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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현대미술가 문혜정 작가가 드로잉을 선보이는 ‘기억의 방’전을 열고 있다. 룬트갤러리 기획전으로 준비된 이번 전시는 평소 잘 만나기 힘들었던, 문혜정 작가의 드로잉을 감상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대형 드로잉과 작은 드로잉이 어우러져 있고 바닥에는 드로잉 속 소재인 상자, 바구니, 와인병 등이 놓여있다.

올해 세번째 개인전으로 드로잉만을 선보이는 전시를 준비한 문혜정 작가는 “드로잉은 내 작업의 일부분으로 상당히 많은 양의 작업을 해왔지만 따로 선보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선보이게 돼 기쁘다”면서 “드로잉과 오브제를 함께 놓아 공간 자체를 방처럼 꾸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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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작가는 독일 유학 시절의 경험이 드로잉에 대한 출발이었다고 소개했다. 서울대 회화과와 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문 작가는 이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 아우프바우스튜디움에서 유학했다.

“독일에서 재활용쓰레기 버리는 날이면 쓸만한 물건들이 나오기 때문에 작업에 쓸 물건들을 주워오곤 했다. 당시 대학 목공소에서 나오는 나무토막이나 나무 상자, 등나무 바구니, 의자 같은 물건들이 예뻐보여서 주워다가 애지중지하면서 지금까지 간직해왔다. 하찮은 물건이지만 소중한 그 물건들을 종이에 연필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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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연필로 드로잉을 한 것은 독일 지도교수의 지도 덕분이었다. 당시 드로잉의 대가였던 지도교수는 문혜정 작가에게 드로잉북을 선물로 주면서 드로잉을 해볼 것을 권유했다. 지도교수가 준 드로잉북에 연필로 드로잉을 하면서 드로잉이 단순히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그림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문혜정 작가는 “요즘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 내가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면 추상페인팅을 했을 것 같고, 독일에서도 그 지도교수를 못만났으면 개념미술을 했을텐데 지도교수와의 인연 덕분에 드로잉 작업과 유화작업을 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기억의 방’은 결국 작가가 독일 유학시절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기억, 가르침을 주고 받았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 소중히 간직했던 하찮은 물건들에 담긴 추억 등의 다른 이름이다.

문혜정 작가는 “한국에서 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오고 작가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예술이 무엇인가,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했다. 그동안 작업을 통해 조금 알아낸 것이 있다면 예술은 성찰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성찰하면서 깨달음을 하나 얻는 것이 예술이고 아름다움이 아닐까. 이번 전시를 통해 그림을 처음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마음으로 풍경들을 그려나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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