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금까지 북한 지도자와 달랐다. 그는 전 세계로 생중계 중인 카메라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하려고 노력했다. 북한의 진일보가 세계정세와 간격을 줄여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둘째 날 확대회담 자리에서 백악관 공동 취재진의 '질문세례'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준비 됐느냐'는 로이터 소속 기자 질문에 북측 통역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런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와, 아마 최고의 답변인 것 같다(Wow, that might be the best answer)"라고 흡족해했다.

이어진 질문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답변은 거침없었다. '비핵화를 위해 구체적인 조처를 할 결심이 섰느냐'는 질문에도 "우린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는 긴장을 풀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도 한몫했다. 한 마디라도 더 듣고자 한 취재진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목소리를 크게 하지 말라. 나와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라고 농담을 건넸고 김정은 위원장은 "매우 궁금해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예정된 질의응답이 아니다 보니 다소 민감한 질문도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실상 대(對) 세계 기자회견이나 다름없었다. 한 기자가 인권 문제에 관해 묻자 김정은 위원장의 통역 담당인 북측 신혜영 통역사는 잠시 멈칫했고 김 위원장은 통역을 듣고도 답을 하지 않았다. 이때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 "모든 걸 다 논의하고 있다"며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취재진의 질문 세례에도 기자회견을 멈추지 않았다. 리용호 외무상이 "기자들 내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으나 김 위원장은 질의응답 말미에 취재진에게 "우리가 충분한 이야기를 좀 더 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1분이라도 귀중하니까"라며 웃음 지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모두 서방 언론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답변'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에도 김 위원장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시도했지만, 답변한 적은 없었다.

CNN의 윌 리플리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카무라 기자가 역사를 만들었다"며 "이번 일이 김 위원장과 인터뷰를 하는 계기를 열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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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BS CNBC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