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관중 몰이 1,2위 두산과 LG, 시즌 최종전도 만원관중!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8일 잠실 구장에서 시즌 최종전을 치른 가운데, 외야석까지 가득 들어찬 만원 관중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16.10.08. 김도훈 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지난 8월 17일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선 진귀한 광경이 벌어졌다. 5회초 컵스 조 매든 감독은 신시내티 강타자 조이 보토가 타석에 들어서자 3루수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좌익수 자리에 배치했다. 3루가 텅 비었고 외야에 야수 4명이 자리했다. 내야를 넘기는 타구가 많은 보토의 성향을 분석해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가동한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시프트가 KBO리그에도 등장했다. 지난 1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와 kt 경기에서 LG 양상문 감독은 9회말 kt 장성우를 상대로 내야에 5명의 야수를 배치했다. 외야수 이형종 대신 내야수 강승호를 투입했고 외야에는 안익훈과 채은성 둘만 자리했다. 5년에 한두 번 나올까 말까한 극단적인 시프트가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서 약 한 달 간격으로 나타났다.

과정은 흥미진진했으나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컵스는 보토에게 우측 파울선 안쪽을 지나가는 2루타를 맞았다. LG도 장성우에게 좌측 파울선 안쪽을 지나가는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컵스는 보토의 타구가 외야수 4명 중 한 명에게, LG는 장성우의 타구가 내야수 5명 중 한 명에게 향하기를 기대했으나 예측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사실 수비 시프트는 현대 야구에선 일반적인 작전이 됐다. 10년 전 두산이 2루수 고영민의 위치를 우익수 앞에 놓은 것을 시작으로 최근 2, 3년 동안에는 대부분의 구단이 최형우와 김재환 같은 강한 좌타자가 등장하면 내야진을 우측으로 당기는 내야 시프트를 가동한다. SK의 경우 올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트레이 힐만 감독의 주문에 따라 우타자에게도 내야 시프트를 건다. 힐만 감독은 “일본에서 니혼햄 감독을 맡았던 10년 전만해도 나는 시프트 부정론자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수많은 분석자료를 통해 수비 시프트를 신뢰하게 됐다. 시프트는 수비 확률을 높이는, 당연히 시행되어야 할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SK는 올시즌 KBO리그에서 시프트를 가장 많이 시도하는 팀이다.

단순하게 숫자만 보면 SK의 이러한 변화는 실패에 가깝다. 2016시즌 SK의 DER(인플레이된 타구의 범타 유도율)은 0.688로 리그 1위였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0.678로 리그 6위다. 선수 구성 변화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어쨌든 확률적으로는 시프트가 독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시프트는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서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2011시즌 총 2357회였던 수비 시프트 횟수가 2015시즌에는 1만7733회로 증가했다. 그리고 2016시즌에는 무려 2만8074회로 급증했다. KBO리그의 경우 수비 시프트 횟수를 집계하지는 않지만 메이저리그와 비슷한 비율로 증가하는 추세다.

양상문 감독은 “KBO리그도 좌타자에게 거는 시프트는 일반화된 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오히려 김재환 같은 타자가 나왔을 때 정상수비를 펼치는 모습을 보기 힘들지 않나. 내야수 5명을 놓거나 외야수 4명을 놓는 극단적 시프트까지 늘어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정말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이런 시프트를 주문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흐름을 생각하면 이전보다는 파격적인 시프트가 자주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3, 4년 전부터 꾸준히 시프트를 가동하고 있는 LG는 올시즌 DER 0.698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매든의 외야 4인 시프트가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저 시프트가 미래의 야구일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매든 감독은 “될 것 같은 일이라면 계속 해봐야 한다”며 진취적인 전략을 계속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매든 감독은 탬파베이 감독 시절에도 종종 외야 4인 시프트를 가동했다.

야구는 유행에 민감한 종목이다. 고영민이 처음 선보였던 2루수의 ‘이익수’ 수비, 그리고 좌타자 수비 시프트가 빠르게 일반화된 것처럼 몇 년 후에는 외야 4인, 내야 5인 시프트의 횟수가 부쩍 늘어날지도 모른다. 찍어 치는 스윙에서 어퍼 스윙으로 5년 사이 타격이론이 180도 변한 것만 봐도 그렇다. 10년 후 어떤 야구가 펼쳐질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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