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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황태자’가 쓰러졌다. 새로운 퍼즐을 짜야 한다.

축구대표팀 남태희(27·알두하일)는 지난 20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상대 진영에서 수비하다 혼자 쓰러졌다. 급하게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무릎에 무리가 갔고 결국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십자인대 파열의 경우 재활에 6개월 정도가 걸리는 심각한 부상이다. 남태희는 곧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고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출전도 불가능해졌다.

남태희는 ‘벤투호의 황태자’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부임 후 치른 6경기에서 모두 남태희를 선발 출전시켰다. 단 한 번도 베스트11에서 빠진 적이 없다. 매 경기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는 남태희 몫이었다. 남태희도 2골을 기록하며 벤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남태희가 전력에서 이탈한 만큼 벤투 감독은 새로운 선발 카드를 고민해야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대안은 많다.

일단 이청용(30·보훔)의 입지가 넓어질 전망이다. 이청용은 원래 측면 미드필더지만 최근 소속팀에선 2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고 있다. 남태희가 빠진 바로 그 자리다. 이청용은 볼 터치가 좋고 팀 플레이에 능숙하다. 과거처럼 폭발적인 드리블 능력은 사라졌지만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적 후 꾸준히 출전하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고 11월 호주 원정에서도 제 몫을 했다. 베테랑이라 팀의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선발 카드로 고려할 만하다.

황인범(22·대전)을 2선으로 올리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황인범은 다재다능한 중앙 미드필더다. 수비형, 공격형 모두울 소화한다. 지난 파나마전에서는 4-1-4-1 포메이션에서 남태희와 함께 2선에서 공격을 이끈 경험도 있다. 창조적인 플레이, 공격적인 패스가 탁월하다는 점에서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황인범을 앞에 세우고 기성용과 정우영을 3선에 세우면 전체적으로 패스의 질이 향상될 전망이다.

배려 차원에서 11월 호주 원정에 불참하긴 했으나 이재성(26·홀슈타인킬)도 중앙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다. 자신을 중심으로 공격이 전개될 때 가장 큰 능력을 발휘하는 캐릭터다. K리그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유럽까지 갔다. 이재성은 빠른 템포로 공격을 이끈다. 기민한 움직임과 원터치 패스는 그의 전매특허다. 동시에 득점력도 겸비하고 있다. 수비 가담 능력도 뛰어나 모두가 함께 수비하는 현대 축구에 어울린다. 벤투 감독은 지난 코스타리카, 칠레전서 그를 측면에 배치했으나 방향을 틀어 중앙에 세울 수도 있다.

세 선수의 캐릭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벤투 감독의 구상이 중요하다. 결국 벤투 감독이 어떤 플레이를 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세 선수 중 한 명이 주전으로 나설 수도 있고 동시에 두 명이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포지션이 그렇지만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비중이 큰 자리라 벤투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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