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배우 정우성이 자신의 내면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13일 개봉한 영화 ‘증인’(이한 감독)은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 분)를 만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우성은 인간미 넘치고 따뜻한 변호사 역할을 맡아 전작에서 보였던 카리스마 넘친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연기 변신뿐이 아니다. 최근 정우성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소신 있게 밝히는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톱배우로서 민감할 수도 있는 사안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선하게 발휘하려는 정우성의 행보다. 정우성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배우로서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후 어느덧 데뷔 30년을 향해간다. 배우란 직업으로 보내며 ‘타협’의 고민에 놓인 적이 있나?

다행히 배우란 직업은 대상과 서로 협의 안에서 작업을 함께 하는 직업이다. 조직 안에서 상하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타협을 할 만한 상황은 다행스럽게도 없었다. 영화 속 순호는 자신이 타협을 했는데, 그 타협이 정당한가 고민하고 계속 질문한다. 우리의 선택에 대한 정당성을 질문할 수 있는 캐릭터였던 것 같다.

정우성
배우 정우성.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동안 안티가 없는 배우로 유명했다. 하지만 최근 사회 이슈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안티도 조금씩 생긴 것이 사실이다.

내가 안티가 없었던 배우인지 몰랐다.(웃음) 반대되는 의견을 들었을 때 연연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한다. 오히려 내게 주어진 것은 단 하나도 당연한 것이 없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연연하기 보다는 확고한 자아의 가치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충돌되는 의견이 있을 때도 그들의 의견을 인정하고 합의된 쪽으로 가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어린 시절 성장배경과도 맞물려있다. 학벌도 좋지 않고 성장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인맥도 없어 혼자 세상에 증명하는 과정이 많았다. 그러면서 저를 객관화시키고 볼 수밖에 없는 시간이 많았다. 이젠 나이가 들고 한 분야에서 오랜 경력이 쌓이며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은 좋은 버릇인 것 같다.

-배우로서의 고민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영화는 산업 중 하나기도 하지만 영화와 출연하는 배우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함께 내재돼있다. 이윤만을 추구하다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못 본다면 진정한 배우로서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 저는 운이 좋게 영화 ‘비트’를 통해 빨리 느꼈다. 그런데 그것을 후배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스스로 느끼고 깨우쳐야 한다. 그런 깨우침을 한 배우는 조심스럽게 영화에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동안 활동했지만 정우성은 톱배우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직 천만 영화를 안해서?(웃음) 꼭짓점을 찍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정우성은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봐 주시는 것이 아닐까. 농담 식으로 얘기했지만 천만은 멋진 숫자다. 한 해 영화 시장에 잠재적 시장 크기를 평가하기에도 긍정적인 숫자다. 하지만 천만 만을 쫓을 수 없다. 300~500만 관객 동원 영화가 많은 시장이라면 더 건강하고 튼튼한 산업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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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