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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 때는 태극마크가 선수생활 최대 목표였다.”
이른바 ‘고척 참사’로 명명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은 그라운드 위에서 뛴 선수들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계 전체에 각성을 주문했다. 병역혜택이나 프리에이전트(FA) 기간 단축 등 뚜렷한 당근책 없이 애국심과 정신력에만 호소해서는 국가대표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김인식 감독은 “20년 전까지만 해도 태극마크가 선수생활의 최대 목표였던 선수들이 많았다. 가슴에 ‘코리아’ 팔에 태극기를 붙인 유니폼을 입으면 없던 힘이 솟아 났다. 요즘은 이런 자부심이 퇴색된 게 사실이다. 누구 탓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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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사무라이 재팬’ 필요하다
한국이 WBC 1라운드에서 탈락한 ‘사건’은 미국과 일본에서도 화제였다. 최소 4강 이상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야구강국이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탈락한 것에 외신들도 이변으로 평가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릭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벽에 가로 막힌 일본은 2013년 WBC 이후 ‘사무라이 재팬’을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4년 11월 출범한 NPB 엔터프라이즈는 일본프로야구 선수회와 12개 구단이 힘을 합쳐 성인 대표팀은 물론 연령대별, 여자, 사회인대표팀을 통합 관리한다. 12개 구단 대표가 NPB 엔터프라이즈 이사를 겸임하면서 소속팀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국가대표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기 위해 1년에 서너차례 메이저리그나 다른 나라 대표팀과 친선경기 형태로 국가대항전을 치르기도 한다. 이른바 ‘A대표’뿐만 아니라 연령대별 다양한 대회를 유치해 어릴 때부터 대표팀 차출에 자부심을 느끼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크고작은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어린 사무라이 재팬은 NPB 드래프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스카우트들의 집중 관리를 받기도 한다. 선수 선순환 측면에서도 강력한 동기부여가 이뤄지고, 대표팀 선발이 돈과 명예를 한 번에 거머쥘 수 있는 강력한 촉매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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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에 대한 ‘존중’ 절실하다
대표팀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맹위를 떨친 한 베테랑 선수는 “대표팀은 잘해야 본전, 못하면 욕만 먹는다. 이런 의미에서는 차라리 3월에 치르는 WBC가 낫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에서 내 것만 하면, 또 팀 성적이 뒷받침되면 국제대회에서 부진했던 일이 쉽게 잊혀진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고액연봉자들이 등장해 “100억 원을 넘게 버니 절박함이 사라졌다”는 비난이 공존한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도 상반된 여론을 모르는 게 아니라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그라운드에 나선다. 소속팀 선수들을 사실상 방치하는 구단 경영진의 행태도 아쉬운 대목이다. 스프링캠프 기간과 겹쳤다고는 하지만 WBC 1라운드 세 경기를 치르는 동안 일부 구단 경영진만 서울 고척 스카이돔을 찾았다. 소속팀 선수가 부상해 복귀하면 “대표팀 때문에 전력에 차질이 생겼다”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코칭스태프가 “훈련을 강요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발만 동동 구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선수들이 “정말 이러려고 태극마크를 달았나, 자괴감이 든다”고 푸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가 감탄한 대한민국 야구를 대표하는 자리인만큼 선수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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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채찍·당근’책 정립해야
현실적인 당근과 채찍도 필요하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병역혜택이라는 확실한 당근이 있다. 프리미어12나 WBC는 병역혜택이 없어 죽기 살기로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병역혜택에 상응하는 당근책으로는 FA 일수 단축과 차출기간 내 참가활동비 지급이 대표적이다. 프로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리는 만큼 선수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혜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모 선수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연금을 받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국위선양 이면에는 개인의 이익도 들어있다는 의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부터 ‘올림픽은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은 금메달, WBC는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FA 등록일수를 보상해주던 규정을 개선해 대표팀 소집 시점부터 해산할 때까지 성적과 상관없이 보상하기로 했다, 물론 상응하는 채찍도 있어야 한다. 가령 태극마크를 달고 병역혜택 등 수혜를 누린 이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국제대회에 참가하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음주운전 등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을 때에는 혜택을 취소하는 등 강력한 제재도 필요하다. 책임과 권한을 동등하게 부여해야 국가대표의 품격도 높아진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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