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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오는 22일 개봉하는 ‘어린 의뢰인’은 오직 출세만을 바라던 변호사가 7살 친동생을 죽였다고 자백한 10살 소녀를 만나 마주하게 된 진실에 관한 실화 바탕의 감독 드라마. 2013년 새 엄마가 의붓딸을 숨지게 한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현실에선 누구보다 가정적이고 따뜻한 엄마인 유선은 영화에선 정 반대의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그는 극중 재혼으로 친 엄마를 그리워하는 10살 다빈과 7살 민준 남매의 엄마 지숙 역으로 아이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거침없이 가하는 두 얼굴의 엄마를 연기했다.
결코 쉽지 않았던 이 영화에 유선이 출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배우로서의 책임감이었다.
-‘어린 의뢰인’ 촬영은 어땠나.어두운 상황이고 상대가 아이들이다 보니 늘 마음이 무거웠다. 나만의 몰입과 나만의 집중으로 내 연기만 생각하기엔 상대가 아이이다 보니 맘 풀어질 새가 없었다.
-아동 학대 가해자 역할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거 같다.불안감과 책임감이 늘 있었다. 저만의 숙제여서 지숙으로 지낸 시간은 사실 외로웠고 두려웠다. 힘들고 심리적인 압박감이 들던 때 김혜수 선배님이 안부 문자를 주셔서 감사해서 전화했다가 선배님의 ‘요즘 힘들죠’ 한 마디에 엉엉 울었다. 대화를 하다 운 게 아니라 바로 오열하니까 선배님도 같이 울어주시더라. ‘정말 힘들었구나’라는 말이 위로가 됐고, 많은 힘이 됐다.
-’어린 의뢰인‘ 기자간담회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기자회견 때 ‘아이를 갖고 있는 엄마로서 굉장히 힘드셨을 거 같다’는 질문을 받았는데 울컥하더라. 촬영 당시 힘들었던 내 마음을 이해 받는 느낌, 알아 주는 느낌이었고 저만의 고민의 시간들이 문득 스쳐 지나가기도 해서 감정이 복받쳤다.
-그럼에도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아이가 부모의 사랑 안에서 보호받고 자라야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아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웠다.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을 보호할 책임은 모든 어른들에게 있다. 그래서 아동학대 예방 홍보대사 활동을 해왔던 건데, 그런 제 취지와 맞는 대본을 만났고 힘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면 내가 가진 직업을 가지고 내 목소리를 영화 안에 녹여서 전할 수 있겠다 싶어 반가운 작품이었다.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가?지숙 역시 엄마란 존재를 전혀 느껴보지 못하고 방치된 채 자란 괴물같은 어른이다. 이런 인물이 만들어지는 거 또한 모든 어른의 책임이다. 지숙이란 인물이 이해되길 바라는 게 아니라, 그조차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 ‘잔인하다’는 표현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영화 속에서 악인 그 자체로 등장한다.실제 일어나는 상황은 영화에서 표현한 거에 반의 반에 반도 안 된다. 실제 사례를 보면 눈이 질끈 감아지는 끔찍한 일들이 너무 많다. 영화적으로 그나마도 많이 표현을 덜어내고 순화하고 정리한 건데도, 그 안에서 저는 관객들의 공분을 살만한 최대치의 연기를 끌어내야 그래야 어른들의 책임감을 상기시킬 수 있다.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섬뜩하게 보이는지, 얼마나 분노를 일으킬만한 표현들이 잘 됐는지 체크하면서 연기했다. 항상 그 지점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다.
-최명빈, 이주원 아역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둘이 원래 친한 사이라 현장에서 너무 밝고 개구진 면이 있었다. 어두운 상황을 연기하는데 그렇게라도 환기시킬 있어서 좋았다. 워낙 밝고 명랑한 친구들인데 공포에 짓눌린 연기, 억압받는 눈빛을 표현해야 하니 많이 힘들어했다. 빨리 감정을 끌어내 주는 건 내 책임이라 생각한다. 촬영을 빨리 끝낼수록 아이들에게 좋으니까.
-영화가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믿나?아동학대의 80%가 가정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내가 홍보대사를 하기 전까진 몰랐다. 영화를보러 왔다가 현실은 이렇구나 정도만 관객분들이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의미있는 영화가 아닐까. 허구적 이야기로 재미를 느끼는 것도 영화의 순기능 이지만, 현실의 문제를 그대로 담아내서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도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지 않나.
-부드러운 이미지이지만 악역에 많이 캐스팅 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주로 드라마에서는 평범한 역할을 영화에서는 임팩트 있는 역할을 맡는 거 같다. 드라마에서 못하는 역할을 영화에서 풀어내고 싶은 바람도 담겨있다.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칭찬 한마디.가장 어려운 질문인 거 같다. 저한테 주고 싶은 칭찬은 어려운 역할이었지만 그거에 대한 염려와 걱정보다 영화안에서 그 역할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고 도전했다는 거에 칭찬해주고 싶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블레스이엔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