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
김운용 전 IOC 위원이 지난 2002년 10월 부산 구덕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 태권도 경기 도중 장웅 북한 IOC 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 전 위원은 지난 3일 별세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지구촌 태권도 가족 모두의 존경과 사랑을 담아 머리 숙여 인사드립니다. 천국에서 편히 쉬십시오.”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영결식이 9일 서울 강남구 국기원에서 열렸다. 이날 아침 국기원에 도착한 운구차를 하얀 도복의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WTF), 대한태권도협회 시범단 120명이 맞으면서 시작된 영결식은 ‘한국 스포츠 거목’의 죽음을 애도하러 온 수 백여명의 조문객까지 어우러져 엄숙하게 치러졌다.

‘태권도계 대부’로 불린 김 위원장은 지난 1971년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아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창설하는 등 태권도의 세계화를 주도했고 국기원 원장도 지냈다. 1986년에 IOC 위원으로 선출된 뒤엔 대한체육회장과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IOC 집행위원과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와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에 공헌하는 등 스포츠 국제 행정에서 한국의 간판 구실을 도맡았다. 2000년대 비리 사건에 휘말려 명예에 흠집이 생기기도 했으나 한국에서 아직까지 김운용을 능가하는 스포츠 행정가가 없다는 점은 그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진천선수촌 개촌식에 나타날 정도로 건강했으나 갑자기 몸이 나빠지면서 지난 3일 86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은 홍성천 국기원 이사장은 영결식에서 “오늘 우리는 태권도계 거목으로서 우리를 이끌어주신 김 전 부위원장님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게 됐습니다”며 “그 숭고한 가치는 지구촌 태권도인의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영원히 간직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우리나라 체육의 든든한 버팀목이시던 김 전 부위원장님이 영면의 길을 떠나셨다. 인명은 하늘의 뜻이라기에 비통함을 감추려 하지만, 자연의 섭리가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체육계는 고인이 한국의 무예인 태권도를 오늘날 세계적인 스포츠로 올려놓은 의미를 되새겨 태권도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김 부위원장은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추모공원에서 영면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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