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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꼭 보고 알아야 할 우리의 이야기다.
영화 ‘김복동’(송원근 감독)은 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일본군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1992년부터 세상을 떠날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 간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우리에게 있어 김복동 할머니의 이름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김복동 할머니의 이야기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기도 하다.
김복동 할머니는 만14세의 나이로 아무 것도 모른 채 일본군 위안부로 연행됐다. 8년 뒤, 22세가 돼서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똑똑한 소녀였던 그의 삶은 달라졌다. 강인한 모습으로 상처를 숨긴 채 살아온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 1992년 3월, 피해 사실을 공개한 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상처를 다시 회상하고 말하는 것은 용기 있는 선택이었지만, 가족들까지 김복동 할머니를 피하며 더욱 외롭게 했다. 하지만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요구하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도록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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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 할머니는 고령의 나이였지만 일본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미국부터 유럽 등 전세계를 다녔다. 또한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해 직접 발언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위안부는 역사 날조라 주장하고, 아베 정권은 단 한번도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지 않았다. 역사를 왜곡하며 망언을 일삼는 일본 정치인들이 있을 정도였다. 김복동 할머니는 직접 망언을 한 당시 오사카 시장을 찾아가 “내가 살아있는 증거”라며 만남을 시도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에 이어 우리 정부의 모습도 모두를 실망하고, 분노하게 했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는 피해자와의 협의 없이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선언했고, 피해자가 거부한 10억엔의 돈을 일본에게 받아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이 합의를 근거로 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으로 끝난 일이라 주장했다. 여기에 화해치유재단은 위로금 10억엔까지 사용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에 김복동 할머니는 당시 암 수술 직후 임에도 1인 시위에 나서며 잘못된 것을 고치기 위해 직접 움직였다.
무엇보다 김복동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를 넘어 인권과 평화를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전쟁 없는 세상,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재산을 기부했고, 2015년 국경없는의사회, AFP가 선정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끊임 없이 행동하고 또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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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은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전해주는 영화다. 우리가 분명 꼭 알아야 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임에도 ‘김복동’이란 이름이 낯선 이가 많을 정도로 잘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해 우리가 그동안 제대로 몰랐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노력과 이들의 고통이 ‘김복동’에 덤덤하게 그려졌다. 1992년 시작돼 오는 8월 14일 1400회를 앞두고 있는 수요 집회, 평화의 소녀상의 의미와 받았던 수모,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 8월 14일은 위안부 기림의 날이라는 것 등 꼭 알아야 했던 사실들이 김복동 할머니의 이야기와 함께 영화를 채웠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가 없고, 도리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말도 안되는 비판을 하는 일본의 모습은 분노를 자아낸다. 더욱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공론화해서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김복동 할머니의 모습 역시 모두를 뭉클하게 한다. 김복동 할머니는 고령의 나이와 좋지 않은 건강에도 사람들 앞에 나설 때는 꼿꼿한 모습을 보이고, 누구보다 소신 있게 행동하는 정신적 지주였다. 하지만 때로는 눈물도 흘리고, 과거의 상처에 힘겨워하는 할머니의 인간적인 모습은 보는 이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배우 한지민이 내레이션에 나서 김복동 할머니,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차분한 목소리로 알렸다. 영화가 마친 뒤 윤미래의 ‘꽃’은 함께 등장하는 김복동 할머니의 모습과 겹치며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다.
지난 18일 기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단 21명 만이 생존해있다. 이미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김복동’이 모두에게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러닝타임 101분. 12세 관람가. 오는 8월 8일 개봉.
true@sportsseoul.com
사진 | 엣나인필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