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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리=스포츠서울 장영민통신원·김현기기자]“대표팀 경기가 도움이 됐다.”
이적 직후 주춤했던 기성용이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펄펄 날고 있다. 마침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3연승을 거두며 기성용은 팀 대반전의 아이콘이 됐다. 국내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어려운 시기 대표팀의 부름이 부활 발판이 됐음을 털어놓았다. 기성용은 27일 영국 번리 터프무어에서 열린 2018~2019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홈 경기에서 4-4-2 포메이션의 선발 미드필더로 나서 90분을 모두 뛰었다. 그는 지난 9월과 10월 A매치에 연속 발탁돼 한국에서 각각 두 경기씩 치렀다. 이번엔 달랐다. 지난 17일 호주전, 20일 우즈베키스탄전 등 두 번의 호주 원정 경기 명단에 빠지면서 영국에서 휴식과 훈련에 전념할 수 있었다.
기성용은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 체제에서 한동안 외면받다가 지난 달 28일 사우스햄프턴전 교체 출전(0-0 무승부)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4일 왓포드전 후반 10분 교체투입으로 출전 시간을 늘리더니 지난 11일 본머스전에서 선발로 돌아와 풀타임을 뛰었다. 그리고 2주 동안 쉬었다가 이번 번리전에서도 90분을 다 뛰었다. 특히 뉴캐슬이 초반 10경기 3무7패 부진을 털고 기성용 복귀와 함께 급등했다는 점이 반갑다. 뉴캐슬은 이날 번리를 2-1로 누르면서 최근 3연승을 질주했다. 순위도 20개팀 중 13위로 중위권까지 올라갔다. 이날 맨체스터 북쪽에 있는 작은 도시 번리엔 한국 취재진은 물론 한국인 관중들도 몰려들어 기성용을 응원했다.
기성용은 밝은 얼굴로 취재진과 만난 뒤 “3연승을 거둬서 너무 좋다. 특히 번리 원정은 이기기 쉽지 않은데 뜻 깊은 승리가 됐다”고 밝힌 뒤 “영국에 오래 있었다. 누군가가 다칠 수 있고 경고누적으로 빠질 수 있다. 또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아내가 기다리라고 많은 조언을 해줬다. 2달 반 동안 준비를 많이 했다”며 아내인 배우 한혜진 씨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기성용은 지난 여름 자유계약 신분으로 뉴캐슬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베니테스 감독은 그의 능력을 반신반의했고, 초반 항해에서 기성용을 외면했다. 체력과 감각이 떨어질 법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9~10월 4차례 A매치에 그를 활용한 것이 반전의 디딤돌이 됐다. 벤투 감독은 “소속팀에 뛰지 못하는 선수도 뽑을 수 있다”며 어설픈 원칙론 대신 실리를 강조했다. 기성용은 뉴캐슬에서 못다한 플레이를 태극마크 아래서 펼쳤다.
벤투 감독은 이달 들어 기성용이 다시 주전을 꿰차게 되자 장거리 호주 원정에서 제외하며 기성용을 한 번 더 배려했다. 베니테스 감독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기성용이 호주 원정을 다녀왔다면 번리전 출전은 힘들었다.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경기를 뛰고 온 것이 체력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며 “그런 것들이 뉴캐슬에서 다시 뛰며 팀에 녹아들 수 있었던 이유 같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주장 완장을 내려놓았으나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에 가입한 베테랑 답게 먼 곳에서 태극전사 후배들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성용은 “선수들에게 도움되고 싶어 ‘잘 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대표팀이 너무 잘 해서 나도 만족스럽고 감독님도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끝까지 다치지 않고 좋은 컨디션 잘 유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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