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역시 '갓경규'다. 이경규가 아침부터 겸손과 독설이 공존하는 명불허전 입담으로 클래스를 입증했다.
11일 방송된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 FM'에는 개그맨 이경규가 깜짝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경규와 DJ 김영철은 오랜 시간 함께해온 선후배 관계이다. 지난 5월부터는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배달왔습니다'를 진행 중이다. 이에 DJ 김영철이 이경규를 직접 섭외하면서 아침 방송 게스트 출연이 성사됐다.
이경규는 방송 시작부터 입담을 쏟아냈다. 트레이드 마크인 버럭 개그를 요청한 한 청취자에게 그는 "화는 이미 나 있다. 왜 이 아침에 방송을 하는가"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전 7시~9시 라디오 방송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 방송을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났다고.
이경규 하면 영화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25년 전 발표한 '복수혈전'의 한 장면을 재연한 이경규는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 같은 과거를 왜 떠올리게 하느냐. 약 올리는 거냐"며 버럭했다. 그는 ''복수혈전'이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태어나선 안 될 영화였다"고 농을 친 뒤 "그냥 하고 싶은 걸 한 것이다"고 회상했다.
라디오 DJ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여러 차례 DJ 제안을 받았다는 이경규는 "능력도 부족하고, 인문학적 소양도 떨어져 거절했다. 그래도 만약 DJ를 한다면, 정오 시간께 30분짜리 진행을 하고 싶다. 출연료는 2시간 하는 DJ들과 같은 수준으로 말이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후배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선 "특별하게 충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충고가 잦다 보면 상대와 적이 될 수 있다. 칭찬을 자주 해주고, 가끔 충고를 해주는 정도다. 특히 오랫동안 지켜보다 안 될 것 같은 후배들은 가까이 하지 않는다"고 나름의 철학을 밝혔다.
최근 DJ 김영철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독일에 다녀와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이경규는 "김영철이 거만해지는 것 같아 '네가 생각할 사람은 이경규 강호동뿐이다'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영철이 너무 거만해질까 봐 현실을 알려준 것일 뿐"이라며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겸손'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이경규는 '복면달호'의 OST '이차선 다리'를 부르며 "한강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데, 이 노래가 나왔다. 그때 마침 다리도 2차선 다리였다. 흐르는 눈물을 느끼며 '내가 왜 이러면서 살까'라고 고민했다"고 자체 내레이션을 깔아 폭소를 자아냈다. 그러면서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 -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이 생각났다며 "내가 MC를 해야 한다"고 끝까지 웃음을 안겼다.
사진ㅣ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