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혜라 기자]국내 에너지 업계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이후 기술·투자 협력 계약 등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과 관련해 국내 기관 및 업체 등이 체결한 협약·계약은 총 8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 화학 등 에너지 업체 중에서는 S-OIL(이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SK가스 등이 해당됐다.
사우디의 왕권 계승 서열 1위이자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실세이기도 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후폭풍’은 그야말로 거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사절단 300여 명을 대동했는데, 연구개발(R&D)부터 프로필렌 공장 건설 사업성 검토, 약 40조원에 달하는 수출 투자 계약까지 영향을 미쳤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의 주요 목적이기도 했던 복합석유화학 준공 기념식을 연 에쓰오일은 지난달 26일 사우디 아람코의 7조원 추가 투자 소식을 전했다. 앞서 국내 정유, 화학 분야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5조원 투자로 화제를 모았던 석유화학 1단계 프로젝트인 복합석유화학 시설의 성공적 가동과 더불어 겹경사를 맞은 것이다. 에쓰오일은 2024년까지 향후 5년 동안 7조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석유화학 2단계 투자인 SC&D(Steam Cracker & Olefin Downstream; 스팀크래커 및 올레핀하류시설) 프로젝트의 추진과 사우디 아람코가 개발한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 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의 도입 등 폭넓은 영역에서 사우디 아람코와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정유업을 넘어 화학업체로서의 지평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향후 20년간 사우디 아람코에 총 40조원 규모의 경유와 휘발유 등 정유 제품을 수출하기로 했다. 계약 금액은 연간 2조875억원으로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매출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계약 기간은 2020년 1월부터 2039년 12월까지 20년으로 초대형 계약을 맺은 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또 같은 기간동안 사우디 지역 원유를 하루 15만 배럴, 아람코트레이딩컴퍼니와는 하루 10만 배럴 규모의 비사우디 지역 원유를 구매하는 계약도 맺었다. 사측은 “이번 계약을 통해 중동 정세 변화와 산유국 감산에 따른 수급 불안에 대비해 향후 안정적으로 중동산 중질 원유를 조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직후 맺은 계약으로 양사 간 협력관계가 한층 공고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SK가스는 사우디 석유화학기업 AGIC와 총 18억달러 규모의 합작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양사는 타당성 조사를 통해 사업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가진다. 투자가 성사되면 SK가스는 사우디에 연간 75만톤 규모의 프로필렌과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게된다. 뿐만 아니라 4000만달러 규모의 합작투자를 통해 사우디 주바일 지역에 연간 10만톤 규모의 생산을 갖춘 PP 컴파운딩 생산 공장 건설에 대한 협약도 진행했다. SK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SK그룹은 사우디와 석유화학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움직임에 대해 “정제마진 등에만 기대기에는 불안정한 업황에서 사우디와의 대규모 투자 협력은 관련 업계에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최근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급변하는 유가 움직임 등에 의존하는 기존 사업만으로는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부의 평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신사업적인 부문에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와 비교해 사업 비중이 비교적 낮았었다는 분석과 함께 “양 사는 최대 산유국이자 지분법상 기업의 투자 방향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우디와의 협력을 통해 정유업은 물론 석유화학 업종에서도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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