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배추 보이\' 이상호, \'저 은메달 땄어요!\'
이상호가 24일 오후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PGS)에서 은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2018. 2. 24. 평창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보광=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스노보드의 김연아가 돼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배추보이’ 이상호(23)가 한국 동계올림픽 역사에 첫 설상 종목 메달을 안겼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금메달 만큼이나 값진 은메달로 한국 동계 스포츠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피겨의 김연아처럼 자신도 개척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상호는 24일 보광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스위스의 네빈 갈마리니에 0.43초 차로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으나 한국 설상 역사의 신기원을 이상호가 이뤘다. 8강에서 4년 전 소치 올림픽 이 종목 동메달리스트인 오스트리아의 카를 벤자민을 0.54초 차로 넉넉하게 따돌린 이상호는 준결승 때 이번 대회에서 불리하다는 블루코스의 핸디캡을 딛고 소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슬로베이나의 잔 코시르마저 눌렀다. 0.01초 차 극적인 승리를 거둬 결승까지 내달렸다. 은메달을 확보하고 한국 스노보드사에 새 역사를 쓴 순간이었다. 결승에서 블루코스에 선 그는 최선을 다했으나 갈마리니와 초반부터 벌어진 격차를 좁히진 못했다.

이상호는 이날 예선을 32명 중 전체 3위로 통과하면서 메달을 에고했다. 16강전에서 OAR(러시아)의 드미트리 사르셈바예프를 0.54초 차로 넉넉히 누르고 8강 티켓을 거머쥔 그는 벤자민과 코시르를 연파하며 ‘도장깨기’를 이뤄냈다. 폐막 하루 전 스노 경기장에 몰린 관중도 이상호의 폭풍 질주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태극기를 흔들며 처음 출전한 뒤 이번 대회까지 65개의 메달을 빙상 혹은 썰매에서 이뤄냈다. 눈 위에서 질주하는 설상 종목 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노보드 경기장에서 가까운 곳 고랭지 배추밭에서 썰매를 갖고 놀던 아이가 올림픽 시상대에 우뚝 선 것이다.

이상호는 시상식을 마친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아직은 모르겠다. 너무 기쁘다는 느낌은 들지 않은다”고 스스로도 믿기지 않은 결과를 냈음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준결승에서 블루코스를 탔음에도 극적으로 승리한 것을 두고 “4강에서 불리한 코스를 탔는데 코치진이 블루도 많이 타본 곳이지 않나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실제로 예전부터 블루코스도 많이 타봤고 블루코스를 탈 것이라 예상했기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며 “사실 준결승 마지막 순간에는 이긴지도 몰랐다. 승리해서 나도 감짝 놀랐다”고 웃었다.

이상호는 “정상급 선수들이랑 꾸준히 싸웠는데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다.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게 위해 이전 월드컵부터 훈련량과 장비에 변화를 줬다. 최적화에 신경 쓰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최근 성적은 조금 저조했다. 하지만 올림픽에선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배추보이’라는 자신의 별명에 대해선 “아직 새로운 별명이 생각나진 않는다. 그런데 배추보이도 좋은 별명 같다. 어떻게 스노보드를 시작했고 여기까지 왔는지 설명이 되는 별명아닌가”며 “아끼는 후배들에게 쉽지 않은 종목에서 좋은 모습 보여줘 자랑스럽다. 예전에 스노보드의 김연아가 되고 싶다고 말한 건 어떤 종목이든 롤모델이 있어야 하기 떄문에 김연아처럼 되고 싶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에서 올림픽을 치른 것을 두고는 “예선이 끝나고 아버지와 연락한 덕분에 마음이 좀 안정됐다. 사실 그외에 홈 이점은 없었다. 스노보드의 경우 스케이트나 윤성빈처럼 따로 훈련할 수가 없는 환경이다. 그래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 다른 선수들과 똑같다고 생각하고 올림픽을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실 스노보드도 키즈는 많다. 좋은 훈련 여건만 만들어지면 잘할 수 있는 후배도 많다. 스노보드가 동계 종목 중 가장 적게 지원 받는 종목 중 하나라 아쉽다”고 앞으로 스노보드가 보다 많은 지원을 받기를 바랐다.

pur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