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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인류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육류는 돼지, 그 다음은 닭이다. 한국인의 식탁에서도 마찬가지다. 닭은 12.2㎏(2012년 기준)으로 돼지고기(약 19㎏)에 이어 당당히 2위를 차지하는 ‘국민 단백질 식단’이다.
국내에서 닭은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를 하는데 주로 통째 튀기거나 삶아먹는 것이 보편적이다. 먹는 부위도 다양하다. 외국에선 대부분 버리는 닭발과 내장을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맛있게도 잘 먹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것이 바로 닭내장탕이다.
그나마 염통이나 모래집(筋胃)은 일본에서도 야키도리로 즐기지만 다른 부위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우리나라에선 닭내장을 모두 넣고 매콤 시원하게 끓여낸 닭내장탕이 있다.
닭내장탕은 그야말로 서민들의 값싼 단백질 보충원으로 인기를 모아온 소울 푸드다. 70~80년대 변두리 지역 시장통에는 어김없이 닭내장탕을 파는 집이 한두집씩 있었다. 시장마다 닭장을 갖춘 닭집이 있었으니, 손님이 생닭을 사면 다듬어 줄 때 생기는 부산물이 바로 닭내장이다. 닭내장탕집은 그나마 재료비 걱정없이 값싸게 푸짐한 ‘고깃국’을 끓여낼 수 있었다.
물산이 풍요로운 시대인 지금은 닭내장탕집을 찾아보기 힘든데 왕십리에 맛있는 곳이 남아 있다고 해서 찾아봤다. 간판만봐도 내공이 느껴지는 집이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손님이 꽤 많다. 등산복 차림 중장년도 있고, 애들을 데리고 가족 단위로 찾은 팀도 있다. 추억의 맛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많을 뿐 아니라 입맛이 전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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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 닭내장탕집에선 주방에 모두 모여 종일 손질 중이다. 닭내장은 재료값이 싸지만 손이 많이 간다. 상하기 쉬운데다 깨끗하게 씻어내고 기름도 일일이 떼어내야 잡내가 나지 않는다.
닭내장탕은 전골 형태로 끓여낸다. 뚜껑을 열어봤더니 온통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창자와 모래집, 염통, 닭알주머니 등 다양한 내장들이 있고 그위에 고춧가루와 대파, 마늘, 무 등이 가득하다. 조리법만 보자면 닭내장탕이 아니라 닭매운탕에 가깝다.
보글보글 끓인 후 국물부터 먼저 떠서 맛을 봤다. 예상대로 시원한 맛이 난다.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을 쓴 칼칼한 양념이 텁텁하지 않고 오히려 시원한 뒷맛을 낸다. 건더기는 어떨까? 무엇부터 맛을 봐야할 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건더기가 끓는 국물 속에서 숟가락을 기다리고 있다.
한번 쓱 건져올렸더니 닭창자와 모래집이 함께 걸려온다. 고소한 맛이 입안에 확 퍼진다. 생각보다 야들한 창자와 졸깃한 똥집이 매콤시원한 국물과 잘도 어울린다. 의외로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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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난 나머지 속도가 붙었다. 닭알을 하나 가져다 후후 불어 입에 넣었다. 참고로 계란이라 하지 않고 닭알이라 쓴 것은 아직 계란으로 나오기 전이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동그란 닭알이 순서대로 알알이 붙어있다.
모양은 꼭 노른자같지만 씹는 느낌이나 맛은 흰자의 탱탱한 느낌과 맛을 더욱 닮았다. 구슬보다 작은 알까지 두루 들어있다. 후루룩 떠먹는 맛이 밥이나 안주로도 딱 좋다. 누가 닭내장을 모함했나. 그저 추억의 맛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다. 허드레 내장이지만 대충 끓인 닭도리탕보다도 맛이 좋으니 말이다.
<축산물쇼핑센터 AZ쇼핑 대표사원>
★왕십리 닭내장탕=가게를 마이크로병원 앞쪽으로 옮겼다. 대표 메뉴는 물론 닭내장탕이다. 3~4인분짜리 대(2만원)자와 중(1만5000원)자가 있으며, 닭내장탕을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한치회무침(2만원)과 오징어무침(1만원)을 따로 준비해뒀다. 서울 성동구 무학로 2길 9-2.(02)2295-95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