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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국 남자 탁구 국가대표 맏형 이상수(29·삼성생명)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지난해 한 집안의 가장이 된 데 이어 올해는 아빠의 책임감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상수는 22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헝엑스포 체육관에서 열린 2019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개인전) 본선 경기를 치른 뒤 “아내가 임신 15주째”라면서 “오늘 연락을 받았는데 사내 아이라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이상수는 지난해 12월 여자 국가대표 출신 박영숙(31)과 웨딩마치를 울렸다.
박영숙과 함께 이상수는 혼합 복식 국가대표로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지난 2013년 파리 세계선수권에서 최강 중국을 꺾고 결승에 오르는 등 은메달을 따냈고, 같은 해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중국과 일본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후 경기장에서는 복식조가 해체됐지만 인생의 파트너로 만났다.
불과 5개월 사이에 가족이 늘어나니 기분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상수는 “결혼을 하면서 더 책임감이 생겼는데 이제 아빠가 된다니 더욱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태명은 ‘땡구’다. 이상수는 “아내도, 나도 오글거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아내가 먼저 땡구가 어떻겠냐고 해서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땡구를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 더 힘을 내겠다는 각오다. 이상수는 “아기에게 잘 보이고 싶다”며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려면 최대한 높은 곳에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2세 선수로 키울지는 미정이다. 오상은 미래에셋대우 코치의 아들 오준성(대광중)과 유남규 여자대표팀 및 삼성생명 감독의 딸 유예린(청명초)은 2세 탁구 신동으로 유명하다. 신유빈(청명중) 역시 아버지가 삼성생명 선수 출신인 신수현 씨다. 이상수는 “아들이 탁구 선수의 길을 원한다면 응원해줄 수 있지만 억지로 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수는 지난 2017년 독일 뒤셀도르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한 단식 메달리스트였다. 2007년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이어 10년 만의 메달이었다. 이번에도 이상수는 메달을 노린다. 이상수는 “사실 항상 최종 목표는 우승”이라면서도 “그러나 일단은 4강에 진출한 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고 신중하면서도 단단한 목표를 밝혔다.
사실 이상수는 컨디션이 좋으면 중국 선수들도 두려워 한다. 2017년 세계선수권 16강전에서 런던올림픽 챔피언 장지커(중국)를 꺾었고, 그해 독일오픈에서는 중국 에이스 쉬신까지 4 대 0으로 완파했다.
하지만 기복이 심한 게 늘 약점이었다. 하위 랭커들에게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에 이상수는 “데뷔 후 10년 동안 기복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제는 가장에 아빠까지 됐으니 꾸준히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이상수는 복식에서도 메달을 노린다. 2년 전 세계선수권에서 이상수는 정영식(미래에셋대우)과 함께 남자 복식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에는 전지희(포스코에너지)와 혼합 복식에도 출전한다.
출발도 좋다. 이상수는 남자 복식 64강전에서 정영식과 힘을 모아 함유성-리광명과 남북 대결에서 4 대 0(11-6 11-7 11-4 11-5) 완승을 거뒀다. 전지희와 나선 혼합 복식에서도 가볍게 16강전에 진출했다.
2년 전에는 혼자였지만 이제는 3명.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나서는 이상수의 도전이 결실을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