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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토종 속옷업체들이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지난 60여년간 국내 속옷시장을 이끌어온 남영비비안이 매각설에 휩싸이며 업계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됐다. 시장 침체 속 해외 및 중·저가 브랜드의 공세에 밀려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도 마땅찮다.
최근 여성 속옷 브랜드 ‘비비안’으로 유명한 남영비비안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남영비비안 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매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남영비비안의 매각설이 불거진 이유는 지속된 실적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남영비비안은 지난 2015년 서울 영등포구 소재 공장을 매각한데 이어 지난해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긴축경영에 돌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남영비비안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6% 감소한 2061억원, 영업손실은 3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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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비비안은 고(故) 남상수 명예회장이 1957년 설립한 여성 속옷 전문기업이다. 대표 브랜드인 비비안을 중심으로 현재 ‘비비엠’, ‘마터니티’, ‘판도라’ 등 판매 채널에 맞춰 8개 브랜드를 운영중이다. 판매 채널, 브랜드 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소비자 층 공략에 나섰지만 해외 및 중·저가 브랜드에 밀려 시장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시장 조사 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원더브라, 유니클로의 국내 속옷 시장 점유율은 2013년엔 각각 1.4%, 2.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4%, 3.1%로 치솟았다. 반면 남영비비안의 점유율은 2013년 3.5%였으나 지난해엔 2.7%로 떨어졌다.
이같은 위기는 비단 남영비비안만의 상황은 아니다. 남영비비안과 더불어 국내 ‘빅4’ 토종 속옷업체인 신영와코루, 좋은사람들, BYC 역시 고민이 깊다. 남영비비안과 함께 여성 속옷업계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신영와코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87.4%나 급감한 7억5284만원을 기록했다. 좋은사람들, BYC는 지난해 실적개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광고비 등의 제반 비용을 대폭 줄이거나 속옷 외 사업으로 수익을 확보한 데 따른 일시적인 상승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후화된 이미지로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젊은 층의 외면이 이어지고 있단 지적이다. 여기에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자체브랜드인 PB 속옷을 앞다퉈 선보이면서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렸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국내 한 속옷업체 관계자는 “과거보다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유통 채널 및 소비자의 구매 이유도 다변화되면서 토종 속옷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며 “다양한 디자인과 가격대의 제품을 출시해 유통 채널별로 최적화된 영업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soul@sportsseoul.com