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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난 구린 걸 못 참는 스타일리스트, 그게 내 강박이자 내 음악의 이유다.”
타협없이 24년째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승열(47)이 ‘요새 드림 요새’라는 알쏭달쏭한 타이틀을 내건 6집 앨범을 최근 발표했다. 앨범 타이틀만 보면 난해해 보이지만 음악까지 난해하진 않다. 충분히 대중성도 갖춘 매력적인 노래들로 가득차 있는데, 심지어 이승열의 유머감각을 엿볼 수 있는 지점도 있다.
충성도 높은 매니아층을 거느린, 일명 ‘나만 알고 싶은 가수’의 대표 주자 중 한명인 그는 새 앨범에서 블루스에서 앰비언트까지, 모던록이라는 한계와 틀을 넘어서는 다채로운 사운드의 향연을 펼쳤다.
블루스적 색채가 더 짙어진 새 앨범에 대해 이승열은 “앨범마다 구사하는 것들이 변덕스럽게 변한다. 가장 크게 고려하는 건 스타일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구리게 느껴지는 게 싫다. 그런 의미에서 난 스타일리스트”라며 “스타일, 그건 내 강박이자 내 음악의 이유다. 매번 다른 걸 표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새 앨범에 대해 이승열과 나눈 일문일답.
-‘요새 드림 요새’라는 새 앨범명의 뜻은.별 의미는 없다. 앨범을 내기 전 어떤 문구라든가 아이디어를 캐치하는 과정에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책 제목을 잘 지어야 하듯 보통 앨범을 낼 땐 타이틀이 상징하는 걸 찾아야 하는데, 이번엔 꿈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도 꿈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렇다면 현실은 참 재미없는 꿈이거나 악몽일 것이다. 물론 간간이 반짝이는 지점은 있지만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모든 과정이 현실이나 꿈, 모두에서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을 상상했다.
우연히 커피를 마시다가 ‘요새 드림 요새’라는 말을 떠올렸다. 앞뒤가 똑같은 재밌는 표현이고, 캐치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체는 모르겠는데 ‘요새’라는 단어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앞의 ‘요새’는 요사이의 줄임말이고, 뒤에 있는 요새는 성곽처럼 탄탄히 쌓은 방어시설이란 의미가 있다. 다양한 의미가 생기는 그런 말장난이 재밌었다. 굳이 어떤 의미를 살 붙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필연적으로 떠오른 타이틀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6집 앨범명 ‘요새 드림 요새’는 기존 이승열의 앨범 작명법과 다르다. 4집 타이틀은 ‘V’, 5집 타이틀은 식스(SYX)’였다. 1집과 3집은 수록곡 제목과 앨범명이 일치한다. 곡 제목과 앨범 타이틀이 다른 건 2집 ‘인 익스체인지’ 이후 두번째다.수록곡 중 대표곡이든 아니든 한 곡의 제목을 앨범 타이틀과 일치하는 게 좋다고 원래 생각해 왔다. 1, 3집은 일치시켰는데, 4, 5집은 앨범 순서대로 가는 게 싫어서 장난을 쳤다. 이번엔 장난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본의아니게 팬들에게 혼선을 주는게 재미있는데 이번엔 작업 결과물을 공유하는 데 있어 진정성 있게 보이고 싶었다. ‘요새 드림 요새’이란 말은 한달여간 ‘멍때리기’하며 만든 결과물이다.
수록곡 제목을 새 앨범 타이틀로 삼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란 건 아니다. 이번 앨범 타이틀을 짓기 전 수록곡 제목이 다 나와 있었는데 그 중 앨범 타이틀으로 삼을 제목을 발견하지 못했다.
예전엔 한 앨범을 이끌어갈 리더 격인 노래가 한두곡 나오면 다른 곡은 그 곡에서 힌트와 실마리를 얻어 가지치기 하는 느낌으로 작업해왔다. 어떻게 보면 편한 작업일 수도 있다. 10곡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면 1, 2번 곡을 만든 뒤 그것을 스스로 벤치마킹해 확장해 가는 재미를 느꼈었다. 4집 ‘V’는 그런 식으로 만들었다.
반면 이번 ‘요새 드림 요새‘은 소설집에 빗대면 따로 따로 쓴 단편을 모은 컬렉션 느낌이 강하다. 많이 내려놓고 한곡씩 툭툭 던지는 기분으로 만들었다. 각 노래마다 연관성이 있다고 보진 않는데, 그런 것도 나름 재미있더라.
-이번 앨범엔 은근한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 1번 트랙 ‘지나간다’ 후주 부분에 느닷없이 등장하는 흥겨운 키보드 연주, 3번 ‘도시애’ 속 ‘호텔 캘리포니아 드리밍’, ‘렛츠고 너구리’ 등의 가사에서 그런 게 느껴졌다. 1번 ‘지나간다’의 영어 제목이 ‘jinaganda’이고 3번 ‘도시애’는 ‘dosie’로 쓰는 등 한국어를 영어로 음차한 것도 재밌다.팬의 입장에선 유머라고 느낄 수 있다. 팬이 아니고, 이승열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긴가민가 하는 이들이 위트와 짜증남의 경계선이라 느낄만한 지점까지 밀어붙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호텔 캘리포니아 드리밍’이라는 가사 때문에 내 노래가 싫다고 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나는 무게로 따지면 중금속처럼 가라앉는 기질을 지녔다. 노래 가사나 음악 분위기도 그렇다. 그러나 늘 유희, 장난을 앨범 어느 구석에 몰래 숨겨넣긴 했었다. 10곡 이상을 한 앨범에 넣을 땐 숨을 구석이 있었는데, 이번 앨범은 9곡 뿐이라 숨을 곳이 없어 그런 장난이 더 드러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대놓고 내가 그런 장난을 치기도 한다. 4집 V앨범에서 ‘개가 되고’라는 가사도 그렇고, 지난 5집 ‘컴백’이란 곡에선 대놓고 욕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번엔 그런 장난을 더 보여줬는데, 아마 내게 짖굳은 면이 있는 것 같다.
‘지나간다’와 ‘도시애’ 영어 제목은 한국어를 소리나는 대로 알파벳으로 옮겼다. 외국 음원 사이트 플랫폼에 노래를 릴리스 하려면 제목을 번역해서 올려야 하는데 ’지나간다’와 ‘도시애’는 그렇게 하는 게 좀 아니라고 느껴졌다.
-전작인 4, 5집에 비해 이번 앨범은 가벼워졌다고 느껴지는 지점, 힘을 일부러 뺀 게 아닌가 싶은 지점이 있다.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서 힘이 빠진 부분도 있을 것이다. 육체의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만큼의 상태는 아닌, 노화현상일 수도 있다.
이승열을 아는 사람들에게 내 음악의 스펙트럼을 다 보여준 건 아니다. 다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면 불안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걸 보여주고, 지속적으로 창작물을 발표해 왔는데 그러면서 스스로 조금 편해지는 부분이 있다. 어떤 이유로든 한 분야에서 사라지지 않고 10~20년을 버텼다면 100명이든 만명이든 팬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승열이라는 존재가 어떤 위치엔 뿌리를 내렸고, 바람 한번에 훅 날아가지는 않게 된 것이다. 그들과 교감 창구가 이제는 보인다. 교류 지점에서 불필요한 낭비는 하지 않게 됐다.
-앨범마다 색깔이 다채롭다. 최근 앨범을 보면 4집은 전위적이었고, 5집은 앰비언트를 가미한 일렉트로닉 록이 주를 이뤘다. 6집엔 블루스 정서가 확대된 것 같다.앨범마다 구사하는 것들이 변덕스럽게 변한다. 가장 크게 고려하는 건 스타일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구리게 느껴지는 게 싫다. 그런 의미에서 난 스타일리스트다. 스타일, 그건 내 강박이자 음악을 하는 이유다. 매번 다른 걸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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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은 드라마 OST에도 자주 참여하는데, 정규 앨범 때와는 음악 스타일이 다른 경우가 많다.
많은 이들에겐 드라마 미생 OST ‘날아’, 8비트 록의 성향으로 내가 규정된다. 그런데 일부 OST 수록곡으로 내 이미지가 전형적으로 굳혀지는 걸 스스로 잘 못 견뎌한다. 정규 앨범을 낼 때마다 변화를 시도하는 건 자기 만족적인 부분이 크겠지만 대중의 귀에 각각 앨범이 하나의 스타일로 수용됐으면 하는 커다란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이중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승열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앨범 단위의 활동과 드라마 OST 활동이 다르다는 걸 알 것이다. 가끔 그런 괴리를 스스로 참을 수 없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보컬리스트로서 OST 활동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분명 도움이 된다. 일종의 가외 수입이다.
-늘 블루스 적인 요소가 앨범에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블루스적인 느낌이 짙어지는 것 같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건 블루스인가.소심하게 매 앨범마다 블루스적인 요소를 스윽 넣고 있다. 그렇게라도 블루스를 붙잡고 있지 않으면 왠지 큰일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늘 마음 속에서 블루스를 놓진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블루스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기타란 악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록 장르의 근간은 블루스이고, 서구에서는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음악이 상업적으로도 분명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블루스는 그렇게 인기있는 장르가 아니다. 한국에서 앞으로도 통할지 확신이 없고, 한국적인 블루스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다.
국내엔 정말 잘하는 블루스 뮤지션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을 좋아하는 팬은 소수다. 나는 블루스 장르의 뮤지션이 아니니 그런 영역에 숟가락을 얹는 것 자체가 누를 끼치는게 아닐까 생각도 한다. 그리고 이처럼 블루스에 대해 내가 언급하는 자체가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도 생각한다. 사실 내가 한국에서 블루스의 위상을 걱정할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니다.
-이번 앨범 수록곡들에 가장 영향을 준 요소는 무엇인가.음악은 거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이 듣는다. 아이돌 음악도 좋은 게 많더라. 늘 안테나는 열어두고 있지만 스스로의 기준과 편견을 가지고 음악을 선별해서 듣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 앨범을 만들며 다른 이들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진 않았다.
이번엔 5년전 쓴 곡을 되살려낸 노래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상의 해프닝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 새 앨범 준비 기간에 이사도 했고, 주변에 정신 복잡한 일이 많았다. 진득하게 앉아서 준비하는 시간이 가장 적었던 앨범이다.
-1~3집까지는 한국어 가사가 대부분이었는데, 지난 2013년 4집 ‘V’와 5집 ‘식스(SYX)’에선 대부분이 영어 가사였다. 이번 6집은 다시 한국어 가사가 주를 이룬다. 3집 발매(2011년) 이후 6년만의 변화다.모국어는 한국어이지만, 미국에서 중학교부터 자라며 예민한 사춘기를 보내서인지 영어로 생각하는게 편하다. 한국어 가사를 어렵게 다듬고 다듬어서 1~3집을 냈다. 작사가로서 조금씩 나아지는구나 성취감도 느꼈지만 시간적으로 너무 오래 걸렸다. 멋진 창작자들 중엔 가사를 먼저 쓰고 멜로디를 붙이는 이들이 많던데 나는 멜로디에 가사를 붙인다. 멜로디는 미리 만들었는데 한국어 가사가 안 나와서 노래를 발표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너무 지쳐서 4~5집 때는 원래 노래 쓸 때 습관을 살렸다. 나는 곡 작업하며 영어로 흥얼거리는 습관이 있는데, 거기서 발현된 실마리에 살을 붙여서 가사를 완성해갔다.
이번 앨범에서 달라진 건 멜로디를 만들며 작사를 거의 동시에 진행했다는 점이다. 1~3집 때는 한국어 가사가 도전과제였다면, 이번엔 멜로디를 만들 때 집중해서 한국어 가사의 절반 만이라도 동시에 만들자고 결심했다. 좀더 부지런해진 것이다.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그냥 했다. 방송작가인 아내에게 한국어 가사를 감수받지도 않았다. 나오는 대로 썼으니 친절한 가사가 아닐 수도 있다. 어떤 평가를 받든 일단 쓰자고 생각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플럭서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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