O산업에 대한 수익성 우려가 높은 가운데 지난해 역대 최고매출을 기록했다.

야놀자는 창립 이래로 지난 2015년 중순까지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기업이다. 지난 2015년 ‘리스타트’를 선포한 이후,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모텔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체질개선을 감행했다. 이 분야에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것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신규 기술 투자와 사업의 수익구조 개편작업을 서둘렀고, 2015년 중순부터 2016년 중순까지 약 1년 여 기간 동안 투자 비용에 의한 적자를 기록했다. 다행히 지난 해 8월부터 월 단위 흑자를 연속 기록 중이다. 올해에는 지금까지 다져온 기존 사업의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고, 또 앞으로 우리가 진행할 신사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숙박업을 넘어 O2O 전체 시장에서 야놀자의 위상과 역할을 기대해달라.

-야놀자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렵고 불우한 유년시절을 지냈고, 그래서 좀더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는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성인이 된 후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실천으로 옮긴 게 시작이었다. 3년 6개월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종잣돈을 모으기로 결심한 뒤, 숙식이 해결되고 지출을 줄이며 돈을 모을 수 있는 숙박업 청소가 지금 사업의 첫 인연이었다. 그렇게 모은 종잣돈으로 샐러드 배달사업을 시작했는데, 1년도 안돼 문을 닫았다. 다시 숙식이 해결되는 숙박업으로 돌아와 다시 종잣돈을 모으며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재도전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숙박업에 있다 보니 중소형숙박의 B2B 사업분야가 눈에 들어 왔다. 부자가 되고 싶어서 재창업을 했지만 그것마저도 쉽지가 않아 숙박B2C 사업으로 전환했다. 결국 부자가 되겠다라는 의지로 사업을 시작했고, 사업을 하는 동안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며 다시 도전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1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게 바로 지금의 야놀자이다.

-창업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수 많은 일을 겪었다. 모텔을 광고하게 해달라고 영업을 다닐 때 문전박대 당하기가 일쑤였다. 그렇게 6개월 동안이나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업을 간 숙박 업소가 바빠 보여 청소나 주차를 대신 거들어 줬는데,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숙박업소 사장이 밥과 술을 사주며 광고매출을 올려주기도 했다. 청소부터 총괄 지배인까지 숙박에 관한 모든 경험을 가지고 있고, 또 진정성 있게 대하니 사장도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사업을 시작했다곤 하지만, 영업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영업을 하러 다녔으니 얼마나 어설프게 보였을까 싶기도 하고.

-현재 야놀자 프랜차이즈 모텔 숫자가 122개에 달한다. 프랜차이즈 모텔을 직접 운영해 얻은 이점은.

소비자는 지역에 상관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원하고, 그렇기 때문에 프랜차이즈에 방문한다. 지금까지 중소형 숙박시설의 서비스는 일원화되지 않고 들쭉날쭉했다. 야놀자는 숙박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인 국내 넘버원 기업으로 자부한다. 지금까지 음지에 있던 숙박 시장을 양지화하고 한정된 수요를 확장하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것이다. 5년 전 첫 시작 때부터 올해 연초 122호점 돌파까지, 프랜차이즈를 통해 공간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룰 수 있게 된 점,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것을 우직하게 하며 점주분들과 고객들의 신뢰를 얻게 된 점, 무엇보다 아직도 나아가야 할 길이 멀지만 숙박업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점 등이 소득이다.

-야놀자 관련 앱이 많아 정리가 안된 느낌이다.

우선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셨다. 야놀자는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각 서비스 별 앱으로 타깃 고객에게 접근했었다면, 현재의 고객들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동일한 혜택을 누리길 원한다. 지난 해 10월 야놀자는 업계 최초로 모든 숙박 서비스와 콘텐츠를 ‘야놀자’ 앱 하나로 통합했고, 종합 숙박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후발주자들도 우리를 따라 했고, 고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잠시 이탈했던 고객들도 다시 충성고객으로 바뀔 정였다. 기존에 있던 야놀자 관련 앱들은 이용자 DB가 빠지면 순차적으로 야놀자에 통합해 운영할 것이다.

-숙박 플랫폼 기업치고는 꽤 IT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향후 고려하고 있는 IT 기술이 있다면.

야놀자는 숙박 예약 서비스로 출발해 이젠 명실상부한 종합 숙박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이용자의 관점에서 무엇이 편리하고 무엇이 더 나은지를 연구하며 현재까지 이르게 됐다. 실제로 고객들도 ‘중소형 숙박 시설이 이렇게까지 발전했나’할 정도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우리가 적용하고 있는 기술들은 업계 최초의 것들로, 향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기술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수진 대표
야놀자 이 대표는 ‘리스타트’ 선포 이후 종합숙박플랫폼으로 가기 위한 인재 영입을 적극 추진했다고 밝혔다. 야놀자의 가장 큰 경쟁력이 맨파워라고.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야놀자는 중국 알리페이 결제가 가능하다. 또 중국어 모텔 서비스 ‘야왈바’를 출시했다. 중국 시장에 유독 공을 들이는 것 같은데.

한국에 가장 많이 유입되는 관광객은 중국인들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있어서도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야놀자는 그 동안 중국 자유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기획해 왔다. 그 결실이 알리페이 입점, 야왈바 론칭, 숙박업계 최초이자 유일의 씨트립(중국여행사이트) API 연동이다. 여행문화가 고도화될수록 자유여행에 대한 니즈는 더 커질 것이고, 우리의 도전도 계속될 것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야놀자의 플랫폼과 서비스가 통할 수 있는 곳이라면 못할 이유가 없다. 중국 외 다른 나라에 대한 서비스는 올해 안에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보복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사드문제에 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조속한 시일내 해결해주기를 기대한다.

-O2O 기업들 대부분이 초반 홍보를 위해 MAU(월간 사용자 수)에 집착하고 있다. 하지만 야놀자는 MAU보다는 실제 이용자 수 증가를 위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대중적 인지도가 전혀 없다. 알릴 기회조차 제대로 얻기 힘들다. 그렇기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은 후 MAU를 높이기 위해 리워드 마케팅, 쿠폰 발급 등 과도한 비용을 소비한다. 그런 방식이 초반에는 눈에 띌 수 있지만, 소비자는 우리보다 현명하고 똑똑하다. 단순히 MAU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가 사용하진 않는다. 물론 이득만 취하는 체리피커는 있을 수 있겠죠. 그러다 보면 또 광고를 통해 MAU를 올려야 하고 결국 비용만 소비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우리는 그런 부분을 경계한다. 무의미한 MAU 대신 야놀자 앱내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고 있다. ‘놀아보고서’, ‘떠나보고서’ 등을 통해 내 놀이와 여행 경험을 주위와 공유하고, 캐스트를 통해 야놀자를 사용하는 이들과 교류하는 것이다. 또 이용자 입장에서 ‘무얼 원하는지’를 고민하고 설계한다.

이수진 대표
야놀자 이수진 대표가 본사 쇼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현재의 성장세로 보아서는 주식 상장도 곧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시겠지만 상장은 우리가 ‘언제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우리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2020년 이내에는 상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지만 숙박앱에 대한 색안경은 여전하다.

우리는 숙박 문화의 질적 발전을 이끌고 이 시장의 양성화를 목표로 한다.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의 사명감이 있다. 그렇기에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것이다. 주차장의 차량 가림막을 없애고, 프런트를 오픈형으로 바꿨다.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중소형 숙박 시설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MOU를 체결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우리의 노력이 당장은 전체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진심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야놀자를 좀 더 이해하고 격려할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모텔이나 호텔 등이 가족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동감한다. 나도 가족과 함께 국내 여행을 하다보면 펜션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새로운 옵션과 서비스를 개발해 가족들도 모텔, 호텔에서 눈치 안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야놀자의 가장 큰 경쟁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야놀자는 숙박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인 기업이다. ‘리스타트’ 선포 이후 종합숙박플랫폼으로 가기 위한 인재 영입을 적극 추진했다. 지난 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도 바로 각 포지션에 특화된 인재 영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공간혁신기업으로 진일보 하는 데에는 바로 맨파워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국내 최다 숙박 DB와 이용자수, 매출액 등 국내 1위 기업임을 말해주는 수치들도 있을 수 있다. 이외에도 프랜차이즈, 야놀자 TV, 마이룸 등 독보적인 서비스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상호 보완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점도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감명 깊게 읽은 책 3권만 추천해달라.

가장 먼저 스펜스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를 들 수 있다. 20대 시절 안주하는 삶을 벗어 던지게 한 책이다. 다음은 호아킴 데 포사다·엘런 싱어 공저의 ‘마시멜로 이야기’다. 마음이든, 돈이든, 능력이든 바로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모아서 미래를 위해 소비하는 것을 생각하게 한 책이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도 기억에 남는다. 진정한 부자의 의미, 진정한 자산과 부채의 구분, 수입과 지출의 의미 등을 알게 해준 책이다. 위 세 권은 다 20대 초반에 접한 책으로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하나만 더 추가한다면 신병철 저 ‘통찰의 기술’이다. 사물이나 생각을 뒤집어 보거나 다 방면으로 보며 생각의 전환을 시도하게 만들어 준 책이다. 사업 초창기에 읽으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

lemos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