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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벤투호’는 2019 아시안컵 16강까지 본선 4경기에서 6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수비수의 득점은 절반인 3골을 차지하고 있다. 김민재가 조별리그에서 2골을 터뜨렸고, 김진수가 16강전에서 1골을 보탰다.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A매치 데뷔골을 나란히 기록한 공통점도 있다.
이번 대회 들어 수비수들은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에 참여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조별리그 2차전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김민재의 헤딩 결승골로 답답하던 흐름을 끊어냈고,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도 1-0의 불안한 리드에서 또 한번 김민재가 골을 기록하면서 승리에 확신을 줬다.
16강전도 결국 믿었던 공격진들보다는 예상외의 인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진수는 바레인과의 맞대결에서 연장 전반 6분에 교체 투입된 뒤 추가시간에 이용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뽑아냈다.
수비수들의 득점 참여를 긍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도 있다. ‘벤투호’의 득점 스펙트럼이 넓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축구는 공격수만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닌데다 상황에 따라서는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는 축구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게다가 조별리그에서 2골을 기록한 김민재는 모두 세트피스에서 득점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득점 루트 다각화에 의미가 크다.
하지만 공격진 가운데 황의조(2골)와 황희찬만 아직까지 골 맛을 본 것은 분명 아쉬움이 크다. 한국이 16강까지 오면서 만난 상대들은 대량득점이 가능한 한 수 아래의 국가들이었다. 하지만 중국전 페널티킥 골을 제외하면 공격 자원들이 만들어 낸 필드골은 단 2개에 불과하다. 16강까지 공격진이 상대의 밀집 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국은 8강까지 본선 국가 가운데 최다인 68개의 슛을 상대팀들에게 쏟아부었고, 16강에서도 바레인의 골문에 무려 16개의 슛을 난사했다. 바레인전에서는 수차례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해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호통을 치는 장면도 여러차례 나왔다.
벤투 감독은 16강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격진에 대한 답답함을 전했다. 그는 “손흥민의 경우 대표팀 합류 이전에 이미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뛰었다. 이재성은 첫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우리가 공격진에서 이런 어려움이 발생했고, 피로가 누적된 부분이 있다. 해결책을 8강전이 열리는 25일 경기까지 찾아야한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휴식을 잘 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한다”고 전했다.
결국 킬러들이 살아나야 우승으로 가는 길이 수월할 수 있다. 카타르와의 8강전부터는 잠자는 벤투호의 킬러 본능을 깨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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