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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종 권창훈(오른쪽)이 AS모나코와 경기에서 상대 수비와 볼 경합하고 있다. 캡처 | 디종 페이스북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천군만마와 다름이 없다. 한국 축구 2선의 핵심 동력인 ‘빵훈이’ 권창훈(25·디종)이 장기부상을 털고 컵대회에 이어 리그에서도 마수걸이포로 훨훨 날았다. 1월에만 2골을 넣으면서 정상 궤도에 근접했음을 알렸다.

권창훈은 27일(한국시간) 프랑스 디종에서 열린 2018~2019시즌 프랑스 리그1 21라운드 AS모나코와 홈경기에서 전반 선제 결승포를 터뜨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측면 날개로 선발 출격한 그는 초반부터 특유의 뒷공간 침투와 공격적인 드리블로 경기를 주도했다. 마침내 전반 24분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라인을 파고들었다. 이때 푸아 샤피크가 오른발 아웃프런트 침투 패스를 넣었는데, 권창훈이 절묘하게 퍼스트 터치로 돌려세운 뒤 왼발로 골문 구석에 정확히 찔러넣었다. 부상 복귀 이후 올 시즌 리그 4번째 출전 만에 골. 권창훈은 지난 6일 쉴티히하임(4부)과 프랑스 FA컵 64강 원정 경기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지난해 5월 리그 최종전에서 축구 선수에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입으면서 러시아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아픔이 있다. 수술 이후 7개월 가까이 재활에 매진한 그는 성공적으로 복귀, 이달에만 시즌 1~2호골을 몰아넣으면서 부활을 알렸다.

지난해 월드컵에서도 2선에 권창훈이 있었다면 경기 내용 자체가 달라졌다는 견해의 전문가가 다수다. 최근 15년 만에 아시안컵 8강서 탈락하며 ‘아부다비 쇼크’를 겪은 벤투호도 마찬가지다. 주전 요원의 큰 변화를 주지 않고 후방 빌드업을 외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에서 2선 자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풀백 공격 가담이 늘었을 때 중앙으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창의적인 위치 변화와 골 결정력이 필수적이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이재성이 부상으로 토너먼트에 나서지 못했고, 강행군을 벌인 손흥민이 컨디션 저하와 상대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실패로 귀결됐다. 권창훈은 측면 뿐 아니라 중앙까지, 2선 전 지역을 소화할 자원이면서도 공의 동선을 살리는 빠른 템포의 드리블과 움직임,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

보통 아킬레스건 부상은 재활을 거친다고 해도 이전 70~80% 수준밖에 회복되지 않는다. 개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나 본래 상태에 도달하느냐다. 권창훈은 그야말로 눈물겨운 자기 자신과 싸움을 벌였다. 그 사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평소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싶었던 메이저대회가 있었으나 동료들이 그라운드에 설 때 홀로 재활센터에서 지내야 했다. 하지만 불굴의 정신으로 7개월의 고통을 이겨낸 그는 예상보다 이르게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다. 이날 경기만 봐도 득점 장면 뿐 아니라 여러 차례 안정적인 볼 터치와 상대 수비 2~3명을 따돌리는 예리한 드리블로 부상 후유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 한 개의 슛을 골로 연결했고, 패스 성공률도 88%로 공격 지역에서 우수했다. 한국 축구에 다시 권창훈이 돌아왔음을 느끼게 한 일전이었다.

디종은 후반 24분 나임 슬리티의 쐐기포로 티에리 앙리 감독이 떠난 AS모나코를 2-0으로 완파했다. 승점 20으로 20위에서 16위로 올라섰다. 모나코는 승점 15로 강등권인 19위에 머물렀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