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서동재(이준혁 분)는 스폰서 검사로 몰리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검사로서 신뢰를 잃었을 뿐 아니라 후배들 마저도 무시한다. 서동재는 오명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지만, 애처로운 처지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속물적인 근성을 잠시 접어두고 일에 매진하던 중 지난 날의 과오를 들춰내는 이홍건설 대표 남완성(박성웅 분)이 나타났다. 두 사람의 물러섬 없는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다.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는 매력적인 빌런으로 꼽힌 서동재를 중심으로 그린 스핀오프 드라마다. 대다수 작품 속 주인공이 선하면서 정의로움을 강요받는 것과 달리 서동재는 출발점부터 스폰서 검사다. 나쁘게 보면 정의 따윈 없는 속물 검사지만, 좋은 쪽으로 바라보면 보편적인 인간미가 있는 인물. 선도 악도 아니고, 자기 욕망에 따라 여기저기 붙는 캐릭터다.

다소 허술한 점도 많았다. ‘비밀의 숲’에서 나쁜 일을 벌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연발하며 일을 그르쳤다. 늘 승리는 황시목(조승우 분)이었다.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위기에 몰린 행복식당 사장 이경학(김상호 분)을 도우려다가 오히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순간 기지를 발휘하며서 벗어나지만, 그 과정은 매우 우스꽝스러웠다. 대다수 주인공이 가진 멋이 서동재에겐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매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욕망에 충실하지만, 마음처럼 일이 풀리지 않는 서동재는 동정심을 유발한다. 강약약강 태도를 유지하면서 전미란(이항나 분) 부장에겐 어떻게든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 그렇다. 심지어 전화 받는 중에도 머리를 숙이는 행동에서 그의 태도가 전달됐다.

매우 나쁜짓을 하는 것도 아니며, 자신의 인사권을 쥔 부장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우리네 현실을 그려낸다. 아울러 검은 유혹 앞에서 철저하게 고민하는 모습에선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덕분에 꼭 올바르지 않은 서동재가 재기하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선과 악 중간에 걸쳐 있기 때문에 자칫 불호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서동재에게 매력을 부여한 건 이준혁이다. 서동재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해석해서 표현해내는 지점이 있다. 머리는 좋아서 상황 판단을 빠르게 하는 대목, 부장에게 어떻게든 잘보이기 위해 자신의 본심을 감추고 입 바른 말을 하는 지점, 허세를 부리고 쿨한 척 살아가는 모습 등 현실적인 토대 위에서 캐릭터를 구축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고 가며 내공을 쌓은 이준혁의 힘이 서동재를 통해 분출되는 모양새다. 선악을 가리지 않으며 다양한 인물을 표현해온 이준혁의 얼굴엔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 가득 담겨 있다. 정의롭지 않은 인물에서 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더 응원하게 된다. 이준혁이라서 쉽게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우리나라 콘텐츠 안에서 현재 주인공은 비교적 천편일률적이었다. 악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한 사람이거나 때론 매우 정의로운 인물에 대한 요구가 있다. 하지만 서동재는 스폰서 검사라는 오명에서 출발한다”며 “연기에 대한 깊은 분석 덕분인지 매 순간 매 장면이 유쾌하면서도 짠하게 그려진다. 이준혁의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