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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배우 손예진과 현빈의 저력은 남달랐다.
영화 ‘협상’(이종석 감독)은 한국영화 최초로 ‘협상’을 소재로 다룬다. 협상가와 인질범이 제한된 시간 동안 모니터를 통해 협상에 나서며 114분이라는 시간 동안 긴장감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해운대’(2009), ‘국제시장’(2014), ‘공조’(2017) 등을 통해 ‘흥행 메이커’로 자리매김한 JK필름이 제작을 맡아 많은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는 한 주택가의 인질극으로 시작된다.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 최고의 협상가로 손꼽힌 하채윤(손예진 분)이 나서지만 지휘부의 진압으로 인질과 인질범 모두 사망하는 비극을 겪게 된다. 며칠 후 경찰청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현빈 분)는 하채윤의 상사인 정팀장(이문식 분)과 기자를 납치하고 협상 대상으로 하채윤을 지목한다.
초반 당황했지만 하채윤은 침착한 모습으로 협상에 나선다. 하지만 하채윤이 협상을 진행할수록 감춰진 진실들이 드러난다. 하채윤은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제한시간 12시간 동안 민채구와 협상에 나서며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인질극을 벌이게 됐는지 접근하게 된다. 하지만 민채구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그는 최악의 인질극을 벌이며 하채윤과 협상에 나선다.
‘멜로퀸’ 손예진은 이번 영화에서는 협상에선 냉철한 모습이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협상가로 변신했다. 전문적인 협상가 캐릭터를 위해 단발로 변신할 만큼 연기에 공들인 손예진은 자신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협상에서 침착한 목소리와 더불어 때로는 상대를 회유하기도 하고, 때로는 강력하게 밀어 붙이는 완급 조절에서 손예진의 저력이 빛났다.
특히 이성적인 협상가 하채윤과 열정이 넘치는 인간 하채윤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영화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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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의 변신도 돋보인다.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현빈은 이전의 모습을 지울 수 있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거친 말투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민태구의 모습을 어색하지 않게 그려내며 현빈의 노력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민태구의 예측불가 행동은 영화의 긴장감을 배가시킬 수 있었다. 여전한 ‘멋짐’은 완벽하게 내려놓긴 힘들었지만 현빈의 연기 스펙트럼이 확장됐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실제 만나는 신은 거의 없지만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긴장감 넘치는 협상을 펼치는 손예진과 현빈의 모습에서 두 사람의 연기 내공이 빛날 수 있었다.
배우들의 호연 뿐 아니라 실제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진행된 이원촬영 방식은 영화의 현장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배우들은 “생소한 방법에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었다. 모니터에서 상대 배우의 대사, 시선 처리를 봐야 하니 낯설었지만 익숙해졌다”고 솔직한 고충을 토로했지만 그럼에도 ‘협상’이란 소재 상 가장 중요한 긴장감이 이를 통해 실감나게 나올 수 있었다.
또한 단순한 협상가와 인질범의 ‘협상’을 넘어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꼬집는 메시지도 넣어져 그 의미를 더했다.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전개였지만, 영화의 연출과 배우의 호연이 이를 타파시킬 수 있었다. 러닝타임 114분. 15세 관람가. 오는 19일 개봉.
true@sportsseoul.com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