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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지난해 말 완공된 아모레퍼시픽의 용산 신본사 건축물의 설계를 맡은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14일 내한,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신본사 설계 당시 업무공간으로서의 효율성 뿐 아니라 사회적 커뮤니티로 쓰일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을 건축하기 위해 특별히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말 5년 만에 용산행을 결정했다. 용산은 지난 1958년 아모레퍼시픽의 창립과 함께했던 지역이다. 지난 2013년, 40여년간 터전으로 삼아온 용산을 떠나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시그니쳐타워에 임차 방식으로 들어간 후 다시 용산으로의 이전을 결정한 것.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이전 결정 당시 “회사가 안정기에 접어들며 낡은 건물을 새로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모레 창업정신인 건강과 아름다움에 기여할 수 있는 건물을 짓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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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본사 건립을 위한 과정은 지난 14여년간 지속됐다. 2004년 토지를 매입하고 부지조성공사에 돌입했으며 2010년 6월 국제 현상설계공모를 시작, 5개 출품작 중 치퍼필드의 작품을 최종 설계안으로 선정했다. 치퍼필드는 지금까지 100여건의 건축상을 수상하고 세계 곳곳에서 30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세계적 건축가다.
신본사는 8100평의 사업부지, 4400평의 규모 대지 위 설립된 지하7층 지상22층 규모(연면적 5만7000평)의 건물이다. 현재 3500여명의 임직원이 상주하며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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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퍼필드는 이날 “(설계안을) 의뢰받았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회사의 목적을 살리면서 사회적 공간으로서도 쓰일 수 있는 건물을 지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이 “업무뿐 아니라 직원들이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공간으로서, 또 지역 사회의 소통의 장으로서 쓰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했기 때문.
치퍼필드는 특이성이 담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화려한 기교 없이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니면서도 편안하고 풍부한 느낌을 주는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모티브로 건축물을 설계했다. 개방적이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로지아(한쪽 또는 그 이상의 면이 트여있는 방, 복도) 특징을 지닌 한옥의 중정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루프 가든’을 설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루프 가든은 각각 5층과 11층, 17층에 마련된 건물 속 세 개의 정원이다. 5~6개 층을 비워낸 독특한 구조 덕분에 임직원들이 자연과 가깝게 호흡하고 계절의 변화를 잘 느끼며 편안하게 소통하고 휴식할 수 있게 됐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는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마련된 공용 문화공간이다. 1층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소규모 전시공간이 들어서 있고 2~3층에는 450석 규모의 대강당 아모레홀이 위치한다. 2층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모든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아모레 스토어, 고객연구센터,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 등 다양한 고객소통공간을 마련했다. 5층부터는 아모레퍼시픽 직원 복지공간과 사무공간이 들어섰다. 이밖에 AP-세브란스클리닉 등 사내병원, 피트니스, 어린이집, 오설록 등도 입주했다. 6~21층은 일반 사무공간이다.
근처 용산공원 개발이 완료되면 신본사는 신용산역과 용산공원의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도시 자체의 ‘게이트웨이’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아모레퍼시픽 측은 기대 중이다.
치퍼필드는 “아모레퍼시픽이라는 그룹이 이렇게 큰 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일하는 공간이 어떻게 새롭게 재조명될 수 있는가에 시간과 노력 기울인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후세대에게도 존중되는 건축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ss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