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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한국 테니스 최초 그랜드슬램 ‘4강 신화’의 주인공 정현(22·한국체대)의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테니스 용품 매출이 대폭 늘어나는 등 경제적인 효과 뿐 아니라 테니스 열풍이 불면서 ‘정현 키즈’의 탄생도 기대되고 있다.
먼저 정현 효과로 비수기인 겨울철인데도 테니스 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SK플래닛의 인터넷 쇼핑몰 11번가는 이달 22~28일 매출을 조사한 결과 테니스가방, 경기용품, 테니스라켓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 437%, 82%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온라인몰인 신세계몰의 테니스 관련 매출이 전주(1월15~21일)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테니스 마니아들이 즐겨찾는 오프라인 매장인 서울 중구 테니스스퀘어의 테니스 관련 용품의 매출도 급증했다. 품목별로는 테니스화가 전년 대비 357%, 전주대비 129% 각각 매출이 늘었으며, 테니스 가방은 전년 대비 120%, 전주 대비 83% 매출이 증가했다. 테니스 라켓은 전년 대비 106%, 전주 대비 85%의 매출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현 효과에 진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쪽은 테니스계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털어버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현의 활약으로 최근 테니스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정현 특수를 맞은 실내 테니스장은 이번 달 호주 오픈 대회를 기점으로 회원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평소보다 문의가 2배 이상 많아졌다. 황금시간대인 평일 새벽·저녁 레슨은 모두 차서 전화가 와도 신청을 못 받고 있을 정도다.
더불어 기존 테니스 동호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동호회가 회원이 적어 동호회 운영이 쉽지 않았는데 최근 문의가 빗발치면서 날씨가 따뜻해지면 동호회 가입자가 많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다. 이런 현상에 대해 테니스계는 “줄어들었던 테니스 저변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일부 동호인들과 중산층 이상의 여유있는 사람들의 운동으로 취급 받던 테니스가 대중적인 스포츠로 도약할 기회”라고 반겼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녀를 ‘제2의 정현’으로 키우려는 학부모들의 관심이다. 정현은 여섯살 때 약시 판정을 받은 뒤 의사 권유로 테니스계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테니스 학원에는 초등생 아이를 둔 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유난히 많아졌다. 이는 곧 ‘정현 키즈’의 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골프 불모지 한국에서 골프여왕 박세리를 보고 꿈을 키운 ‘박세리 키즈’들이 지금 세계여자골프를 호령하고 있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테니스계의 관계자는 “정현의 플레이를 보고 프로 테니스 선수를 꿈꾸는 ‘정현 키즈’의 탄생은 훗날 ‘테니스 불모지’ 한국을 테니스 강국으로 변화시키는 커다란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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