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파스
호주오픈 홈페이지를 장식한 치치파스. 사진 | 호주오픈 홈페이지 캡처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마치 지난해 정현(23·세계 25위)을 보는 듯하다. 그리스의 ‘신성’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15위)가 올해 호주오픈에서 지난해의 정현처럼 돌풍을 일으키며 4강에 올라, 전세계 테니스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정현은 2017년 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1회 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한 뒤 지난해 1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정상급 강자들을 물리치고 4강신화를 섰다. 1998년생으로 정현보다 나이가 둘 적은 치치파스는 딱 1년 시간 차이로 두고 지난해 11월 2회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하더니, 현재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고 있는 호주오픈에서도 거침없는 연승행진을 벌이며 4강에 올랐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정현의 돌풍보다 치치파스의 돌풍은 태풍급이라는 것이다. 정현은 지난해 호주오픈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당시 14위·세르비아)를 3-0으로 제압하기도 했지만 조코비치가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에 허덕일때이고 4강전에서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치치파스는 16강전에서 정현이 넘지 못한 페더러에 3-1로 역전승을 거둔 뒤 8강전에서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24위·스페인)을 역시 3-1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치치파스는 준결승에서 24일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과 대결한다.

분위기는 치치파스 편이다. 나달이 아직은 세계 남자 테니스를 지배하고 있는 4대천왕 가운데 한 명이지만 치치파스의 돌풍이 워낙 강해 일부에선 나달을 날려버리고 결승에서 조코비치와 대결해 우승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올정도다. 정현이 지난해 이 대회에 출전할 때 세계 58위였지만 치치파스는 지난해 초 90위대에서 시즌을 시작해 무서운 성장세로 15위까지 랭킹을 끌어올렸다. 8월 로저스컵에서는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를 상대로 4연승을 거두기도 했고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 직전인 10월 스톡홀름오픈에서 생애 첫 투어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실력은 이미 정상급에 근접했다고 봐야 한다.

미소년 같은 외모를 가졌지만 치치파스의 최대 강점은 역시 정현에게 없는 불같은 강서브다. 큰 키(193㎝)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브 시속이 기본 200㎞대다. 호주오픈 16강전에서 3회 연속 우승을 노렸던 페더러는 타이브레이크 승부 끝에 1세트를 따내고도 2세트부터는 치치파스의 최고 시속 213㎞ 강서브에 고전해 내리 3세트를 내주고 17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8강전 아굿과의 경기에서는 최고 시속 207㎞까지 나온 서브로 에이스 22개나 꽂아넣었다. 여기에 포핸드에도 경험과 노련함 빼고는 조코비치와 나달에 뒤지는게 없다는 평가다. 나달과의 상대 전적은 지난해 두 차례 만나 모두 나달이 세트 스코어 2-0으로 이겼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다. 치치파스는 나달을 넘어 페더러를 이긴 것이 우연히 아니었음을 다시한번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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