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1986멕시코월드컵 당시 조광래.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우리팀 홈구장인 대구스타디움에서 월드컵대표팀의 첫 평가전이 열렸다. 온두라스전을 앞두고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과 이청용 등 몇몇 선수들이 날 찾아왔더라. 긴말하지 않았다. “단디해라(‘잘하라’는 의미의 경상도 사투리)”라는 말만 전했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본선을 앞두고 스스로 상대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축구에서 짧은 시간에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동안 최대한 승부에서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철저한 상대 분석이 꼭 필요하다. 상대 분석은 코칭스태프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도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다. 특히 자신과 그라운드에서 맞부딪히는 포지션의 선수들은 장단점을 확실히 파악해야한다. 선수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상대를 분석하는 것이 경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경기는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이다. 전체적인 경기 운영과 큰 틀의 움직임은 코칭스태프가 이끌고 나가더라도 경기 중에는 선수들이 판단하고 해결해야한다. 그렇다면 선수들 머릿속에 상대에 대한 정보가 자리를 잡고 있어야 여러가지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본선까지는 시간이 남아있다. 선수들이 직접 상대를 분석하면 본선에서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지금은 마음만 먹는다면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특정 선수의 영상을 찾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솔직히 말하면 32년 전 멕시코월드컵에서는 상대에 대해 전혀 모르고 경기에 나섰다. 선수들도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 상황에서 그라운드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경기를 하면서 전술이나 전략, 경기운영에 변화를 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갔다. 그래도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많아서 그게 가능했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인터넷을 통해 상대 선수들의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만큼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당시 대표팀은 상대 에이스인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봉쇄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고요한이 미드필더로 출전해 로드리게스를 잘 막아내지 않았나. 고요한은 로드리게스 마크의 임무를 부여받고 영상을 많이 보면서 장단점을 파악했다고 한다. 고요한은 로드리게스가 짜증을 낼 정도로 철저하게 맨투맨 수비를 펼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상대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준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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