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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라미란.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개성파 배우 라미란이 전성시대를 맞았다.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데뷔한 그는 수십 여편의 영화에 단역과 조역을 거친 뒤 올해 예능까지 접수했다. 지난 2월 출연한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는 라미란의 ‘미친’ 존재감을 제대로 보인 계기가 됐다. 거침없는 19금 토크로 단번에 ‘여자 신동엽’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며 본업인 연기와 함께 예능 나들이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그는 영화 ‘빅매치’ ‘워킹걸’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 3편의 영화를 촬영 중이며 현재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3’과 예능 ‘로맨스가 더 필요해’ MC로 활약 중이다. 오는 14일 첫 방송하는 ‘마녀의 연애’에도 캐스팅돼 최고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라미란은 요즘 들어 확 달라진 일상에 대해 “이전에는 배우로만 봐주셨다면 이제는 다른 분야의 일이 들어오는데 갑작스러운 이 행운들이 두렵긴 하다. 물거품처럼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다른 분야의 일이 재미있다. 솔직히 잘하는 건 없어도 뭐든 시키면 잘한다”며 까르르 웃었다.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새 수식어를 얻은 그의 가족, 예능, 그리고 꿈에 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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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라미란. 제공 | CJ E&M


◇가족 = 11살 아들, 요즘 엄마 덕분에 기고만장이죠!
74년 동갑내기 남편과 11살 아들은 라미란의 삶의 원동력이다. 두 사람으로 인해 열심히 돈을 벌고 있고, 꿈인 연기도 하고 있으니. 얼마 전 ‘로맨스가 더 필요해’에서 남편에게 ‘사랑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을 때 돌아온 ‘사랑해~’라는 답에 눈시울을 붉어졌다.

“정말 당황스러웠어요.(웃음) 평소에 자주 못 보고 통화도 잘 하는데, 그런 문자가 와서요. 남편은 현재 막노동해요. 진짜로요. 하하. 설비쪽 일을 배우겠다고 공사 현장 따라다니고 있어요. 창피하지 않냐고요? 그렇다고 건축업한다고 미화할 수 없잖아요. 예전에는 소액 대출 받는 회사를 다녀서 ‘우리 남편 일수 찍어요’라고 말한 적도 있는데요. 그 사람은 당당하게 그 일을 하는 것이고, 조만간 또 바뀔 거예요. 결혼 전에는 배우 매니저였고,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니까요.”

“2002년 월드컵 때 결혼했어요. 저와 우리 엄마한테 잘해줬고, ‘이 사람이면 미래의 내 새끼 안 굶기고 열심히 살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착하고 좋은 사람이예요. 저와 똑 같이 생긴 우리 아들은 요즘 엄마가 TV에 많이 나오니까 기고만장해졌죠. 하하. 식당에 가서는 아무도 못 알아 보는데 ‘엄마도 싸인 걸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아주 창피하게 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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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라미란.제공|CJ E&M


◇예능 = 어렵고 허무한 것 같아 고민. 하지만 점점 좋아질 거라 생각
‘라디오 스타’ 효과는 대단했다. 라미란의 인지도를 확실하게 높여줬다. 시어머니는 “아이고 우리 며느리가 TV 나와서 너무 좋네~”라고 좋아하셨다. 거침없는 발언으로 몇몇 누리꾼은 “라미란을 ‘마녀 사냥’으로 보내라”고 응원했다. 하지만, 그는 “뭐든 잘 하지만, 아직은 너무 쑥스럽다”고 미소를 지었다.

“예능요? 너무 어렵고 허무한 것 같았어요. 영화나 드라마는 대본대로 하기 때문에 예상이 되지만, 이곳은 정글 같더라고요. 제가 적합한 멘트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든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현장에선 재미있어요. ‘라디오 스타’ 때처럼 과감한 19금 대화를 원하시는 것 같기도 한데…. 사실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는 게 창피하기도 하더라고요. 하하. 시댁 식구들이 보잖아요. 제 외모 때문에 실제 성격이 ‘드세 보인다’고 하시죠. 학교 다닐 때는 뭔가 대범했지만, 결혼하고 애 낳고 이러다 보니 부드러워진 면도 있어요. 제 외모를 굉장히 좋아해요. 혐오스럽진 않잖아요. 어느 순간 보면 괜찮을 때도 있다고요. 예능하면서 좋은 점도 많지만, 자주 비쳐짐으로 인해 개인으로서 많이 소진된 탓에 ‘배우로서 안 보이면 어쩌나?’라는 고민도 있죠. 하지만 뭐든 주어진 대로 열심히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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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의 라미란.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꿈 = 삶의 기반이 되는 배우, 평생 하고 싶다
어릴 적에도 공연과 관련된 조명, 음향 등 관련 아르바이트만 했을 정도로 라미란은 배우 일밖에 몰랐고,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해서 소득을 얻기 때문에 힘든 줄 모른다고 했다. 영화에 발을 들이게 해준 박찬욱, 윤제균 감독이 평생 은인인 만큼 두 감독의 작품이라면 언제든지 뛰어갈 생각이다.

“못 일어서고, 대사를 못 하게 되는 그날까지 배우로 살아가는 게 꿈이자 목표죠. 또 인생 편하게, 중도를 지키면서 살고 싶어요. 요즘 제가 TV에 자주 나오니까 아는 친구가 ‘너 나오는 것 봐서는 엄청 벌었을 것 같다’라고 하는데, 아직은 아니고요. 조금 더 모아서 은행 돈으로 빨리 집 사고 싶어요. 2014년은 한꺼번에 좋은 일이 많이 밀려들어서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반짝 거품처럼 일었다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아무도 모르는 신인을 과감하게 써주신 박찬욱, 윤제균 감독님 정말 감사해요. 좋은 작품으로 배우의 가능성을 보여 드릴게요. 대한민국 모든 워킹맘 힘내시고요!”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