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드리치 수상
캡처 | 발롱도르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크로아티아 국가대표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가 세계 축구 최고 권위의 상인 발롱도르 ‘메날두(메시+호날두)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모드리치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18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생애 처음으로 발롱도르 주인공이 됐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아닌 다른 선수가 발롱도르를 받은 건 지난 2007년 AC밀란에서 뛴 카카(브라질) 이후 11년 만이다. 2008년부터는 메시와 호날두가 양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통합해 수상한 6차례(2010~2015년)를 포함해 메시와 호날두는 각각 5번씩 상을 받았다.

메날두 시대에 균열을 낸 건 백전노장 미드필더 모드리치다. 앞서 FIFA 올해의 선수,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선수를 휩쓴 그는 발롱도르마저 품으면서 3관왕을 달성했다. 투표 결과 2순위는 2016~2017년 수상자인 호날두, 3순위는 20년 만에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을 이끈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다. 4~5순위는 킬리앙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와 메시였다. 발롱도르 시상식에 앞서 일부 유럽 언론에서 1~5순위 명단이 유출돼 떠들썩했는데 실제 순위와 같았다. 메시가 ‘톱3’ 밖으로 밀려난 건 지난 2006년 20위에 머문 이후 12년 만이다. 그는 2007년 3위, 2008년 2위를 비롯해 지난 10년간 호날두와 줄곧 1, 2위를 다퉜다. 올해 스페인 라 리가와 코파 델레이 우승을 이끌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선 8강에 머물렀다. 특히 국가대표팀에서 저조했다. 주장으로 나선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16강 탈락한 게 뼈 아팠다.

모드리치는 수상자로 선정된 뒤 “믿기 어려운 순간이다. 발롱도르를 수상한 위대한 선수 사이에 포함됐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수상 경쟁을 한) 메시와 호날두는 경이적인 선수다. 내가 이 상을 받은 건 올해 정말 특별한 것을 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순간은 절대 쉽게 오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가족은 물론 레알 마드리드와 크로아티아 대표 동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말처럼 모드리치의 축구 인생은 후반부 들어 아름답게 피이어나고 있다. 2002년 자국 리그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이적하며 빅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알리기 시작했다. 2012년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빅 클럽’ 스페인 라 리가 레알 마드리드로 적을 옮기며 세계 최고의 중원사령관으로 거듭났다. 키 172㎝ 몸무게 66㎏의 왜소한 체격이나 지칠 줄 모르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수 흐름을 조율하는 축구 지능, 천재적이고 창의적인 패스력으로 단점을 보완했다.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데 이어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그림같은 중거리포를 비롯해 결승까지 맹활약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테크니션으로만 불린 그는 국가대표팀에서는 투사처럼 뛰면서 후배들이 조국을 위해 한 걸음 더 뛰도록 하는데 정신적 지주 구실을 했다.

이는 곧 난민 생활을 경험한 그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했다. 모드리치의 조국 크로아티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 인민군에 맞서 독립전쟁을 벌였다. 당시 크로아티아에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발생했는데, 모드리치의 집도 쑥대밭이 되면서 가족과 낡은 숙소를 찾아다니며 난민생활을 했다. 어려움 속에서 모드리치에게 희망의 끈으로 작용한 건 축구다. 전쟁 상황에도 친구들과 숙소 근처에서 공을 차면서 미래를 그렸다. 가족도 모드리치의 이같은 모습에 전쟁 이야기 대신 축구 이야기만 늘어놨다고 한다. 생사가 오가는 전쟁통에서 공 하나에 희망을 건 그의 마음은 프로 선수가 돼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덧 세계 최고 자리에 우뚝서면서 크로아티아 국민의 자부심이 됐다.

한편 여자 발롱도르는 노르웨이 출신 아다 헤게르베르그(23·리옹)에게 돌아갔다. 음바페는 21세 이하 선수에게 수여하는 ‘코파 트로피’의 첫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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