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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여은.  최재원기자shine@sportsseoul.com


“연기하면서 저도 놀라요.”

시청률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운 SBS 주말극 ‘세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 인기몰이의 핵심에는 배우 손여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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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여은SBS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악녀 캐릭터로 존재감을 입증,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최재원기자shine@sportsseoul.com

손여은은 극 중 의붓딸 슬기(김지영)에게 손찌검을 하고는 거짓말로 무마하려다 들통 난 후 남편 태원(송창의)과 시댁 식구의 미움을 사고, 궁지에 몰리자 더욱 발악하며 악녀 본색을 드러낸 한채린 역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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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여은. 최재원기자shine@sportsseoul.com


특히 폭풍 같은 피아노 연주로 격앙된 심경을 드러내고, 시누이 태희(김정난)과 말다툼을 하던 중 보다 못한 시어머니(김용림)가 쓰러지자 “쇼하지 마세요!”라는 말로 팬들을 경악하게 했다.

최고의 밉상 캐릭터이지만, 손여은에게 향한 드라마 관계자와 팬들의 또 다른 시선은 ‘배우의 재발견’이다. 손여은은 그동안 MBC ‘구암 허준’, ‘뉴하트’, KBS2 ‘대왕의 꿈’, ‘각시탈’, SBS ‘찬란한 유산’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눈도장을 찍었지만, 인제야 제대로 빛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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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여은. 최재원기자shine@sportsseoul.com


손여은은 “생각도 못 했던 높은 관심에 기분이 좋다”면서 “처음에는 ‘이런 연기를 어떻게 하는 거지?’ 하고 고민도 했다. 연기하면서 나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했다.

“김수현 작가님이 ‘구암 허준’에 나온 걸 인상 깊게 보고 불러주셨다. 처음에는 채린이가 양갓집 규수라고 했으니까 ‘구암 허준’ 때 참하고 단아한 모습을 좋아하신 줄 알고 연기했다. 채린이 악역이라는 생각도 아예 못했다. 흘러가다 보니 얄미운 캐릭터가 됐고 점점 악역이 됐다. 그러면서 연기톤을 잡는데 힘든 점도 있었다. 작가님이 어려워서 못 여쭤보다가 결국은 물어봤다. ‘캐릭터가 바뀌니까 잘 모르겠다’고 하니 ‘너 하고 싶은대로 해’ 하시더라. 그래서 나름대로 연구한 게 맞는가 보다 하고 지금까지 왔다. 김수현 작가님이 나에게서 새로운 이미지를 꺼내주신 건지,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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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여은이 SBS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피아노 연주 장면으로 시선을 끌어모았다.  제공|SBS


실제로 손여은의 모습에서 끌어낸 채린이라면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피아노 연주하는 장면이었다. “우연히 내가 피아노 전공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대본 리딩을 하던 중 작가님께서 ‘채린이가 어떤 에피소드가 있으면 좋을까’ 하시다가 ‘명곡 같은 걸 직접 쳐보면 어떨까’ 하셨다. 그런데 대본에 채린의 느낌을 잘 느껴지게 운명교향곡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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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여은.  최재원기자shine@sportsseoul.com


그럼에도 채린 캐릭터에 100% 공감이 되지는 않아 고민이 적지 않다. “나라면 채린이처럼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 결혼 같은 건 아예 시작부터 안할 것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 이해가 잘 안됐다. 그래도 채린이를 이해하는 수밖에 없었다. 채린은 성숙하지 못하고 아이처럼 떼쓰는 막무가내인 어른이어서 문제인 것 같다. 이제는 채린이가 좀 안쓰러운 부분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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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여은.  최재원기자shine@sportsseoul.com


채린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손여은은 “나도 궁금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채린이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잘 살려고 고민하고 힘들어한다. 마음을 잡고 잘 살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다. 그게 채린이한테도 올바른 결말이 아닐지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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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여은.  최재원기자shine@sportsseoul.com


극 중이지만, 시댁의 미움을 받으며 결혼 생활에 위기이니 혹시 실제 결혼관에 변화가 생기지 않았을까. “특별히 바뀐 건 없다. 다만 채린이처럼 이기적인 생각으로 ‘행복해지고 싶어, 행복해질거야’ 하고 어린 마음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것 같다. 원래도 결혼에 대한 큰 환상은 없었지만 더욱 그런 마음을 가지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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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여은이 SBS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악녀 캐릭터로 인기몰이를 톡톡히 하고 있다. 최재원기자shine@sportsseoul.com


비록 미움을 받아도 드라마 밖에서는 다른 출연자들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손여은은 “아역인 지영이와 가장 친하다. 항상 같이 밥 먹고, 쉬는 시간도 함께 보낸다. 김용림 선생님이나 김정난 언니와도 즐겁다. 현장에서 NG가 나도 웃음이 터질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정난 언니와는 ‘각시탈’에서도 같이 해서 연기 고민도 나눈다. 촬영 전에는 김용림 선생님이 무서울까 봐 걱정했는데, 현장에서 일부러 재밌는 이야기도 자주 해주시고 ‘채린아, 채린아’ 하고 불러주며 잘 챙겨주신다”며 환하게 웃었다.
조성경기자 ch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