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미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고 있는 박지수(왼쪽)가 7일(한국시간) 열린 중국 여자농구 대표팀과의 시범경기에 출전해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캡처 | 박지수 인스타그램
힘든 시기에서 버팀목이 돼 준 것은 ‘한국을 대표해 도전장을 내민 선수’라는 자부심이었다. 언어도 기량도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을 할 때 마다 눈물로 밤을 보내야 했다. 국내에서 좀처럼 빠지지 않았던 슬럼프도 찾아왔다.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모인 무대에서 갑작스레 찾아온 슬럼프는 되려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안부 전화 한 통에 눈물이 왈칵

미국 진출 한 달 여 만인 5월 21일 코네티컷과 원정경기에서 교체 선수로 감격적인 WNBA 데뷔전을 치렀다. 15분간 코트를 누비며 6점 3리바운드 1도움으로 나쁘지 않은 기록을 세웠다. 그가 WNBA 진출을 결정했을 때 부친인 박상관(49) 분당경영고 감독은 “농구 선배 입장에서는 (박)지수가 평균 15~20분, 5득점, 4리바운드 정도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비슷한 성적을 거뒀으니 자신감이 한층 높아질법 했다. 하지만 박지수는 “잘했던 것보다 못한 게 더 기억에 남는다”며 짧은 추억 한토막을 공개했다. 아마도 7월 14일 미네소타전부터였던 것 같다. 20일 피닉스전까지 3연속경기 무득점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16일 LA전에서는 5분간 득점과 리바운드 등 단 하나의 포인트도 얻지 못했다. 그는 “경기를 망쳤다는 생각에 너무 속이 상했다. 엄마도 보고 싶고 나는 무엇을 잘하나라는 생각도 들더라. 정말 힘들었는데 안덕수 감독님께서 안부전화를 해주셨다. ‘괜찮아? 잘하고 있지?’라고 말씀하시는데 한국말이 들리자 왈칵 눈물이 났다”며 또 눈가가 촉촉해졌다.

[포토] 박지수, 남자 고교팀을 상대로...!
여자농구대표팀의 박지수가 13일 충북 진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진행된 청주신흥고와의 연습경기에 참여해 여자농구 월드컵을 앞둔 훈련을 소화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겨우 19세 “넌 아직 루키잖아”

코트에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애를 쓰지만 표정에 심리상태가 묻어나는 편이다. 짧은 슬럼프에 빠져 자신감을 잃었을 때 조급해하던 표정을 라스베이거스 코칭스태프가 읽었다. 박지수는 “감독, 코치님들이 표정을 보고는 면담 요청을 하시더라. 얼굴에 티가 나는 유형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며 웃었다. 면담에서 벽안의 코칭스태프들은 “우리는 네가 필요해서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가끔 잊고 있나본데 넌 겨우 19살이다. 그 나이에 여기서 뛴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다”며 진심어린 격려를 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는 없었지만 심리적 안정은 찾았다. 정규리그 34경기 중 32경기에 출장했고 그 중 11경기는 선발로 나섰다. 데뷔시즌 성적은 89점 107리바운드 30도움 10스틸 20블록이다. 경기당평균 0.6개꼴인 블록슛 20개는 WNBA 전체 19위에 해당하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와 4년 계약을 맺었다. WNBA 루키 계약 규정이 그렇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도 로스터에 포함된다는 보장은 없다. 트레이닝 캠프에서 수많은 선수들과 또 경쟁해야 하고 살아남아야 한다. 보완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눈을 반짝였다. WNBA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겠다는 포부가 담긴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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