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우즈18번홀 우승세레머니
타이거 우즈의 우승 텃밭으로 유명한 토리 파인스 골프장이 2개의 메이저대회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토리 파인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우즈가 두 팔을 번쩍 들며 갤러리들의 환호에 답하는 모습.  제공 | 스튜디오PGA

본격적인 골프 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미국의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이 메이저대회 때문에 떠들썩하다.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골프 천국’이지만 메이저대회로부터 오랫동안 외면받았다. 그러나 최근들어 메이저대회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각광받고 있는 골프장이 바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우승 텃밭으로 유명한 토리 파인스 골프장이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12일(한국시간) 2021년 US오픈 개최지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의 토리 파인스 골프장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USGA 대변인인 조 구디는 이날 “2008년 우즈가 로코 미디에이트와의 연장 승부 끝에 US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토리 파인스 골프장이 대회 개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USGA 토마스 오툴 회장은 “많은 장점들이 있다. 장소가 훌륭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도 대단히 협조적이다. 멋진 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확정 여부는 이번 주 중 샌디에이고 시의회의 판단에 따라 결정난다. US오픈 개최 여부를 시의회가 최종 승인하게 된 것은 대부분의 메이저대회가 회원제 골프장에서 벌어지는데 반해 토리 파인스는 퍼블릭 골프장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시의회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1948년 LA의 리비에라 골프장, 2008년 토리 파인스 골프장에 이어 세 번째로 US오픈이 벌어지게 된다. US오픈은 올 해 파인허스트 골프장을 거쳐 2015년 챔버스 베이 골프장, 2016년 오크몬트 골프장, 2017년 에린 힐스 골프장, 2018년 시네코크 힐스 골프장, 2019년 페블비치 골프장, 2020년 윙드 풋 골프장에서 벌어진다. 우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만 7차례 정상에 오른 것을 포함해 이 골프장에서만 8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2021년 쯤이면 40대 중반으로 접어들어 우승을 넘보기는 힘들어질 전망이다.
US오픈 뿐만이 아니다. PGA 챔피언십을 주관하는 PGA 오브 아메리카도 이 골프장에서 대회를 여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GA 챔피언십은 1998년 이후 미국 서부 해안지역에서 벌어진 적이 없고 2019년까지도 이 지역에서 열리지 않기 때문에 PGA 오브 아메리카는 2020년 이후 토리 파인스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거의 같은 시기에 US오픈이 토리 파인스에서 벌어지게 된다면 서부 해안지역에서 PGA 챔피언십을 개최하는 것은 2021년 이후로 잠정 유보될 가능성이 높다. 샌디에이고의 지역지 유니온 트리뷴은 “PGA 오브 아메리카가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PGA챔피언십을 열기를 바란다면 결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은 다른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미션힐스 골프장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이 벌어지는 곳이다. 2004년 박지은, 2012년 유선영(28·JDX)에 이어 지난 해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서는 발판을 놓았던 바로 그 대회다.
이 대회는 1972년 ‘콜게이트-다이나 쇼어 위너스 서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지만 1982년부터 나비스코가 타이틀 스폰서로 나섰고 그 이듬해인 1983년 메이저대회로 승격됐다. 대회의 명칭은 ‘나비스코 다이나 쇼어 인비테이셔널’, ‘나비스코 다이나 쇼어’, ‘나비스코 챔피언십’,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등으로 바뀌었지만 나비스코의 후원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대회의 오랜 스폰서인 크라프트 나비스코는 다음 달 LPGA와의 스폰서십을 종료한다. 재계약도 없다. 골프채널은 최근 “크라프트 나비스코가 2010년 5년짜리 계약으로 바꿨고 지난 해 말 LPGA에 스폰서십을 끝내겠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크라프트 나비스코의 스폰서십 종료는 장기화되고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와 더불어 LPGA 투어의 인기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해 에비앙 챔피언십이 메이저대회로 승격하기 전까지는 이 대회가 같은 골프장에서 개최된 유일한 메이저대회였다. PGA 투어의 ‘명인열전’ 마스터스에 비견되는 이유다. 우승자가 18번 홀 옆에 있는 연못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를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점을 의식한 까닭인지 LPGA의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이 대회의 역사는 LPGA에서 최고로 꼽힐 만하다. 오랜 전통과 가치를 2014년 이후에도 당연히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폰서가 바뀌더라도 고정 개최지인 미션힐스를 버리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