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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별들의 잔치는 기록의 잔치로 마무리됐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지네딘 지단(프랑스) 감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는 또 한 번 웃었고 유벤투스와 잔루이지 부폰(이상 이탈리아)은 이번에도 고개를 숙였다. 4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티다움에서 열린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의 4-1 완승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다양한 기록들이 쏟아져 나와 눈길을 끌었다. 매년 지구촌 축구팬들의 눈을 사로잡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이지만 올해만큼 많은 스토리를 남긴 적도 없었다.
◇레알, 챔피언스리그 재편 뒤 이후 첫 ‘2연패’유럽축구연맹(UEFA)은 지난 1992년 기존 유러피언컵을 챔피언스리그로 개명한 뒤 각국 리그 챔피언은 물론 2~4위팀들도 참가해 명실상부한 유럽 최고의 클럽 대항전으로 열리도록 확대했다. 공교롭게 챔피언스리그로 재편된 뒤로는 2연패한 팀이 나타나질 않았다. 그만큼 챔피언스리그 내 각 팀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실력이 비슷해졌다는 뜻이다. 1994년 우승팀 AC밀란(이탈리아)은 이듬 해 준우승했고, 1996년 정상에 올랐던 유벤투스(이탈리아)도 이듬 해 결승에선 도르트문트(독일)에 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는 2008년 우승 뒤 상승세를 이어가 2009년에도 결승 진출에 성공했으나 바르셀로나(스페인)에 0-2로 완패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지난 25년간 높았던 ‘2연패’의 벽을 허물었다. 유러피언컵 시절을 포함해 통산 12번째 정상 등극(역대 최다)을 뜻하는 스페인어 ‘라 두오데시마’를 이룩한 레알 마드리드는 두 번째로 우승이 많은 AC밀란(7회)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특히 최근 4년간 3번이나 챔피언이 되면서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득점왕 5연패+600골, 호날두의 시대는 계속된다레알 마드리드의 대기록을 논할 때 간판 공격수 호날두를 빼놓을 수 없다. 호날두는 유벤투스전에서 전반 20분 다니 카르바할과의 연계플레이를 통해 세계적인 골키퍼 부폰이 지키는 상대 골문을 허물고 이날 경기 선제골을 넣었다. 이후 유벤투스의 마리오 만주키치의 동점포(전반 27분)에 이어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 카를로스 카세미루의 중거리포(후반 16분)가 오가면서 팽팽하게 이어지던 승부는 후반 19분 호날두의 두 번째 골이 터지면서 사실상 승패가 갈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교체투입된 마르코 아센시오가 후반 45분 쐐기포로 4-1 대승을 완성했다.
호날두는 승부사였다. 그는 16강까지 단 두 골에 그치며 “한 물 갔다”는 비판을 따갑게 들었다. 30대로 접어든 나이를 고려하면 앞으로는 호날두의 폭발적인 득점 행진도 보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호날두는 8강부터 불을 뿜으며 자신을 둘러싼 비판을 잠재웠다.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 1~2차전에서 5골을 쓸어담은 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준결승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폭발하더니 결승에서도 두 골을 몰아쳤다.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12골로 평생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11골)를 제치고 5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앞선 4시즌에서 연달아 챔피언스리그 최고 골잡이에 올랐던 호날두는 올해도 이 부문 타이틀을 따내면서 메시(2008~2009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의 4연패를 따돌리며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호날두는 관록이 붙으면서 원래 자신의 포메이션인 측면 날개에서 벗어나 스트라이커로 보다 앞에서 플레이했다. 체력 소비를 줄이면서도 탁월한 골 감각은 이어나가 2017년을 다시 한 번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호날두는 이날 자신의 성인무대 통산 600골 기록까지 더했다. 그는 이날 두 골을 합쳐 프로 데뷔 이후 소속팀에서 529골, 대표팀에서 71골을 기록했다. 프로 경기와 A매치의 골을 합산해 딱 600골을 채웠다.
◇2연패+2관왕, 감독 2년차 지단의 기록들지단에게도 특별한 날이었다. ‘스타플레이어는 명장이 될 수 없다’는 축구계 불문율을 지단이 깨트리고 있음을 알렸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2001~2002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맛봤던 그는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감독으로 팀을 유럽 정상에 이끄는 기염을 토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한 지단은 이후 레알 마드리드 1군 코치 등을 거쳐 2014년 성인 2군인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의 지휘봉을 잡았다. 2군 사령탑 시절엔 자신의 아들에게 주장 완장을 차게 하는 행동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지만 지난해 1월 경질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후임으로 1군에 입성한 뒤엔 달랐다.
지난해 5월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12월 클럽월드컵 정상을 차지하며 감독의 풍모를 과시한 지단은 2016~2017시즌엔 레알을 5년 만에 스페인 라 리가 우승으로 이끌어 주목받더니 챔피언스리그 2연패 위업까지 일궈냈다. 지단 감독은 자신의 위용을 앞세우기보다는 화려한 선수들의 존경을 받는 ‘형님 리더십’으로 다가갔다. 부임 이후 카세미루와 이스코 등을 스타플레이어로 성장시키는 등 새 멤버 발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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