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
태릉선수촌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새로운 ‘한국 체육의 요람’ 진천선수촌이 준공됨에 따라 1966년 설립 이래 각종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 금메달의 산실 노릇을 해온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태릉선수촌은 51년의 역사를 마감한다. 본연의 임무를 내준 태릉선수촌의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철거 이야기가 나오면서 체육계 안팎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태릉선수촌이 스포츠 강국 코리아의 발판이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76년 몬트리올에서 레슬링 양정모가 첫 금메달을 따낸 이후 역대 하계올림픽 금메달 90개, 역대 동계올림픽 금메달 26개 등 총 116개의 금메달이 태릉에서 나왔다. 무수한 아시안게임 메달,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메달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역사를 간직한 태릉선수촌의 미래는 어둡다. 유네스코가 2009년 조선왕릉을 세계유산에 올리면서 훼손 능역을 보존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조선 왕조 문정왕후가 잠든 태릉과 명종·인순왕후를 합장한 강릉 사이에 자리한 태릉선수촌을 철거할 계획을 세웠다.

대한체육회는 이에 반발해 2015년 7월 태릉선수촌 건물 8개 동의 문화재 등록을 신청했다. 운동장·승리관·월계관·챔피언하우스·행정동·개선관·올림픽의 집·영광의 집 등 건축물 7동과 운동장 1기 등이다. 체육회는 지난해 3월 문화재청의 등록 심사 보류 결정에 맞서 보완 자료를 첨부해 등록문화재 재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등록문화재는 지어진 지 50년이 지난 유물 중 기념적·상징적 가치가 있는 것이 선정된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역사와 땀이 스며든 태릉선수촌을 어떤 식으로든 영구 보존해야 한다는 체육계의 목소리도 높다. 세계유산인 태릉과 근대 문화유산인 태릉선수촌이 공존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보자는 게 체육회의 바람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진천선수촌 시대가 열리고 유네스코와 약속도 있기 때문에 태릉선수촌의 철거가 불가피한 점은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 체육의 역사가 담긴 현장을 없앤다는 것은 너무 아깝다. 선수촌 담장은 뜯어내더라도 챔피언하우스 등 상징적인 건물들은 박물관, 체험 학습장 등으로 이용해 유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네스코의 방침을 어기자는 것이 아니라 열린 공간으로 선수촌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국회 등에 이런 점을 설명했는데 크게 반대하는 의견은 듣지 못했다”면서 태릉선수촌 존치를 위해 체육계의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ink@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