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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박사 최계경의 육도락 기행]=십원에서 출발한 맛있는 파불고기, 만원집
개업한 지 근 오십년 됐다는 충무로 만원집. 만원(滿員)인줄 알았더니 만원(萬圓)이다. 처음엔 십원집으로 시작했단다. 1965년 개업 당시에 돼지고기 한점에 소주나 탁배기 한잔을 걸칠 수 있는 정도의 돈이 십원이어서 그리 지었다고 한다. 그 ‘십원’을 모아서 좁지만 단독으로 건물을 세워 올렸고 이름도 자그마치 100배나 올려 만원집으로 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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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술 한잔은 물론이며 매일 바뀌는 다양한 찬과 함께 점심상도 곧잘 차려내는 이집에서 가장 유명한 고기요리는 바로 ‘파불고기’와 ‘차숙이’다. 파불고기는 이름 그대로 불고기에 채썬 날파를 잔뜩 얹어먹는 것이고 차숙이는 차돌박이와 숙주를 함께 구워먹는 것이다. 파불고기는 1만원), 차숙이는 1만5000원이다. 세월은 흘렀지만 얼추 1인당 1만원에 술한잔을 즐길 수 있으니 만원집이란 이름에 딱 들어맞는다.
고기를 먹는 방법이야 거개 비슷하지만 만원집은 뭔가를 곁들여 먹는 것과 일명 ‘마법 소스’라 불리는 소스를 찍어먹는 것에서 차별화하고 있다. 가니시와 소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니, 어찌보면 양식의 스타일을 빌려온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충무로 티마크 호텔 앞에 있는데다 외국인들에게 입소문이 난 까닭인지 중국인과 일본인 여행객들도 즐겨찾는 집이다. 필자가 찾은 날에도 중국인 여성 여행객 2명이 파불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피로회복에 좋다는 알리신과 베타카로틴, 비타민, 칼륨 등을 많이 함유한 대파는 동양인의 입맛에 제대로 들어맞는 채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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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불고기를 주문했다. 일부러 손님이 뜸한 시간에 찾았지만 웬일인지 선뜻 불판에 올리지 않고 감감 무소식이다. 알고보니 이 집은 상에 내기 전에 미리 연탄불로 초벌구이를 해오는 시스템이다. 직화로 구워서 불판에 올리니 고기엔 이미 향긋한 불맛(정확하게는 불향기)이 배어들어 있다.
불판에 구이 전용 종이호일을 깔고 불고기를 올렸다. 매콤하면서도 싱그러운 향을 풍기는 날파가 잔뜩 올라간 고기는 기름이 많은 부위가 아니라 담백하고 야들야들하니 맛있다. 다소 심심한 느낌. 드디어 마약 소스에 푹 찍어 제맛을 봤다. 입안에 가득 차는 불고기의 풍미는 진하고도 고소하다. 끝맛이 약간 달달한 것이 여성 취향에도 딱일 듯 한데, 밥보다는 소주 한잔을 부르는 맛이다.
날파와 소스, 고기에 묻어나는 불맛 등 제각각 내는 풍미가 좋으니 맛이 풍요롭다. 고기 특유의 무거운 맛은 파가 잡아주고 소스는 이를 서로 어울리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쫄깃한 고기와 아삭거리는 날파의 저작감(씹는 맛)도 좋다.
마지막으로 불판에 밥을 볶아서 먹으면 그 옛날 중국집에서 느꼈던 ‘파기름(蔥油)’이 밥알에 충분히 배어든 맛난 식사로 마무리 할 수 있다.
<축산물쇼핑센터 AZ쇼핑 대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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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집(구 십원집)=작지만 건물 한채를 통으로 쓴다. 인쇄, 디자인 회사가 가득한 충무로의 특성 상 점심시간엔 불고기 백반, 차숙이 백반 등 다양한 메뉴의 점심세트를 저렴하게 판매한다. 주메뉴는 불고기 등 고기지만 백반집처럼 다채로운 반찬을 낸다. 저녁엔 고기 안주에 소주 한잔 마시기에 딱이다. 오겹살 1만1000원 고추장불고기 1만1000원, 파불고기 1만원. 차숙이 1만5000원. 매운족발 1만5000원. 서울시 중구 충무로 3가 30-3(수표로 6길 41-1)(02)2264-6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