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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제 랩 16마디만 들어주실 수 있나요.” 엠넷 ‘쇼미더머니6’ 우승자 행주의 인터뷰가 끝난 후 다가온 한 청년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시즌4 예선 탈락자였던 행주가 이제는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자 롤 모델이 됐다.

‘쇼미더머니’가 방송된 10주간의 시간은 행주에게는 리듬파워 데뷔 후 지난 7년간의 시간보다 더 다이나믹했다. 동료 지구인의 예선탈락에 자극을 받아 현장에서 지원한 이번 시즌에서 그는 정상의 자리까지 오르며 통쾌한 한방을 날렸다. 행주는 우승이라는 목적지까지 걸어가며 자신과 리듬파워를 향한 선입견을 보란듯이 깨부쉈고 화려한 스포라이트 뒤에 숨겨진 자신의 아픔이 담긴 민낯까지 그대로 보여주며 대중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사로 잡았다.

리듬파워 행주에서 ‘쇼미더머니’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얻게 된 행주가 방송에서는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했다.

-우승을 축하한다.

반년 동안 쇼미더머니에 맞춰있었다. 솔직히 우승이 믿기지 않는다. 옆에서 ‘대단하다’고 하는데 우승한 기분을 못 느낀다. ‘쇼미더머니’ 하는 내내 몰입했는데 2라운드만 가면 (우승을)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사질 전화 투표도 지고 포기라기 보다는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넉살 아니면 나이기에 확률상으로 5대5인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승 후 주저 앉았다. 눈물도 그런거 하고 싶지 않았는데 오열해서 너무 창피했다.

-지원과정이 특이하다.

지구인이 떨어지지 않았거나 인천에서 예선을 안했다면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이비와 지구인의 예선을 응원하고 박수쳐줄려고 갔는데 예상치 못하게 탈락했다. 내가 2년전 탈락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순간 짜증이 났다. 카메라는 내 리액션과 표정을 잡기 위해 다가왔고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현장 지원이 있는 것을 알고 기존 스케줄을 빼고 나가게 됐다. 지난해에도 셋이 다 나가서 재밌게 놀자고 했는데 눈이 안좋아지면서 모든 플랜을 접었다. 보이비가 지난시즌에 떨어지면서 복수심이 불 타오르긴 했다. ‘쇼미더머니’는 마치 스포츠를 하는 느낌이다. 끝나고 나면 진 것은 인정할 수 있는데 다음에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지기 싫어서 이기는 스타일인데 그래서 지구인이 지고, 보이비가 지는 모습을 봐서 더 파이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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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바컬쳐의 다이나믹 듀오가 아닌 지코와 딘을 프로듀서로 선택했다.

처음부터 다듀 팀은 안간다고 생각했다. 그곳에서 잘 할 자신은 있지만 뛰 따라오는 꼬리표가 있다. 그런 꼬리표는 필요 없다. 이 형들과는 끝나고도 작업을 할 수 있는데 다른 분들은 어렵다. 다른 세팀 중에 고민을 많이 했고 중간에 시간이 필요해 다듀팀에 잠시 들리기도 했다.(웃음)

지코와 딘은 칭찬을 많이 해줬다. 나에 대해 실력을 많이 인정해주기도 했지만 본인들도 내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느껴졌다. 주변에서도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는게 보였는데 난 누구보다 트렌디한 음악을 많이 듣고 트렌디한 랩을 할 수 있다. 안갈 이유가 없었다.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라면 그때마다 센 상대를 고르고 싶었다. 무대 구성도 99% 프로듀서에게 맡겼고 난 곡만 했다. 내 의견을 낸 것은 ‘베스트 드라이버’를 하고 싶다 정도 였다. 내 의견을 내지 않는게 목표고 이들이 하는 것을 다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승 후 다이나믹 듀오의 반응이 궁금하다.

별말 안하고 꼭 껴안아 줬다. 그전까지 넉살의 프로듀서를 하면서 장난만쳤지 응원 조차도 안해줬다. 긴장감을 풀어줄려고 하는데 다른 참가자를 진짜 나를 가볍게 보더라. 멘탈이 조금만 흔들렸으면 망했을 수도 있는데 오기가 생기고 더 보여주고 싶었다. 무대가 다 끝난 후에는 내 스스로 뿌듯했고 우리 가족이라고 느꼈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넉살을 꺾었다.

나 역시 넉살을 우승후보라고 생각했다. 넉살이 개인적으로 나를 우승후보라고 이야기 해주기도 했는데 고맙더라. 넉살도 본인이 이길거라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레드선’ 이후로 넉살과 나의 대결이 되길 원했다. 우원재도 나름대로 최고의 상대이자 강한 의미가 있는데 넉살은 랩 실력을 떠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모든 래퍼들이 인정하는 넉살이라 붙어서 이기고 싶었고 나이 때도 비슷하고 공감가는게 있었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아메바컬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