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 수년 전 비공개 촬영회에서 찍은 노출 사진이 온라인에 유출된 피해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유명 유튜버 양예원과 배우 지망생 이소윤 등이 비공개 촬영회에서 촬영한 노출 사진이 유출돼 피해를 입었다고 고백한 가운데, 성인 배우 A씨가 자신 역시 또 다른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스포츠서울 취재 결과, A씨는 4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텀블러 재유포자에 대한 강력 수사, 관련된 배후 세력 및 텀블러 광고업자 등을 고발한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A씨는 지난달 초 자신의 나체 사진 수백 장이 인터넷 음란물의 온상으로 지적받는 소셜미디어서비스 '텀블러'(Tumblr)를 통해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팬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해당 사진은 지난 2013년 송파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비공개 촬영회에서 찍은 누드 사진이었다.


A씨는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5년 전인 2013년 모델과 성인 배우로 활동하던 중 생활비가 부족해 시급이 많다는 누드모델 구인글을 보고 해당 스튜디오에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해에 총 15번의 촬영을 했으며, 시간당 1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A씨는 "스튜디오 실장 B씨가 이날 찍은 사진들은 절대 외부로 노출될 일이 없다고 강한 확신을 줘서 믿었다"며 "촬영회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이름,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기재했고 촬영한 사진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비공개 계약서'까지 작성했기 때문에 안심했다"고 말했다.


촬영 과정에서 성추행도 발생했느냐는 물음에 A씨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스튜디오에는 사진 동호회 소속으로 추정되는 남성 10여 명이 있었다. 누드 촬영 과정에서 흥분한 표정을 지어달라거나 성인도구를 사용하는 등 과한 요구로 수치심을 느낀 건 사실"이라면서도 "'절대 사진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 '다른 모델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냥 '일'로만 생각했다. 특별히 저항하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인터넷에 사진이 퍼졌다는 사실을 인지한 A씨는 형사고발은 물론 여러 기관에 진정서와 고소장 접수를 통해 법적인 절차를 밟아왔다. 자신이 확보한 사진작가 명단과 증거 자료들을 취합, 최초 유포자를 처벌해달라고 송파 경찰서와 구로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텀블러'를 통해 노출 사진이 매일 같이 쏟아지는 데다 광고 등 상업적으로 이용되기까지 하자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하기로 결정한 것.


고발장에서 A씨는 "'텀블러'가 법의 사각지대라는 점을 이용해 일부 배후 세력들이 모델들의 비공개 누드 사진을 무단으로 업로드해 사진을 대량 유포시키고 있다. 이는 이미 수차례 생사의 고통을 넘나들며 지옥의 시간을 보내왔을 수많은 모델과 배우들을 수만 번 돌팔매질하는 행위"라며 "정부 차원에서 텀블러의 해악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더 이상의 악질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텀블러'상의 불법 재유포자 및 관련성 있는 광고 업자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해 엄중히 처벌하여 줄 것을 간곡히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A씨는 자신 외에도 비슷한 피해를 경험한 모델들이 많다며 우려를 표했다. 비슷한 시기 해당 스튜디오에서 수많은 모델들이 자신보다 훨씬 강한 수위의 누드 촬영을 진행했고, 최근에 사진들이 유출되며 큰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는 자살 기도도 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2차 피해를 멈출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제2의 소라넷'이라 불리는 '텀블러'는 미국 포털 야후의 소셜 미디어 서비스다. 이곳에서는 현재 음란물 유통은 물론 성매매 광고까지 버젓이 게시되고 있지만 미국 법에 따라 규제받는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한국의 법적인 강제력이 미치기 어렵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최근 '텀블러' 측은 디지털성범죄정보·아동음란물 등의 불법정보에 대한 자율규제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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