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에게성화전달하는단일팀선수들
2018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박종아-정수연이 4번째 주자로 나와 성화대에 올라 최종주자인 김연아게게 성화를 전달하고 있다. 평창 | 박진업기자upandup@sportsseoul.com

[평창=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피겨 퀸’에서 ‘동계올림픽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9일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한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 김연아의 성화 점화였다.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박종아(남측)와 정수현(북측)이 1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 성화대 앞에 섰을 때 아름다운 의상을 입은 김연아가 나타나 미니 링크에서 연기를 펼친 뒤 성화를 받아 불을 붙였다. 성화는 1988 서울 하계올림픽부터 이번 평창 올림픽까지 이어지는 30년의 세월을 상징하는 30개의 굴렁쇠를 이은 리프트를 타고 성화대 위로 올라가 활활 타올랐다. 북한과 자원봉사, 독도 등으로 의도치 않은 논란에 휩싸이며 싸늘하게 식어가던 국민들의 점정이 김연아의 등장 하나로 사르르 녹아내렸다.

김연아는 이번 성화 점화를 통해 동계올림픽과 뗄 수 없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 2014 소치 올림픽 같은 종목 은메달로 2000년대 이후 최고의 피겨 스타가 된 그는 올림픽 관련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자크 로게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강력하게 추진해 지난 2012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초대 대회가 열린 유스 동계올림픽이 첫 걸음이었다. 만 18세 이하 꿈나무들에게 김연아는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인스부르크 유스 동계올림픽과 2016 릴레함메르 유스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를 연이어 맡아 어린 선수들에게 올림픽 정신을 전달했다. 김연아와 토마스 바흐 현 IOC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춤추는 모습이 IOC 홈페이지에 실릴 정도였다.

그는 이어 평창 올림픽 살리기에도 나섰다. 일찌감치 대회 홍보대사로 나선 ‘최순실 사태’로 평창 올림픽이 위기에 처했던 지난 해 1월 스케이트를 신고 아이스 아레나에서 홍보 영상 촬영을 하는 등 올림픽 열기 확산에 공을 들였다. 2014년 5월 은퇴 아이스쇼 뒤 그가 스케이팅하는 모습을 처음 선보인 자리였다. 지난 해 11월1일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과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를 인천공항에서 처음 꺼내든 이도 김연아였고, 같은 달 14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까지 날아가 ‘평창 올림픽 휴전결의안’ 채택을 위한 특별 연설을 한 사람도 김연아였다.

김연아는 평창 올림픽 성화 점화로 동계올림픽과 자신의 인연을 이어갔다. 그는 10일 평창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연습할 땐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성화가 도착했을 땐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며 “실제 올림픽이 개막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선수였다 보니까 그런 감정이 더 와 닿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김연아는 영광의 자리, 성화 최종주자로 자신의 올림픽사에 한 획을 그었다. 온 국민과 전세계 올림피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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