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주류업계 ‘3세 경영’이 시험대에 올랐다. 보해양조, 하이트진로, 국순당, 무학의 오너 3세들은 약 2년전부터 사내 주요 요직을 맡으며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특히 이들 대부분 30대로 젊은 감각을 바탕으로 침체된 주류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잇단 실적악화에 시달리며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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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잎새’ 보해양조, 문책성 인사?
보해양조 임지선 대표이사(32)는 최근 국내 사업에서 손을 떼고, 해외 업무만 매진하기로 했다. 이번 인사조치는 임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선 지 불과 2년만의 일이라 국내 사업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존 임 대표의 업무는 채원영 대표이사 겸 사장이 맡는다.
보해양조 창업주 임광행 회장의 손녀인 임 대표는 지난 2015년 11월 30세의 젊은 나이에 보해양조 대표이사 겸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그간 ‘부라더소다’, ‘아홉시반’ 등 저도주·과실주 등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냈으나 시장의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특히 ‘안방’인 광주·전남에서 주력 상품인 ‘잎새주’의 점유율이 기존 90%에서 50%대까지 곤두박질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는 고스란히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취임 첫해인 2016년 매출은 1155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줄었고,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위기 타개책으로 보해양조는 지난 1월부터 임직원 전체가 임금 반납에 합의하며 경영정상화에 힘을 보탰지만 역부족이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629억원) 약 20% 감소한 500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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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맥주 사업’ 부진 발목
하이트진로 박태영 부사장(40)도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 부사장은 입사 4년만인 지난 2015년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특히, 당시에는 ‘젊은 피’ 박 부사장의 승진으로 경쟁사에 밀린 ‘맥주 사업 부활’에 대한 업계 안팎의 기대감도 커졌다. 앞서 2014년 부친인 박문덕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뒤라 그의 역할과 책임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성과는 썩 좋지 않다. 지난해 승진 후 첫 작품인 ‘올 뉴 하이트’ 맥주를 야심차게 내놨지만 성적은 부진했다. 지난해 맥주 부문 영업손실은 217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도 나란히 뒷걸음질 쳤다. 상반기 하이트진로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 떨어진 9047억원, 영업이익은 86.1%나 급감한 76억원에 그쳤다. 다만 지난 4월 가성비를 무기로 내놓은 발포주 ‘필라이트’가 선전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내 맥주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탓에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며 “하지만 ‘필라이트’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소주는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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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과 무학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순당은 지난 2015년 11월 영업파트에서 근무하던 배상민 상무(37)를 영업본부장으로 선임했다. 배 본부장은 창업주 고(故) 배상면 회장의 장손이자 배중호 국순당 대표의 아들이다. 특히, 그는 영업본부장을 맡은 후 2030 젊은 층을 겨냥한 다양한 신제품 출시에 공들이며 전통주 시장 활성화에 앞장섰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전통주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이같은 노력은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국순당은 올 상반기 무려 19억4000만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국순당 관계자는 “배 영업본부장은 전통주를 젊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실험적인 제품을 출시하는 데 관심이 많다”며 “침체 된 전통주 시장에서 ‘바나나막걸리’, ‘막걸리카노’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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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의 최재호 회장 아들 최낙준(30) 상무는 지난 2015년 3월 무학에 입사하자마자 등기임원에 오르며 상무 직급을 달았다. 그는 경남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소주 ‘좋은데이’의 수도권 공략을 위한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이를 위해 과일맛 저도주인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를 선보이는 등 수도권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수도권 소주 시장의 ‘양대산맥’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담뱃제 이물질’ 논란에 휩싸이며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더욱이 수도권 공략에 집중하는 사이 ‘텃밭’ 부산에서는 부산 향토기업 대선주조의 상승세에 7년만에 점유율이 떨어지는 굴욕을 맛봤다.
무학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약 14% 감소한 223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무학 관계자는 “최 상무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영업·마케팅 전반과 관련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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