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황철훈·이우석기자] 양극화된 여름과 겨울, 살을 에는 추위와 열대 못잖게 무더운 더위를 다 갖춘 대한민국. 시원한 냉면이 한국인의 여름을 그나마 시원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 이면에는 냉면의 역할을 받쳐주는 ‘냉식(冷食)’의 활약도 상당하다.고소한 콩국에 국수를 말아 건강까지 챙기는 콩국수, 차갑고 뜨거운 맛의 고추장을 얹은 비빔국수, 간장육수에 살짝 찍어먹는 메밀국수,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육수에 찬밥을 말아낸 김치말이밥과 묵밥 등 냉반(冷飯)류. 모두가 잠시나마 더위를 잊고 여름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여름의 식단이다. 덕분에 아직까진 피서 생각 없이 7월을 보내고 있다. 아! 물론 팥빙수와 아이스아메리카노의 공도 있긴 하다. 덥다고 매일같이 냉면만 먹을 수 있나. 청량감 속 맛있고 영양 두둑한 ‘차가운 밥상의 뜨거운 유혹’을 헤아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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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북손만두 김치말이밥

◇서울 무교동 리북손만두 김치말이밥=

점심시간이 되기 전 서둘러 도착한 리북손만두집. 이미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하고 문밖으로 서너 팀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발 늦었다. 결국 이번에도 김칫국부터 마신 셈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영접한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 김치말이밥.

커다란 냉면그릇에 담겨온 빠알간 김칫국물에 송송 썬 잘 익은 김치, 채썬 아삭한 오이와 고소한 참깨 ,시원한 얼음이 동동~ 그리고 빙산의 일각처럼 살짝 솟은 하얀 밥.

일단 양과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김칫국물은 텁텁하거나 맵지 않고 시원하고 담백하다. 젓갈을 쓰지 않고 담은 김치에 맑은 사골육수로 맛을 낸 국물은 뜨거운 여름날 시원한 청정계곡을 만난 것처럼 청량감마저 든다. 여기에 고소한 참기름(호불호가 갈리지만) 향이 입가에 퍼지면 궁극의 맛이 완성된다.

국물을 한 번 들이켜면 자꾸 들이켜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결국 김칫국만 마시다 배가 불러 정작 밥은 한술도 못뜰 수도 있다.

●가격=김치말이밥(국수)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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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집 냉콩국수

◇서울 여의도 진주집 냉 콩국수=

여의도의 콩국수 맛집으로 소문 자자한 이 곳을 찾기 위해 서둘러 나섰다.

아뿔싸, 예상대로 벌써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족히 200명이 넘는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설상가상 초복이었다. 다행히 줄은 빨리 줄어 생각보다는 먼저 자리 한켠을 차지할 수 있었다.

스테인리스 냉면 그릇에 담겨온 냉 콩국수는 탱탱한 면 위에 뽀얀 콩국물이 가득했다. 되직한 콩국물은 플레인 요구르트처럼 무척 부드럽고 걸쭉하다. 또한 콩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입안 가득 진한 고소함만이 한가득이다. 일반 소면보다 약간 굵은 면은 적당한 찰기로 굳이 가위로 면을 자르지 않아도 입으로 쉽게 잘라 먹을 수 있다.

반찬으로 나오는 새빨간 보쌈김치는 뽀얀 콩국수와 극한의 색감 대비로 보는 것만으로 침샘을 자극한다. 갖은 양념을 잘 버무린 아삭하고 달곰한 보쌈김치와 담백한 콩국수는 환상의 궁합이다. 다만 비싼 가격과 1시간 주차권을 500원에 구매해야 하는 점은 좀 아쉽다. 결국 주차비 포함하면 만원 짜리 콩국수를 먹은 셈이다.

●가격= 냉콩국수 9500원

영일분식
영일분식 칼비빔국수

◇서울 문래동 영일분식 칼비빔국수=

영등포 문래동 철공소 뒷편에서 칼국수 하나로 이름을 떨친 곳. 특히 여름이면 졸깃한 수제면에 칼칼한 양념을 얹어 비벼낸 ‘칼비빔’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좁은 철공소 골목에 낯선 차림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드리운다. 딱 11시 반부터다.

메뉴는 단촐하다. 조개와 멸치를 넣고 푸짐하게 끓여낸 칼국수. 그리고 면을 삶자마자 소쿠리에 찬물로 헹궈 매콤달달한 양념과 채소를 함께 비벼먹는 ‘칼비빔’(이 두 가지는 칼국수 대신 소면으로 해주는 메뉴도 있다). 여기다 함께 곁들여 먹는 메밀만두가 끝이다.

입맛 돋우는 국물과 양념, 푸짐한 양에다 가격도 저렴(모두 5000원)해 인기 높다. 인근 단골부터 멀리서 이곳까지 찾아온 이들이 많다.

칼비빔 양념은 고추장 베이스에 깨와 채소를 듬뿍 넣어 칼칼하면서도 고소하다. 압권은 면발. 심이 제대로 박힌 굵은 칼국수라 씹는 맛이 좋다. 삶자마자 찬물에 헹구고 얼음을 넣어 내니 자작감(咀嚼感.씹는 맛)이 더욱 좋다.

●가격= 칼비빔국수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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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 냉메밀

◇서울 종로 미진 냉메밀=

1954년 개업해 50년을 훌쩍 넘긴 서울 대표 ‘메밀국숫집’이다. 봉평에서 매일 직송한 메밀로 뽑은 메밀국수는 세대를 넘어 반세기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중년의 아주머니와 앳돼 보이는 20대 아가씨, 회사원으로 보이는 40~50대 중년 신사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손님이 이곳을 찾는다.

껍질을 제거한 메밀과 달걀 노른자를 넣어 반죽해 만든 메밀면은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함이 살아있다. 주전자채 가득 담겨 나온 장국과 다진 무, 송송 썬 파와 김가루가 작은 그릇에 가득 가득하다. 남 눈치볼 필요 없이 취향대로 맘껏 넣어 맛볼 수 있어 좋다.

장국은 짜지 않고 약간 달달해 다진 무와 파, 김 그리고 겨자를 살짝 풀어 메밀면을 적셔 먹으면 메밀 향과 장국의 상큼함이 잃어버린 여름철 입맛을 금세 되찾아준다.

●가격= 냉메밀(1인분 2판)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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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카페 냉국수

◇경기 부천 진달래카페 냉국수 & 비빔국수=

부천종합운동장 국궁장 안에 자리한 진달래카페는 부천의 봄꽃 명소인 진달래 동산이 한눈에 보이는 시원한 전망을 자랑한다.

카페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이곳은 주 메뉴는 엉뚱하게도 국수다. 몇해 전부터 SNS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의외의 맛집으로 소개돼 입소문을 타고 주가 상승중인 맛집계의 신흥 강호다.

살얼음이 동동 뜬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채썬 동치미와 오이 그리고 새콤한 열무와 노란색 소면이 가득하다. 새콤하고 감칠맛 나는 동치미 국물이 더위로 막힌 속을 뻥 뚫어준다. 여기에 새콤한 열무와 아삭한 동치미 채가 치자를 넣은 노란색 소면을 만나 여름철 최고 별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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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카페 비빔국수

또한 이 집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별미 비빔국수는 여타 국숫집과 달리 자극적이지 않아 마치 집에서 정성스레 만들어주신 할머니 손맛을 느낄 수 있다. 태양초 고춧가루와 레몬 그리고 직접 담근 매실청을 넣고 5일간 숙성시켜 만든 특제 비빔장이 비법이다.

치자를 넣은 노란색 소면은 여름을 이기는 ‘비밀 병기’다. 치자는 몸 안의 열기를 내려주고 숙면에 도움을 주는 효능이 있어 여름철 건강에 도움이 된다.

●가격= 냉국수 6000원, 비빔국수 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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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밀면

◇부산 춘하추동 밀면=

냉면에 대항하는 부산 사람들의 솔푸드 밀면. 살얼음 낀 육수에 밀가루 면을 말고 그 위에 화끈한 양념을 얹어 낸다. 밀면 특유의 매끈한 식감도 좋고 달달하면서도 매운 양념이 입맛을 살려 여름나기를 돕는다. 가격도 ‘착하다’. 전국의 냉면집들이 매년 ‘메밀값 인상’을 이유로, 수은주가 오를 때마다 그에 맞춰 냉면값도 가파르게 올렸지만 밀면은 그러지 않았다.

부산에는 수많은 밀면집이 있는데 이중 서면에 위치한 춘하추동은 부산 시민들사이에 밀면 육수맛이 좋기로 소문난 집이다. 갓 쪄낸 만두와 함께 내는 밀면을 후루룩 들이켜면 더위가 싹 가신다. 든든한 한끼로 포만감도 보장한다. 기계로 제면한 밀면은 메밀면보다 매끄러워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쪼로록 빨아대는 특유의 쾌감이 있다. 살짝 한약재 맛이 감도는 국물 역시 진하고 담백해 가히 부산 ‘3대 밀면’으로 꼽힐 만 하다. 맛이 좋은데다 값까지 저렴하니 인기없을 리가 없다.

●가격=밀면 6000원 비빔면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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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구락부 들기름 메밀순면

◇서울 마포 청춘구락부 들기름 메밀순면

= 원래 소문난 양대창집인데 후식 냉면이 올해 평양식 꿩냉면으로 바뀌며 여름 장사에 자신감이 붙었다. 꿩냉면과 함께 들기름 메밀순면이 생겼다. 들기름에 간장을 끼얹어 메밀순면에 비벼먹는 들기름 메밀국수는 담백하고 메밀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슴슴한 국물을 꺼리는 이들에게도 짭조름한 맛으로 어필한다. 글자 그대로 막국수. 재료는 단순하다. 자가 제면한 100% 메밀 순면에 들기름, 간장, 김가루, 들깨가루를 쓱쓱 비벼먹는 것이 전부다. 식재료 종류가 얼마 없는 만큼 재료의 질이 관건이다. 직접 짠 들기름과 간장을 써 맛이 담백하다. 메밀 순면도 그날그날 반죽한 것을 쓰기에 향이 그대로 살았다. 단순함의 미학이다.

인기 점심메뉴인 차숙이(차돌박이 숙주볶음)를 먹고나서 마지막으로 즐기기에 딱이다.

강원도에는 냉면집이 별로 없다. 메밀로는 막국수를 만든다. 고추장을 쓰기도 하지만 이처럼 간장을 쓰기도 한다. 원조는 용인(고기리 장원막국수)에 있다. 이집에서 처음 선보였다.

●가격= 들기름 메밀순면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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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각 냉짬뽕

◇서울 망원동 행운각 냉짬뽕

= 중국냉면과 함께 중국집 대표 여름 음식으로 냉짬뽕이 꼽힌다. 사실 냉짬뽕은 낯설지만 매콤한 국물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잡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중국냉면 특유의 감칠맛나는 시원한 국물에 칼칼함이 더해진 냉짬뽕은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살얼음이 가득한 육수에 채를 썬 오이와 당근 그리고 해파리 냉채와 한번씩 볶아낸 오징어와 새우가 소담스럽게 올라있다. 중화면 특유의 통통한 면발이 차가운 냉짬뽕 육수를 만나 더욱 탱탱하게 느껴진다.

사골을 고아낸 육수와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섞어 육수를 만들었다. 여기에 갖은 양념과 태양초 고춧가루를 넣어만든 양념에 배를 갈아넣고 마지막으로 굴소스를 넣어 국물을 완성했다.

냉짬뽕 국물맛은 짬뽕 특유의 칼칼한 매운맛이 그대로 살아있고 평양냉면의 깊은 육수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탱글탱글한 중화면과 통통한 새우, 오징어가 아삭한 살얼음 육수를 만나 환상의 ‘케미’를 자랑한다. 얼큰한 짬뽕국물과 시원한 냉면이 동시에 먹고싶을 땐 이제 더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다. 냉짬뽕 하나면 끝.

●가격= 냉짬뽕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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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당 냉우동

◇안동 신선식당 냉우동

= 짜장면집 이름치곤 이상하다. 한식당. 그것도 찌개백반을 팔 듯한 이름이다. 하지만 안동 신시장 쪽에 자리한 이곳은 여름에 특히 문전성시를 이룬다. ‘냉우동’이란 독특한 메뉴가 현지인 뿐만 아니라 안동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한다.

냉우동은 사실 여러 곳에서 팔지만 이곳의 냉우동은 독특하다. 멸치육수 국물을 시원하게 식혀 쫄깃한 중면 우동을 시원하게 말아낸다.

고명으론 단무지 채를 한가득 올린다. 반죽만 숙성시켜놓았다가 바로 면을 뽑아 냉우동과 짜장면을 만들어 준다.

미리 뽑아놓지 않아 금세 붇지 않고 졸깃하니 씹는 맛이 좋다. 국물도 시원해 해장으로도 좋고,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양이 푸짐해 한끼 식사로도 안성맞춤. 아삭한 단무지 채를 곁들여 먹으니 따로 반찬이 필요없다. 시골 옛날 간이 중국집의 맛을 내는 짜장면도 맛있다.

●가격= 냉우동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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