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한국인 최다 출전 타이기록을 세운 기성용. 출처 | 스완지시티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역사는 이제 기성용(29·스완지시티)이 다시 쓴다. 기성용이 은퇴한 선배 박지성이 보유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한국인 최다 출전(154경기)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제 한 경기만 더 뛰면 한국 축구 선수 중 EPL을 가장 많이 경험한 주인공이 된다.

기성용은 31일(한국시간) 영국 스완지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EPL 25라운드 아스널과 홈경기에 선발 풀타임을 출전해 팀의 3-1 완승을 이끌었다. 스완지시티는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기성용의 오름세와 함께 EPL 3경기 연속 무패(2승1무)를 달리며 승점 23으로 강등권에서 벗어나 17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까지 포함하면 5경기 연속 무패(3승2무)가도다.

무엇보다 이날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호인 박지성의 최다 출전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해 의미를 더했다. 그는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스포츠서울 통신원 등 취재진과 만나 “기사를 봤는데 이렇게 많이 뛸 줄 몰랐다. (잉글랜드에서 생활한) 6년간 좋은 기억도 있었고 아닌 적도 있었는데 더 뛰어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며 “뜻깊은 경기라고 생각된다”고 웃었다.

중앙 미드필더를 주포지션으로 하는 동아시아 선수가 거칠고 속도가 빠른 EPL 무대에서 롱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나모토 준이치, 가가와 신지 등 이웃 나라 일본의 대표급 선수도 과거 EPL에 도전했으나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다. 물론 기성용의 잉글랜드 생활도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2012년 여름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스완지시티로 이적해 첫 시즌부터 29경기를 뛰며 연착륙했다. 하지만 2013~2014시즌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미카엘 라우드럽 당시 감독과 불화설이 나도는 등 최대 위기에 몰렸다. 초반 리그 1경기만 뛴 뒤 선덜랜드로 전격 임대됐다. 이를 악문 기성용은 에버턴전에서 페널티킥으로 데뷔골을 터뜨리고 첼시와 컵대회에서 쐐기골을 넣는 등 수비 뿐 아니라 공격적인 재능까지 뽐냈다. 2014~2015시즌 다시 스완지시티로 복귀했고 리그 8골을 넣으면서 당시 아시아 선수 EPL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을 썼다. 이후 최근까지 스완지시티에서만 5시즌을 보내면서 아시아 대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셀틱 시절에도 초반 유럽의 거친 축구에 적응하지 못했다가 파이터로 변신하면서 공수에서 제 몫을 한 경험을 살린 결과물이다.

단순히 경기력 뿐 아니라 기성용이 EPL에서 오랜 기간 안정적인 활약을 펼친 데엔 스스로 의지도 한몫했다. 중국 슈퍼리그가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한국 국가대표급 선수 영입에 발 벗고 나섰을 때 기성용도 표적이었다. 지난 시즌 중반 산둥 루넝과 허베이 화샤, 상하이 상강 등이 기성용을 원했다. 상하이 상강은 200억원이 넘는 연봉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성용은 국가대표팀 주장으로 유럽리그에서 더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거절했다. 당시 여러 선수가 금전적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너나할 것 없이 중국 무대에 도전한 시점이어서 축구 관계자와 팬들은 기성용의 결정에 손뼉을 쳤다. 결과적으로 중국 리그가 외국인 쿼터 제한 등 이후 정책이 급속도로 바뀌면서 여러 한국 선수가 다른 리그로 탈출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기성용의 선택은 현명했다.

이제 이변이 없는 한 기성용은 8년 전 박지성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EPL 스타로 주장 완장을 차고 월드컵 무대를 누빌 것이 확실하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