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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문우람·이태양 기자회견의 본질은 승부조작 브로커 혐의를 받은 문우람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재심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 이후 발생한 여파와 흘러가는 양상은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부실한 기자회견이 낳은 현상이다.
기자회견 후 이슈가 된 건 문우람의 호소가 아닌 이태양의 폭로였다. 이태양은 브로커 조 모씨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 불법 베팅에 가담한 선수들이 있다고 폭로하며 해당 선수들의 실명을 언급했다. 파장은 컸고, 각 구단은 부랴부랴 사실 확인에 나선 뒤 공식입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몇몇 선수들은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해 또 다른 논란으로 번졌다.
실명 언급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문우람 측은 “실명을 언급한 건 불법 사설 토토 베팅방 운영자가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것을 인용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미 파장은 커질대로 커진 뒤였다.
이태양의 폭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본인은 억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명 언급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이태양이 언급한 선수들의 이름은 오로지 불법 베팅방 운영자의 증언을 토대로 나온 것일 뿐 이들이 가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브로커 조 모씨가 이태양을 끌어들이기 위해 허위 사실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명 언급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100%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그대로 취재진 앞에서 여과없이 밝힌 것은 새로운 논란을 자초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 대목이다.
기자회견 후 일체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기자회견은 당사자들의 입장만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입장 발표 후 취재진의 궁금증에 대해 답변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밝혀 여론을 납득시킬 수 있고,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할 수 있다. 하지만 문우람 측은 기자회견 시작 전 “질의응답 시간은 없다. 궁금한 점은 문우람 부친을 통해 물어보길 바란다”며 질문의 통로를 막아버렸다. 그런 뒤 폭탄 발언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취재진이 몰려가 문우람 측에 질의응답 시간을 재차 요구했지만 문우람 측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논란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의 안일함도 아쉬움을 남긴다. 기자회견장에는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도 자리하고 있었다. 기자회견 개최 여부를 미리 알고 있었다. 선수협이 문우람을 도와주는 입장이라면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기자회견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이며 어떻게 말을 할 것인지 더 꼼꼼하게 파악하고 정리했어야 했다. 하지만 선수협은 그렇지 못했고, 결국 예상치 못한 발언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김 사무총장은 “브로커가 이태양을 승부조작에 가담시키기 위해 한 얘기가 마치 다른 선수들도 가담한 것처럼 보이고 있다. 몇몇 선수는 실제로 참고인 조사도 받았고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조사를 마친 선수들을 다시 거론한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당혹감을 표현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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